[전문의에게 듣는다] 직장류

  •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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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28 07:54  |  수정 2017-03-28 07:54  |  발행일 2017-03-28 제20면
출산후 항문 주위를 눌러야 배변 본다면 ‘직장류’ 의심
2017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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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병원 구자일 병원장

육류 위주의 식사, 과도한 다이어트, 장운동 기능 저하, 만성질환에 의해 나타나는 이차성 변비 등 변비의 원인은 아주 다양하다. 그중 중년 여성에게 나타나는 변비 증상은 출산 시 손상에 의한 ‘직장류’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직장류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변비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주변 근육이나 항문 기능 등 다른 요인들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직장류를 변비로 오인하거나 자가진단을 통해 수년 혹은 길게는 수십 년간 배변의 불편함을 감수하며 말 못하는 고민을 가지고 살아가는 여성이 많아지고 있다. 직장류의 경우 대장항문전문의와 상의 후 정확한 진단을 위한 검사와 증상에 맞는 수술 등의 차별화된 치료가 중요하다.

주부 전모씨(53)는 5년 이상 직장류로 인해 배변의 불편함을 겪어오면서 항문과 질 사이의 주위를 지속적으로 눌러 손에 이상이 오는 등의 고통을 느끼면서도 부끄러워 남편에게조차 말을 하지 못하고 지냈다. 최근 외과적인 교정수술을 통하여 정상적인 생활로 남모를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이처럼 출산의 경험이 있는 여성의 경우 손으로 ‘항문 주위를 눌러야 배변을 할 수 있다’면 직장류를 의심할 수 있다.

분만이나 노화 등으로 직장과 질 벽 사이의 벽이 약해진 상태에서 배변 시에 직장 내 압력이 올라가면 직장 벽의 일부분이 질 쪽으로 주머니를 만들며 늘어나게 된다. 직장류가 생기면 배변 도중에 변이 늘어난 직장 벽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변비가 된다. 출산 후부터 손으로 항문 주위를 눌러야 시원하게 배변을 볼 수 있다면 직장류(직장질벽이완증)를 의심할 수 있다.


중년여성 변비, 출산시 손상에 의한 직장류 대부분
직장전벽 이완의 배변장애로 남성에게는 거의 없어
직장수지·배변조영술·MRI검사 등으로 진단
초기에는 식이요법·배변 완화제·바이오피드백 치료



그렇다면 직장류의 원인은 무엇일까.

직장류는 직장 전벽의 이완으로 인해 변비, 배변곤란, 잔변감 등의 배변장애를 보이는 질환으로 남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여성의 경우 출산 후 자궁과 질이 늘어남에 따라 직장과 질의 거리가 가까워지고 직장과 질 사이의 벽이 얇아져 주머니 형태로 질 쪽으로 돌출되어 변이 제대로 빠져나가기 힘들어져 변비, 잔변감 등의 배변장애를 많이 호소하는 질환이다.

즉, 직장과 질 벽 사이에 직장 벽의 일부분이 질 쪽으로 생기는 주머니가 원인이다. 그러나 최근 고령에 의한 회음부 지지조직의 취약화, 배변장애나 불량한 배변습관에 의한 회음부 조직의 취약화 등도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직장류의 증상은 다양하다. ‘변이 막혀서 잘 안 나온다’ ‘배변 시 있는 힘껏 힘을 주어도 나오지 않는다’ ‘배변 후 잔변감이 그대로 있다’, 대표적인 특징으로 ‘배변 시 질과 항문 사이를 손가락으로 눌러서 배변한다’ 등으로 표현되는 배변장애이다. 직장류의 진단 방법으로는 직장수지검사, 배변조영술검사, MRI검사 등이 있다. 직장에 검지손가락을 삽입해서 질 쪽을 압박하는 직장수지검사로 직장류의 존재 부위, 상하좌우의 범위, 직장 질중격의 이완 정도를 확인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배변조영술로 직장류, 골반저기능질환을 진단하였으나 배변조영술의 단점으로 방사선 노출, 골반 주위의 자궁·방광 등 다른 장기의 문제를 파악할 수 없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반해 최신 MRI(Dynamic Pelvic MRI: 역동적 골반 자기공명영상)를 통해서는 골반의 장기, 근육, 인대를 모두 상세하게 볼 수 있다.

또한 배변, 소변, 자궁부속 등의 기능을 MRI검사 시에 장기 위치의 변동(예를 들어 ‘힘줘 보세요’ 등의 주문을 통한)을 동영상처럼 실시간, 역동적으로 볼 수 있고 방사선 노출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직장류, 골반장기 탈출증, 항문거근 증후군, 원인 미상의 골반통에 대해 보다 깊이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직장류 초기에는 식이요법과 배변 완화제, 바이오피드백치료 등으로 치료하면 어느 정도 개선된다. 그러나 직장류 등으로 인한 직장형(출구폐쇄형, 직장항문형) 만성변비의 경우 주머니 크기가 4㎝ 이상 되거나 정도가 심하면 외과적인 교정수술을 해야 한다.

최근 구병원에서 수술한 직장류 환자 모두 여성이었으며 그중에서 50~60대가 72%로 대부분을 차지하였다. 수술을 통한 치료경과의 만족도는 ‘아주 좋다’가 75%, ‘좋다’가 23%, ‘변화가 없다’가 2%로 나타났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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