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칼럼] 강력한 북방사업을 추진해야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7-03-28   |  발행일 2017-03-28 제30면   |  수정 2017-03-28
20170328
전명수 러시아 비즈니스 이코노미스트

북방영토 문제해결을 둘러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제2라운드 외교전의 서막이 시작됐다. 지난주 일본에서 열린 러일 외무·방위 담당 장관(2+2) 회담이 신호탄이었고, 4월 러일 정상회담이라는 깜짝발표로 이어졌다. 지난해 12월 푸틴 대통령의 일본방문으로 정상회담을 연 지 불과 4개월 만에 또다시 정상회담을 갖는 셈이다. 다음달 러시아에서 열릴 정상회담은 주로 경제협력 점검, 쿠릴 공동경제활동에 따른 실행방안이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한 단계 파격적인 경협사업과 양국의 관계개선을 과시할 합의사항들이 공표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양국관계는 더 이상 쿠릴영토 문제해결을 위해 펼치는 밀당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지난해 소치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새로운 접근법으로 서로 노력하기로 했다는 발표 이후 일본은 러시아와 관계개선에 빠른 속도로 그리고 공백없이 꾸준히 접근하는 형국이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이 추진하던 남북러 삼각협력 사업들이 몽땅 일본으로 이동하는 형국을 보니 씁쓸한 기분이 든다. 가스관, 철도, 전력사업들이다. 이 세 가지 사업들은 여지껏 삼각협력사업으로 논의됐던 공통점을 갖고 있다.

최근 러시아의 관심 밖에 있었던 러일 간 가스관 부설사업이 재검토되고 있다. 10년 전 일본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 사업은 러시아의 반대로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런 사업이 지난해 정상회담 이후 푸틴 대통령이 재검토를 지시하며 양국의 전문기관이 함께 타당성 조사를 마치고 현재 러시아 정부의 의견을 기다리는 상태다.

2011년 러북 정상회담 계기로 가스관 건설은 남북러 삼각협력사업으로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러시아는 북한이 지고 있던 채무액 90%를 탕감해주며 사업 실현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켰으나 결국 정치적인 이유로 좌초돼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북방영토 둘러싼 갈등에도
푸틴과 아베 잇단 정상회담
가스관 부설·철로연결 등
다양한 사업 가능성 높여
차기 한국정부도 적극 나서길


철로 연결사업 또한 마찬가지다. 나진하산 복합물류사업이 대북제재로 우리 측에서 백지화를 선언하자, 러시아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홋카이도까지 연결하자고 일본 측에 제안했다. 러시아 대륙에서 일본열도까지 TSR 연결사업은 실현되기 어렵다는 의견이 다수다. 무엇보다 16조원이라는 천문학적 규모의 사업비 감당이 그렇게 보는 이유다. 그러나 현재 양국관계를 보면 TSR 연결사업의 실현가능성도 그 어느 때보다 높아 보인다. 일본이 영토문제 해결을 위해 아주 작심하고 러시아에 접근하고 있어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끝으로 전력망 사업이다. 세계 최강의 자원부국인 러시아는 석탄, 가스, 원유 등의 전력연료원이 풍부한 에너지 부국으로 전력수출국이다. 러시아 사할린과 일본 홋카이도 간 전력망을 잇는 러일 에너지 브릿지 프로젝트도 차곡차곡 구체화시키는 중이다. 러시아 사할린과 일본 홋카이도 간 43㎞ 구간에 해저케이블을 매설하고 각각 발전소를 건설, 서로 전력망을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프로젝트 논의가 시작됐고 양국 민관 실무그룹이 결성돼 서로 머리를 맞대고 논의 중에 있다. 가스, 철도, 전력사업은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북방사업이란 대의 아래 남북러 삼각협력사업으로 추진했던 사업이었다.

조만간 들어서는 새 정부에 간절히 바라고 싶다. 북방사업을 더 이상 남북 관계개선의 사업으로만 바라보지 않기 바란다. 동북아 역내 주도권 경쟁은 앞으로 몇년 이내 윤곽이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서는 총성없는 전쟁이다. 선점을 위해 끊임없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변수로 우리가 미적거릴 때 일본, 중국, 러시아 간의 협력으로 북극항로가 열리면서 북중러 접경지대가 그들만의 기회의 삼각지대로만 되는 건 아닌지 자꾸 깊은 한숨만 나온다. 전명수 러시아 비즈니스 이코노미스트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