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속으로!] 여성 속옷 850점 훔친 50대 돌싱男

  • 권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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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30   |  발행일 2017-03-30 제8면   |  수정 2017-03-30
원룸·단독주택 돌며 싹쓸이
6년간 피해자만 37명 확인

10년 전 아내와 이혼한 뒤 가족과 연락을 끊은 채 화물 배달로 홀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던 A씨(50). 언제부턴가 여성의 속옷을 보면 묘한 쾌감을 느꼈다. 결국 실행에 옮겼다. 어느 날 문이 열려있는 대구 북구의 한 단독주택 마당에 침입, 빨래 건조대에 널려 있던 여성 속옷을 훔친 것.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실물을 훔치니 눈으로만 보던 것보다 좋았다. 첫 범행에 성공한 A씨는 북구의 주택가를 본격적으로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아파트보다 비교적 출입이 쉬운 단독주택과 다세대 주택, 원룸 등에서 여성 속옷을 싹쓸이하듯 훔쳐댔다. 속옷은 모조리 비닐봉지에 담아 집으로 가져왔다.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지난해 1월26일 속옷을 잃어버렸다는 신고를 받고 수사에 나선 경찰은 지난 2일 팔거천 주변 길에서 A씨를 붙잡았다. 이미 CCTV 영상을 통해 인상착의를 확인해놓은 터였다. 사진을 보여주자 처음엔 범행을 부인하던 A씨는 결국 고개를 떨구며 시인했다.

대구 강북경찰서는 29일 A씨를 절도 혐의로 구속했다. A씨는 2011년 8월부터 올해 2월20일까지 6년간 50여 차례에 걸쳐 여성 속옷 850점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이 확인한 피해자만 37명에 이르렀다. A씨의 집에서 3단 서랍 1개와 캐리어 가방 2개 분량의 여성 속옷이 차곡차곡 정리된 채 발견됐다. 속옷은 종류별로 정리돼 있었다. 또 실크·면·망사 등 옷감의 종류에 따라서도 칸칸이 정돈돼 있었다.

김시훈 강북경찰서 형사4팀장은 “A씨는 자신이 속옷을 훔친 집의 구조와 특징을 아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면서 “그는 여성 속옷을 보면 성적 쾌감을 느낀다고 진술하는 등 성도착증 환자가 지닌 증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의 휴대폰에선 여성 나체 사진 수천 장이 발견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권혁준기자 hyeokj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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