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피우시나요?…‘금연 압박시대’ 담배를 놓지 못하는 사람들

  • 유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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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30   |  발행일 2017-03-30 제21면   |  수정 2017-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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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자의 설 곳은 줄 점 줄어들고 잇지만 흡연율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사진은 대구시 동구 동대구역 흡연실 앞에서 흡연자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는 모습. <영남일보 DB>

한때 거실 한가운데서 담배를 피우는 아버지와 재떨이를 비우는 어머니의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일반 음식점에 재떨이가 있었고, 심지어 시외버스 좌석에도 재떨이가 있었던 적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버스정류장, 술집, PC방 등 담배를 피우지 못하는 곳이 대다수다. 흡연자들이 설 곳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건물 뒤편으로 골목으로 밀려나고 있다. 심지어 2015년 담배 가격이 2천원 인상돼 애연가들의 고통은 점점 늘어만 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흡연율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아직도 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고, 기차역 흡연 부스에는 수많은 사람이 옹기종기 모여 담배를 물고 있다. 통계자료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국민 건강영양 조사를 보면 2015년 전체 성인 흡연율은 22.6%로 2014년(24.2%)에 비해 1.6%포인트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성인 남성의 흡연율 역시 최초로 30%대에 진입은 했지만 39.3%로 여전히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다양한 곳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을 만나봤다.


▶ 20·30대 직장인-스트레스 받을때마다 펴…담배 핑계로 사무실 밖에서 이야기
▶ 20대 여성-친한 사람 외 흡연 사실 숨겨…여성흡연자 안 좋은 시선 불편
▶ 복학 대학생-군대서 담배 배워…흡연도 권리인데 왜 흡연자 설 땅 없애는지
▶ 10대 고교생-중학생 때 호기심에 시작…지금은 끊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


◆10대 “호기심에서 시작”

점심 때가 조금 지난 시간. 중구 삼덕동 원룸 사이 골목에서 아직 앳된 얼굴을 한 4명의 여고생을 만났다. 이들의 손에는 익숙한 상표의 담배가 들려 있었다. 주위 어른이 지나가는지 의식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고등학생의 모습. 점심 식사 후 ‘식후땡(?)’을 하고 있다는 학생들이다. 신모양(17)은 “중학생 때 호기심에 시작하게 됐다. 시작은 호기심이었는데 지금은 끊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친구 이모양(17)은 “담배라는 것이 묘한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처음엔 무슨 맛인지도 모르고 시작했는데, 지금은 매일 생각난다”고 털어놨다.

◆담배를 피우는 이유는 다양

합법적으로 담배를 구매할 수 있는 20대를 한 대학 캠퍼스에서 만났다. 캠퍼스 곳곳에 위치한 흡연 공간에서 만난 대학생들은 흡연을 하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었다. 김창민씨(25)는 취업 준비생이다. 졸업을 유예해 아직 학생 신분이다. 그래서 매일 도서관을 다니고 있다. 김씨는 “도서관에서 밖에 나오면 하는 일이 밥 먹는 거 하고 담배 피우는 거밖에 없는 것 같다. 돈도 부담되고 건강에 안 좋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담배라도 안 피우면 정말 짜증 날 것 같다”고 말했다. 부모님에게 용돈을 받는 처지지만 흡연에 드는 비용을 쉽게 줄일 수 없다는 게 그의 고민. 그는 한 달에 담배 구입에 10만원 정도를 지출한다.

이제 막 복학을 한 대학생 3명을 만났다. 이재현씨(23)는 “군대에서 담배를 배웠다. 처음엔 끝까지 안 배우고 전역하려고 했는데, 그게 쉽지 않았다. 훈련이나 작업을 쉬는 시간에 담배를 피우는 선임들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담배를 물게 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남자들끼리는 담배를 피우면서 친해지는 게 있는 것 같다. 처음에 만났을 때 같이 담배를 피우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 쉽게 친해질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캠퍼스의 저녁. 개강 초기라서 그런지 학교 주변 술집엔 많은 대학생들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술집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대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박정민씨(24)는 “술을 마시면 담배가 생각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술 한번 먹으면 평소보다 담배를 2배 정도 많이 피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씨는 “예전에는 술집에서도 담배를 피우곤 했는데 이렇게 나와서 피우는 것이 불편한 것도 사실이다. 흡연도 하나의 권리인데 왜 흡연자가 설 땅을 없애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불평했다.

◆“피우고 싶어서 피우겠어요?”

휴식시간이나 점심시간에 넥타이를 맨 직장인들의 흡연 모습은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북구에 위치한 한 기업에서 직장인들을 만났다. 지난해 입사했다는 신모씨(29)와 그의 선임 박모씨(33). 담배를 피우면서 회사 이야기 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신씨는 “솔직히 피우고 싶어서 피우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업무도 업무지만 스트레스받을 때마다 이렇게 담배를 피운다. 사무실에만 앉아 있으면 답답하기도 한데 담배를 핑계로 이렇게 밖에도 잠깐 나올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박씨는 “사무실에서 이야기하는 것도 좋지만 밖에 나와서 가끔 상사 욕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저녁시간 신천시장. 이곳 술집 앞에도 담배를 피우는 사람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담배를 피우면서 열띤 토론을 하고 있는 두 사람을 만났다. 이들의 대화 내용은 회사이야기였다. 연거푸 담배 연기를 내뿜는 이모씨(28)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이씨는 “원하는 직장에 원하는 직무에 들어갔다고 생각했는데 영업이라는 것이 쉽지가 않다. 매일 밖으로 돌아다니는 게 일이니 지치고 힘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힘들 때마다 담배를 피우는 것 같다. 취업하기 전에는 하루에 10개비 정도만 피웠는데 요새는 하루에 1갑은 피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성이 담배 피우는 게 잘못된 건가요?”

2015년 기준 성인 여성의 흡연율은 5.5%이다. 매년 여성 흡연율은 5~7% 사이를 기록하고 있다. 거리에서 흡연을 하는 여성을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남성 흡연자와 달리 차 뒤에서 혹은 건물 뒤에 숨어서 담배를 피우는 여성이 많다. 동성로 거리 차 뒤에 숨어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여성 흡연자를 만났다. 서모씨(여 26)는 5년째 담배를 피우는 애연가이다. 애연가인 그녀가 늘 신경 쓰는 부분은 주위 사람에게 들키지 않는 것이다. 서씨는 “몇몇 친한 사람을 제외하고 주위에 흡연 사실을 절대 알리지 않는다. 냄새를 없애기 위해 향수는 항상 가지고 다니며, 담뱃갑이 보이지 않게 늘 주의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자가 담배를 피운다고 하면 보는 그 시선이 정말 싫다. 남자나 여자나 흡연하는 것은 다 똑같은데 왜 그런 시선이 존재하는지 모르겠다”고 불평했다.

유승진기자 ysj194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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