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 “길은 저마다 매력적…가까운 대구 올레부터 걸어보세요”

  • 김형엽,이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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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30 08:14  |  수정 2017-03-30 08:14  |  발행일 2017-03-30 제28면
영남일보 CEO아카데미 강연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 “길은 저마다 매력적…가까운 대구 올레부터 걸어보세요”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올레는 제주를 대표하는 하나의 브랜드가 됐습니다.”

<사>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59)이 지난 28일 대구를 찾았다. 서 이사장은 이날 오후 대구시 신천동 영남일보 대강당에서 열린 영남일보 CEO아카데미 강연에서 ‘슬로 라이프 간세다리(게으름뱅이를 의미하는 제주도 사투리)’라는 주제로 강의했다.

서 이사장은 “제주 올레에서 가져온 기념품 하나를 선물로 준비했다”며 강단에 올라섰다. 그는 “제주에는 올레라는 이름을 가진 수많은 사업이 있다. 빵, 렌터카, 숙박 등 다양한 사업체가 있지만 우리 법인에서 하는 사업은 없다”며 “올레가 브랜드가 되어 길뿐 아니라 지역 경제에까지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젊은 시절 그토록 열심히 했던 기자 생활을 과감히 그만둔 사연을 소개하며 길을 걷게 된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서 이사장은 “그 당시엔 아주 짧은 거리라도 택시를 탈 정도로 시간에 쫓겨 살았지만 기자라는 직업이 좋았다. 하지만 건강에 이상이 생겨 걷기를 시작했고,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기 위해 과감히 사표를 냈다”고 했다.

이어 3년간 26개 코스, 425㎞ 거리의 올레길을 완주한 79세 할머니의 사연을 소개하며 “매일 조금씩 길을 걸으며 자연과 벗삼아 지낸 사연을 들으니 나 또한 행복해졌다. 처음 길을 만들 땐 주변 사람들로부터 미쳤다는 말도 들었지만, 이제는 제주뿐만 아니라 여행, 삶의 패러다임을 바꾼 길이 됐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올레는 제주 방언으로 ‘좁은 골목’이란 뜻이며, 통상 큰길에서 집 대문까지 이어지는 좁은 길을 말한다. 올레길을 만들 때 서 이사장은 △되도록 아스팔트 길은 피한다 △사라진 옛길을 찾는다 △새로운 길을 만들 때는 친환경적 방식을 쓰고, 인공 설치물은 자제한다 △새 길의 폭은 1m를 넘지 않는다 △길을 만들거나 보수할 때는 다양한 인력을 참여시킨다 △사유지는 올레가 소유하지 않되, 통과하도록 조율한다 등 6개의 조성 원칙을 세웠다.

서 이사장은 제주 올레를 찾기 전에 자기가 사는 지역의 길을 먼저 찾으라고 조언했다. 그는 “대구의 올레길을 아는 사람은 적지만 대구 올레길이 제주 올레길보다 못하다고 할 수 없다. 길은 저마다 매력이 있으니 가까운 곳부터 걸어봐야 한다”고 했다.

2007년 9월 제1코스가 개발된 이래 제주의 상징이 된 올레길은 매년 100만명 이상이 찾는 대표 관광지가 됐다. 길은 전통시장으로 이어져 지역경제를 살리고 해외에 있는 길과 ‘우정의 길’을 맺기도 했다. 그는 느리게 걷는 장거리 도보여행 길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냈다.

김형엽기자 khy0412@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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