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진의 정치풍경] 박근혜와 잔인한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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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30   |  발행일 2017-03-30 제30면   |  수정 2017-05-17
박 전 대통령 몰락 서곡
2014년 4월16일의 비극
그 세월호가 돌아옵니다
박 전 대통령에게도
잔인한 4월이 왔습니다
20170330

삼성동의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4년 4월을 회상합니다. 벚꽃 망울이 도톰하게 맺히기 시작했습니다. 정부가 출범한 지 이제 1년, 청와대 보좌진도 제 모양을 갖추었습니다. 얼마 전 독일을 방문하여 ‘통일은 대박’이라는 드레스덴구상을 발표했습니다. 한국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 전인대회의 이슈가 되면서 문화융성 프로젝트의 분위기도 무르익었습니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계속 치솟아서 60%를 넘어섰습니다.

4월16일 아침, 진도 앞바다에서 수학여행 크루즈가 침몰했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단순 사고가 아니라 엄청난 재앙이라는 현실이 실감으로 다가왔습니다. 언론 보도가 우왕좌왕합니다. 다 구했다느니, 못 구했다느니….

그날 이후 대통령은 혼자 칩거하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웬만한 보고는 대면이 아니라 서면으로 대체했습니다. 대통령의 변화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첫째, 전에는 범접할 수 없는 우아함이 리더의 제일 덕목이었습니다. 귀찮음을 무릅쓰고 올림머리와 옷깃 세우기 복장을 고집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국민의식이 180도 변했습니다. 팽목항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직접 지휘하고, 빠져가는 배를 안타까워하며 함께 발을 동동 구르는 그런 모습이 훌륭한 지도자의 덕목이 되었습니다. 대통령은 이런 변화를 이해할 수도, 따라갈 수도 없었습니다. 이때부터 ‘지록위마(指鹿爲馬)’를 일삼는 최순실의 말에 귀가 솔깃해졌습니다.

둘째, 대통령은 공무원들에게 너무나 실망했습니다. 국민안전이 최우선이라 해서 안전행정부로 조직을 개편했음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발생하자 그들은 ‘동작 그만’이었습니다. 영혼 없는 기계와 같았습니다. “내가 이 사람들을 믿었다니!” 그날 이후 대통령은 자신의 역점 사업을 위한 동력을 공무원이 아닌 다른 곳에서 찾았습니다. 최순실이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생긴 겁니다.

세월호가 드디어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박 전 대통령에게는 다시 잔인한 4월이 찾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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