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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마라톤이라는 평범한 진리…학생들도 몸으로 겪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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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효설기자 황인무기자
  • 2017-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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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근 대구서부교육장이 들려주는 ‘달리기 예찬론’

이상근 대구서부교육지원청 교육장이 지난달 30일 오전 8시30분 한 때 자신이 교장으로 몸 담았던 대구 가창초등 운동장에서 학생들과 함께 신나게 달리는 모습.
학생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2015 영남일보 하프 마라톤대회에 가창초등 학생들과 출전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이상근 대구서부교육지원청 교육장(교기 뒤) <이상근 교육장 제공>
“교육장님, 요즘도 마라톤하십니까?” 이상근 대구서부교육지원청 교육장(59)이 후배 교사들에게 자주 듣는 말이다. 이 교육장은 지난달 19일 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 출전으로 풀코스 42.195㎞를 100회 완주했다. 2002년 1월 달리기를 시작한지 15년여 만이다.

인터뷰 전 통화에서 그는 멋쩍게 웃으며 “별일 아니라 그저 소소한 생활인데 이야기할 게 있겠습니까”라고 했다. 지난달 28일 오전 서구 내당동 집무실로 찾아갔다. 평소 그를 자주 만났지만 전형적인 교장 선생님 타입이다. 단정하고 말수가 적은 편이고, 운동과는 그다지 관련성이 없어 보였다.

“마라톤 100번 완주한 거요. 그거 제겐 별다른 의미가 없어요. 1이 2가 되고 99가 100이 됐다는 거지요.”


16년째 달리기로 시작하는 하루
마라톤 풀코스 완주만 100번
비결은 없어…몸으로 하는것뿐
힘들 때 참고 계속 해나가면
비로소 목표에 도달할 수 있어


▶풀코스를 100회 완주하셨는데 도대체 이제까지 얼마나 달린 겁니까?

“풀코스를 한 번 뛰려면 그전에 42.195㎞를 10배 이상 뜁니다. 그래야 경기 도중 힘들거나 그다음 날 지치는 일이 없거든요. 수치상으로 완주 100회에 연습량을 합하면 4만2천195㎞가 나오네요, 허허”

이 교육장은 16년째 매일 아침 달리고 있다. 새벽 4시30분 일어나 집 근처 신천 둔치를 혼자 달린다. 대략 1시간30분쯤 뛰고, 헬스클럽에 가서 근력운동을 50분 정도 한다. 집에서 식사를 하고 출근하면 하루가 상쾌하다. 비가 오면 우산을 쓰고 걷고, 추우면 기모바지를 입고 달린다. 1주일 중 하루만 완전히 달리기를 쉰다.

▶건강 때문에 마라톤을 하는 건가요.

“마라톤을 한 후 자기주도적인 생활을 하게 됐습니다. 그전엔 아침 6시 아내가 깨우면 겨우 일어나 고양이세수하고 비몽사몽 간에 출근했죠. 남들처럼 스트레스도 받고 담배를 2갑반씩 피워도 봤습니다. 제 키가 168㎝인데, 16년전 80㎏ 넘게 나가 동료들이 ‘금복주’라고 장난삼아 불렀어요. 고혈압·복부비만 등 각종 성인병으로 1㎞도 못 뛰는 몸이었죠. 그런데 새벽 마라톤을 하고 생활 전체가 송두리째 바뀌었습니다. 몸도 몸이지만 매사에 일희일비하지 않게 된 것이 가장 큰 변화입니다.”

▶함께 일했던 장학사들은 교육장의 추진력을 높게 평가하던데요.

“소위 ‘자기관리’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학교에서 어려운 일이 생겨 힘들 때 새벽 마라톤을 통해 힘을 얻었어요. 한 50분 뛰면 머리가 맑아지면서 마음이 고요해집니다. 문제에 대해 화가 나거나 피하고 싶은 마음이 점차 사라지고 의연해졌다고 할까요. 일을 추친하려면 문제 해결력이 관건인데 마라톤 덕을 많이 봤습니다.”

이 교육장은 폐교 직전의 작은학교 대구 가창초등에서 ‘아침 달리기’를 도입한 주인공이다. 아침 수업 시작 전 학생과 교사들이 운동장에 나와 30분씩 달린다. 핵심은 함께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단체로 달리거나 줄넘기를 하거나 걸으면서 학교생활을 시작하도록 한 것이다.

▶가창초등은 요즘도 ‘아침에 함께 달리기’를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학생들의 호응이 아주 좋다던데요.

“달리기는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홀로 그리고 함께할 수 있는 활동입니다. 한 번은 학교에 소아마비 학생이 있었는데 다른 학생들이 단체 줄넘기를 할 때 바닥에 주저앉아만 있더라고요. 그때 줄을 돌리던 학생이 ‘야! 이거 한번 돌려줄래?’라고 부탁했는데 그러자 친구들의 부축을 받아 어설프게나마 줄을 돌렸습니다. 나중엔 또 다른 학생이 ‘너도 한 번 뛰어볼래? 정말 재밌어’라고 이끌었죠. 쭈뼛거리며 줄 앞으로 간 이 학생이 어렵사리 줄을 뛰어넘자 학생들이 폴짝폴짝 뛰며 환호했습니다. 교사들도 박수를 치며 좋아했어요. 이처럼 어린 학생들은 함께 달리고 운동하면서 공동체의식, 자존감, 성취감을 모두 얻을 수 있습니다. 이런 효과는 고스란히 자기주도적 학습으로 이어지는 것은 물론입니다.”

그는 이어 지덕체(智德體)에서 체덕지(體德智)로 바뀐지 오래됐다. 덕성을 기르고 지성을 기르는 것보다 체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체를 그저 건강한 신체쯤으로 가볍게 이해하는데 그게 아니다. 공동체정신, 대인관계, 인내력, 끈기 이 모든 것들이 체다. 따지고 보면 한 인간으로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인생은 마라톤’이라고 말들 합니다. 학생들에게 마라톤에 빗대어 하고 싶은 말씀을 들려주시죠.

“어린 학생들은 이 말을 몸이 아닌 머리로만 이해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말은 온전히 몸으로 이해해야 이해한 것입니다. 누구나 인생에서 오르막과 평지, 내리막을 경험하며 점차 그 뜻을 알아차리는 것 같습니다. 저는 학생들이 인생이 마라톤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몸으로 겪어보길 바랍니다. 안 겪고 아는 길은 없습니다. 한번은 어려움을 겪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힘들 때 참으면 내성이 생기고, 계속 해나가면 비로소 목표점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내게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마라톤을 할 수 있는 비결’을 물어옵니다. 근데 비결은 없습니다. 몸으로 하는 것 뿐입니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사진=황인무기자 him7942@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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