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이 따라 남하한 진객…동해, 범고래의 새로운 고향?…울진 앞바다서 ‘범고래 母子’ 16년 만에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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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선우기자
  • 2017-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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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동해안을 떠났던 범고래가 최근 잇따라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조만간 동해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는 범고래떼를 볼 수 있을 날이 올지도 모른다. 지난달 15일 울진 앞바다에서 물 위로 올라온 범고래 모자.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 제공>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에는 육지와 바다에 사는 동물 그림 193점이 새겨져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이 등장하는 동물은 고래(30%)로 58점이나 된다. 지구상에 250여 마리밖에 남아 있지 않은 멸종위기종 북방 긴수염고래,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귀신고래, 바다의 포식자로 불리는 범고래가 대표적이다. 고대~조선시대만 해도 울산 앞바다에 흔했던 고래들은 일제강점기, 근대화·산업화를 거치면서 남획으로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를 막기 위해 1986년 국제포경위원회(IWC)는 고래포획금지를 선포했다. 동해에선 20여년 전부터 돌고래떼가 다시 등장한 이후 최근에는 국제보호종인 범고래가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고래가 다시 동해로 돌아오고 있는 걸까?

◆범고래가 다시 우리 곁에 오고 있다

오호츠크해가 주 서식처인 범고래는 한반도 3면 바다 가운데 서해에서만 드물게 발견돼 왔다.

국립수산과학원이 2000년부터 2010년까지 11년간 한반도 근해와 연안에서 총 53회 눈으로 관측(Sighting survey)한 결과, 동해에서는 범고래를 제외한 11종의 고래가 발견됐다. 남해에서는 상괭이와 긴부리참돌고래 2종만 포착됐다. 서해에선 범고래와 큰돌고래 등이 목격됐으나 발견 빈도는 1~2회에 그쳤다.

이처럼 흔적을 찾기 힘들던 범고래가 동해에서 실제 살고 있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2015년 울진 앞바다에서 다 자란 암수 범고래 한쌍이 발견된 이후 2년 만에 같은 곳에서 범고래 어미와 새끼가 헤엄치는 모습이 관찰됐기 때문이다. 과거 포경업과 산업화에 의해 축소된 동해안 해양 포유류의 종 다양성이 다시 풍부해지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손호선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 해양수산연구관은 “범고래 어미와 새끼가 함께 있다는 것은 주변에 틀림없이 수컷이나 다른 무리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한동안 동해에서 보이지 않던 범고래가 발견된 것은 좋은 징조”라고 말했다.


국내 범고래 목격 사례는
2년전 다 자란 한쌍 목격된 곳서
새끼와 함께 유영하는 모습 관찰
서해서 두차례 발견된 적 있어
오호츠크해 부근 주로 활동영역


국내 고래연구의 수준은
10여년 전에 첫발‘걸음마 단계’
매년 4차례 정기 목시조사 실시
개체수·종류 눈으로 파악 한계
장시간 비행 드론 활용 등 기대



그는 또 “‘몇 마리의 범고래가 출현한 것을 과대해석한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범고래는 오호츠크해 얼음이 녹으면 바닷길이 열려 봄부터 가을까지 남쪽 바다에서 보낸 뒤 얼음이 얼기 전에 극지방으로 이동하는 것이 정설”이라면서 “하지만 최근 10년간 일본 홋카이도와 러시아 연안에 범고래의 주 먹잇감인 물개와 돌고래류 등의 개체 수가 크게 늘어난 데 이어 3년 전부터는 동해에서도 물개 등이 많이 발견되고 있다. 범고래가 먹잇감을 따라 오호츠크해 등지에서 동해로 서식지 또는 활동영역을 확대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손 연구관은 이에 따라 앞으로 한반도 연안의 고래자원 서식 여부를 지속적으로 관찰해 서식종과 개체수를 명확히 파악하고 고래자원 보호를 위한 다양한 연구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손 연구관은 “범고래 발견 빈도가 늘어나면 몇 년 뒤에는 봄부터 가을까지는 동해에서 볼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주축이 되는 생태계 연구에서 고래연구는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선 해양 생태계 모델링이 우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고래연구 결과는 긴 시간을 기다려야

범고래의 동해 귀향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이를 제대로 입증하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국내 고래연구 기간이 짧은 탓이다. 한국에서 유일한 고래 전문 연구기관인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가 설립된 지 올해로 13년째다. 바다의 거대 자원인 고래의 보존과 지속가능한 다양한 활용을 위한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선 오랜 시간 동안 데이터가 축적돼야 하는데, 지금까지 모은 자료의 분량은 20년이 채 되지 않는다.

손 연구관은 “국내 고래연구는 이제 출발 단계를 넘어섰다. 이런 상황에서 상세한 연구 결과물을 기대하는 것은 섣부르다”면서 “예를 들어 기상청은 수십년간 비축된 자료를 통해 기상예보를 한다. 평년값만 해도 30년 치를 합산한 것이다. 고래연구소는 10여년 전에 겨우 첫발을 뗐다”고 말했다.

고래자원 조사방식도 육안으로 물위에 떠오른 고래를 확인하는 정도에 머물러 있다. 최근 새로운 고래자원 조사방법으로 떠오른 음파탐지도 개체 수와 고래의 종, 유영방향 등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고, 인공위성 촬영을 통해서는 고래의 모습조차 제대로 확인하기 어렵다. 유인 항공기를 통한 정밀조사는 예산 제약으로 쉽지 않다. 무작정 선박을 타고 바다로 나가 서식하는 곳이 일정치 않은 고래들을 발견하는 것은 쉽지 않은데도 목시조사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고래연구소 연구원들은 매년 4차례 정기 목시조사를 나간다. 조사는 550t급 선박으로 1년에 한번 나가며, 25일가량을 바다 위에서 보낸다. 작은 배로는 1년에 3번 나가며 20~30마일(해상 1천852㎞) 정도 이동하며 고래가 물위로 떠오르는지 살핀다. 이때 선상에서 보이는 고래의 각도와 거리, 유효조사 면적 등을 기록한다. 하지만 인간이 고래를 볼 수 있는 건 거대한 몸을 수면 위로 드러내는 찰나이며, 그 순간에 의지하기 때문에 목시조사 결과에서 종을 분류할 수 없는 미분류 고래로 남는 경우가 종종 있다.

손 연구관은 “드론(무인항공기)은 배터리 한계 때문에 해상에 장시간 띄우지 못한다. 현재 대한항공에서 개발 중인 드론이 배터리 한계를 극복한다고 해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이 드론을 활용하더라도 동해 연안은 비행금지구역인 탓에 국방부 허가를 받아야 해 절차가 번거롭다”고 했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범고래 = 돌고래과 중 가장 덩치가 큰 바다의 최고 포식자다. 바다거북과 상어, 물범뿐만 아니라 자신보다 덩치가 큰 다른 고래까지 잡아먹어 ‘킬러 고래’라는 별명이 붙었다. 몸길이는 7~10m, 몸무게는 6~10t에 이른다. 무리를 지어 사냥하고, 지능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로 캐나다, 알래스카, 노르웨이 등 극지방에 분포하지만 간혹 열대지방에서도 발견된다. 인간을 제외한 동물 가운데 가장 넓은 지역에 분포한다고 학자들은 설명한다.
■ 2000~2010년 한반도 근해 및 연안 고래류 목시조사
  결과 (단위: 목시 횟수(마릿수)
명칭동해대한해협서해종합
밍크고래328(359)068(88)396(447)
미분류 고래1(2)001(2)
향고래1(8)001(8)
범고래002(4)2(4)
흑범고래9(1037)009(1037)
큰머리돌고래14(87)0014(87)
큰돌고래10(637)02(2)12(639)
낫돌고래27(2,676)0027(2,676)
긴부리참돌고래101(22,104)1(20)0102(22,124)
짧은부리참돌고래1(100)001(100)
까치돌고래22(68)0022(68)
상괭이77(171)309(628)349(578)735(1,377)
미분류 돌고래4(9)01(3)5(12)
종합595(27,258)309(628)423(695)1,327(28,581)
 <자료: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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