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영의 포토 바이킹] 청룡산MTB 도로 재도전기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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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07   |  발행일 2017-04-07 제37면   |  수정 2017-04-07
龍처럼 구불구불 12㎞ 산길…낙동강 위를 나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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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같은 강을 보여주는 낙동강자전거길의 제1 절경 청룡산MTB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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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야 문화 라이딩 할 때 출발약속장소로 정하면 좋을 개경포기념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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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정황성길 사촌리에서 개진 반운리 회천강변 사이에 있는 보 낚시터엔 강태공들이 라이더보다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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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문화권 관광명소화를 위해 조성한 모듬내 보도교에서 본 고령의 또 다른 자랑 모듬내 자전거길.

지난해 영남일보 녹색자전거대행진에 참가하고 귀로의 여정으로 잡았다 표류해버렸던 청룡산MTB도로에 재도전했다. 우곡교에서 MTB도로 안내판만 믿고 덤볐다 날이 어두워져 길을 잃고 개경포 너울길로 들어갔다 멧돼지 흔적에 쫄기도 했던 추억을 선물한 황톳빛 자전거길은 포켓몬고 성지 찾기 게임에 등재하면 위치 추적이 가능하려나. “강과 산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묘미가 있어 전국 자전거 마니아들 사이에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는 보도와 달리 청룡산MTB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정보를 구하기 어려웠다.

배포자료에 “고령군 개진면 개포리와 우곡면 예곡리를 잇는” 청룡산 MTB도로라고 해, 예곡리를 입력하고 포터에 자전거를 싣고 점프라이딩에 나섰다. 현풍 구지와 우곡 접경지에서 정오가 가까워지도록 떠돌았다. 길 찾는 것도 식후경. 현풍장터 길목 반점에서 짠뽕(염도 높은 짬뽕)으로 이른 점심을 먹었다. 식사중 중도포기를 작심하고 개경포기념공원에 주차를 해놓고, 청룡산 아니라도 좋으니 대가야로 가는 길을 찾기로 했다.

구지·우곡 접경지서 오전 내내 헤매다
또 포기…개경포공원서 뜻밖의 실마리
개경포 너울길 오른쪽이 찾던 자전거길

쉼터서 숨돌린 후 대가야읍行 ‘다운힐’
남와구거·우륵박물관·지산고분군까지
대가야 문명 신비 속으로 가는 플랫폼


스틸아트를 하는 김모 작가와 철의 왕국 대가야를 기분 좋게 누벼보려던 계획은 예곡리를 포기하고 개포리 쪽 개경포기념공원에 하차를 하면서 펼치게 되었다. 청룡산MTB도로는 어디에 숨어 있을까? 청룡산MTB도로가 아니라 차라리 개포임도라고 했으면 곧장 산길로 오를 수 있었을 텐데. 포터에서 자전거를 내리자마자 개경포 주막에서 막걸리를 한잔 걸치고 있는 라이딩팀에 물으니 쭉 직진하면 된다고 했다.

개포나루는 우륵이 나룻배에 가야금을 싣고 신라로 귀순한 강이고, 강화도에서 만든 팔만대장경을 배에다 싣고 와서 내려 해인사까지 운반하였다고 하여 개경포라고도 부른다.

명예 고령군민이 된 소설가 김훈의 문장빨로 역사적 조명을 받은 개포나루는 “산악과 바다가 만나는 내륙의 포구였고 개포나루에 이르러서 수면은 들판 언저리까지 차 올라와서 강을 바라보는 사람의 몸속으로 흘러 들어오는” 청룡산MTB도로 주차장이라고 했으면 더욱 빛날 공원이었다.

금방 알아차릴 엄청 쉬운 것도 모르면 갑갑하다. 청룡산MTB 도로는 개경포 기념공원에서 출발해 개경포 너울길과 같은 출발선상에 있었다. 그 오른쪽으로 나 있는 자전거길이 주무부처 장관이 4대강자전거길 가운데 엄지손을 들었다는 청룡산MTB 도로였다. 입간판이 없어 구불구불 용의 등 모양을 한 12㎞ 청룡산 산악자전거길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 우리에게는 임도를 활용한 산악자전거길일 따름이었다.

이 길은 임도가 최고 자연스러운 자전거길이란 것을 재확인해준 하늘길 다음 산길이고, 빽빽이 들어선 나무들 사이로 강이 보였다 사라지고 확 트이기를 반복하는 ‘커튼콜’의 너울길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었다.

청룡산 산악자전거길은 4대강사업으로 생긴 낙동강자전거길 가운데는 백미에 속할 것이나 대구와의 거리감 때문인지 대중성은 약했다. 낙동강 위를 나는 즐거움을 지탱해줄 미지의 디테일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할 것으로 보였다. 정상 도전 베이스캠프인 청운각공원 쉼터에 이르니 차량을 타고 와본 기억이 되살아났다. 처음 밟은 길이 낯익은 길로 바뀌었다. 3~4년 흐른 세월은 금방 낯설게 했다. 청운각공원에서 개경포전망대에 올라 굽이치는 낙동강 줄기를 볼 생각을 못했다.

311m 높이도 버거울 때가 있다. 청룡산은 우곡면 예곡리와 개진면 개포리에 걸쳐 있지만, 실제로는 도진리의 영역에 가까웠다. 도진리를 둘러싸고 있는 산 모습이 용의 구불구불한 등 모양을 하고 있어 청룡산이라 했다. 청룡산MTB도로를 타면 정상부에서 다운힐해서 들꽃마을, 우곡교 방향으로 낙동강자전거길을 타고 돌아올 수도 있지만, 해 떨어지기 전에 대가야 문화의 센터인 대가야읍으로 가고 싶었다. 청룡산 정상으로 가면 대가야읍으로 서둘러 가지 못한다.

정상으로 가는 길과 어디로 가는지 모를 갈림길에서 내려가면 대가야읍으로 가는 길이 열릴 것 같아 다운힐을 선택했다. 웬만한 건각이 아니라면 역주행이 쉽지 않은 급경사로였다. 길지 않지만 고생끝 잠깐 즐거움이 느껴지는 내리막길이었다. 이름 모를 산 아래 일하는 농부들이 사는 마을이 나왔다. 스피드를 이기지 못한 자전거는 어떤 고택 앞을 지나칠 즈음 급제동을 걸게 했다. 오래되었어도 단아함을 잃지 않은 멋이 살아 있는 ‘남와구거’였다. 남와(南臥) 박민국(朴敏國)이 1805년에 건축한 전통가옥이다. 산수유가 탐스럽게 피어나고 있는 주인 모를 옛집은 비발디의 사계를 전시하는 남와 갤러리 같았다.

구르는 자전거는 쉬어갈 수는 있지만 오래 머무를 순 없다. 우곡우체국을 지나 마을 길을 벗어나 우곡로에서 회천을 가로지르는 도진교와 만났다. 마을 앞 회천 둑을 따라 복숭아나무가 우거져 절경을 이룬 것을 보고 ‘복숭아 도(桃)’자를, 회천에 한실과 속리·사촌으로 건너가는 나루가 있어 ‘나루 진(津)’자를 따서 도진(桃津)이라 불렸다. 이곳을 무릉도원으로 삼은 고령박씨 소윤공파 세거지였다. 이 마을은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298호인 고령박씨 소윤공파 문적, 모현정, 죽연정, 문연재, 경매정, 남고정, 남와 구거, 낙락당 등 둘러볼 곳이 많은 양반동네다.

도진교는 배가 되어 자전거를 야정리 방향으로 실어날랐다. 마을길이 탐이 났던지 우리는 눈 속으로 감겨오는 야정황성길로 호기심에 가득찬 라이딩을 했다. 우곡로를 타지 않고 지름길을 더듬은 것은 혼선을 부추겼다. 사촌리(야정황성길 283) 앞에서 막다른 길과 마주했다. 김 작가는 산으로 올랐고 나는 물가로 내려갔다. 산에서는 절벽을 만나고 냇가에서는 자전거 타고 건너기 힘든 강을 만났다. 김 작가는 되돌아가는 먼 길을, 나는 양말을 벗고 내를 건너는 지름길을 각각 택해 흩어졌다.

사촌 보 낚시터 아래 녹음을 더해가는 버드나무를 보며 바짓가랑이를 조금만 접어올리면 건널 수 있을 것 같았던 시냇물은 강으로 깊어갔다. 허벅지 높이까지 옷을 적시고서야 야정황성길을 벗어날 수 있었다.

강둑으로 올라서니 회천로였다. 타고 온 포터에서 낚시 장비를 내리는 낚시꾼에게 고령으로 가는 방향을 확인차 물었더니, 이대로 쭉 5㎞쯤 가면 대가야읍이라고 가르쳐줬다. 사촌 건너편은 지난 가을 벼논을 갈아엎던 광경을 목격하고 씁쓸하게 지나온 개진면 반운리 쪽이었다. 강변 축사에서 뿜어져 나온 분뇨 냄새가 와서 코를 찔러도 룰루랄라 할 수 있었다. 공장 군데군데 핀 꽃나무엔 봄빛이 완연했다. 회천대교다. 장기리 암각화를 건너뛰니 회천변에 터를 잡은 고령생활체육공원이 빨리 다가왔다.

철의 왕국 대가야를 상징하는 모듬내의 노랑무늬 대가야 보도교를 밟았다. 모듬내 보도교는 밤이 깊어야 더욱 빛난다고 하는데, 100m길이에 12줄의 가야금과 고분군을 형상한 것이다. 모형 가야금을 보고는 바로 정정골 쾌빈리의 우륵박물관으로 향했다.

대가야읍으로 들어가려면 대구의 금호강 신천 격인 회천교로 통해야 한다. 어부실길에서 P턴을 해 성산로의 회천교를 건너, 현문교차로, 장기삼거리, 고령광장교차로에 도착하여 고령시외버스정류장 앞으로 난 대가야로를 따라 고령경찰서, 고령산림조합 방향 쾌빈교에서 좌회전하면 고령중학교와 고령고등학교 사이에 고령교육지원청이 나온다. 거기에서 왼쪽 방향 1㎞ 안에 지붕의 생김새가 연주할 때 뉘어놓은 가야금처럼 약간 기울어진 모양의 우륵박물관에 도착했다.

우륵박물관에서 유심히 본 것은 악기를 연주하는 악사들이 새겨진 백제금동대향로였다. 국적을 가진 음악의 무국적성을 보여주는 걸작이었다. 그것이 진품인지 모조품인지에 대해서는 무덤덤했다. 대가야를 넘어 한국의 것이 된 가야금.

우륵박물관을 잠시 둘러보고 해인사로 넘어가는 덕곡 예마을 벚꽃길을 찍고 돌아올 계획이었다. 본관리까지 가서 꽃봉오리 상태를 확인하고는 더 이상 전진할 마음이 사라졌다. 대가야 철금릉 라이딩의 꼭짓점인 역사테마파크 안 지산 고분군으로 향했다. 대가야는 1977년 44, 45호 고분이 발굴되면서 주목받게 되고, 문화관광부의 3대문화권사업권역으로 뿌리를 내렸다.

고령에서 야로의 철과 신라로 간 우륵의 가야금 소리는 잠잠한데, 주산 능선에 순장되어 있는 왕의 무덤들은 고분군으로 살아남았다. 죽은 왕들은 대가야식 피라미드로 건재했다. 해 떨어져 아름다운 능선이 포착되는 시간에 도착해, 자전거를 타고 지산 고분군 속을 거닐었다.

봄이 와도 꽃을 피우지 못할 것 같은 장미대선을 생각하니, 저 무덤 속 어디서 무국적성 우륵의 꿈이 되살아났다. “이게 나라냐!” 개포나루에서 청룡산 타고 모듬내로 흘러 주산에 올라 대가야 철, 금, 능 라이딩에 마침표를 찍었다. 내게 청룡산임도는 대가야 문명교류사의 신비 속으로 엮은 MTB플랫폼이었다.

인물 갤러리 ‘이끔빛’ 대표 newspd@empas.com

☞ 라이딩 코스

개경포기념공원-청룡산MTB로드-도진리 남와구거-우곡우체국-도진교-야정리-야정황성길-회천-회천강변길-대가야교-우륵박물관-대가야역사테마관광지-지산고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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