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스타트업 리그 경험기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7-04-10   |  발행일 2017-04-10 제30면   |  수정 2017-04-10
[기고] 스타트업 리그 경험기
추 현 호 워드스미스 출판사 대표

텍사스 고속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지평선 너머로 초록의 도시가 나타난다. ‘제2의 실리콘밸리’로 소개되는 텍사스 오스틴의 SXSW(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 행사에 다녀왔다. 지난해 10월 문화체육관광부, 대구시가 후원하고 대구콘텐츠코리아랩이 주관한 스타트업리그의 스토리 융합팀으로 참가해 4개월의 긴 여정을 마치고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킹오브콘텐츠리그 예선에 출전했고, 전국의 다양한 팀들과 경쟁하여 SXSW에 참가할 수 있는 최종 3개팀에 선발됐다.

대구에서 섬유, 안경 부품 사업을 하는 아버지의 아들로 태어난 나는 2009년 피자 배달 점을 인수하며 처음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2017년에 이르기까지 2개의 카페, 1개의 출판사를 창업했고 지역의 대형 어학원의 원장을 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사업은 혼자 힘으로 하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됐다. 창업멤버, 직원, 관계사들 나아가 정부와도 긴밀한 상호관계 속에서 성장하기도 하고, 쇠퇴하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번 대구콘텐츠코리아랩에 참여하면서 의미 깊었던 것은 창업의 세계에 나 혼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점이다. 참가한 동기들 모두 다른 분야에서 다른 아이템으로 시작했지만 고민은 비슷했다. 창업자금 조달, 마케팅, 초기 시장 정착 등 비슷한 고민을 했기에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었고 깊은 우정을 나눌 수 있었다. 자칫 정서적으로 고립되기 쉬운 창업가에게 이러한 네트워킹은 또 다른 길로 통하는 중요한 수단이기도 하고 정서적 안정에도 꼭 필요하다.

창업의 성공은 금전적 성공과 자아성취에 큰 도움이 된다. 나아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실패하면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다. 그 시작은 두렵고 막막하고 넘어서야 할 벽도 많다. 매 순간이 문제의 연속인 것이다. 직원들의 인건비, 월세 등으로 고민할 때는 아침이 오는 것이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수많은 수정을 거치면서 다시 나아가는 것. 그러한 과정을 이번 리그에 참여하며 배울 수 있었다.

창업아이템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철저한 시장준비와 다양한 검증이다. 물론 제일 중요한 것은 고객이다. 기업의 존폐는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와 제품을 사용해주는 고객에 의해서 결정이 되기 때문이다. 리그에 참여해 멘토링을 받고, 전문가의 피드백을 받은 것은 여러 면에서 초기 실패 위험을 줄이는 방법이 됐다. 또 리그에 참여하며 다양한 팀들을 살펴볼 수 있었던 것도 큰 도움이 됐다. 다른 팀의 비즈니스 모델을 같이 검증하고 그들의 발표를 보고, 듣고 사업모델이 성장해나가는 것을 볼 수 있는 뜻깊고 귀중한 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영국 셰필드에서 사회적 기업가 액셀러레이터 연수현장에서 전문가그룹으로부터 받은 멘토링 중 가장 귀중한 조언을 공유하고자 한다. ‘If you think enough, just do it!(만약 생각을 충분히 했다면, 이제 행동하라!).’ 모든 변화는 기존의 안정에서 벗어나 미지로 떠날 때 이뤄진다. 창업가로 산다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어렵기에 이뤄냈을 때 기쁨도 크다. 그래서 난 오늘도 창업가의 길을 선택한다.추현호 워드스미스 출판사 대표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