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부품 가공 기업 달성군 ‘대성하이텍’…하청기업이 일본 원청 인수한 ‘공업기계산업 분야의 신화’

  • 김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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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11 07:47  |  수정 2017-04-11 07:48  |  발행일 2017-04-11 제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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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하이텍 공장 내부 모습. 공장은 부품의 크기가 변하지 않도록 항상 21℃를 유지하고 있다. <제공 대성하이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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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하이텍전경. 대구시 달서구 현풍면에 위치한 대성하이텍의 전경.

꼼꼼함. 지난 7일 방문한 ‘대성하이텍’의 첫인상이었다. 대성하이텍은 회사를 방문하는 이들을 위해 전광판에 이름 혹은 단체명을 보여주고 장미꽃도 한 송이씩 준비해둔다. 공장 내부는 21℃를 유지하고 있다. 온도로 인해 제품의 크기에 변화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꼼꼼함은 대성하이텍이 공작기계 부품을 생산하며 길러진 것이다. 대구시 달성군 현풍면에 위치한 대성하이텍은 1995년 기계부품을 가공하는 기계이자 기계공업의 기초가 되는 공작기계와 부품가공, 완제품 조립까지 생산하는 전문업체다. 독보적인 부품가공 기술과 품질관리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어 지역의 ‘히든 챔피언’으로 평가받고 있다.

◆200통의 편지로 시작한 일본진출

대성하이텍은 특히 일본 시장을 주 타깃으로 성장해 왔다.

최우각 대성하이텍 대표는 처음엔 일본과의 거래를 통해 선진기술을 배우겠다는 취지로 일본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일본업체와 거래를 시작하는 것은 어렵지만 일단 관계가 형성되면 오랫동안 사업파트너로 지낼 수 있다는 말도 일본시장에 대한 관심을 높이게 했다. 처음 2년간은 많은 일본 기업들과 교류가 있었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내지 못했다. 그러다 코트라에서 600여 일본 기업을 대상으로 ‘한국에 부품을 조달할 계획이 있는가’라는 내용으로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를 받아보게 됐다.


공작기계부품·자동선반 주력
200개 日기업에 자필 편지 써
답장 온 1곳을 통해 해외 진출
70년 전통의 노무라VTC 인수

체계적 직원 교육·관리 시스템
2020년 매출 2천억원 목표
“자체 브랜드로 글로벌기업 성장”



최 대표는 그중 대성하이텍과 연관성 있는 기업 200개를 골라 자필로 편지를 썼다. 대성하이텍을 홍보하며 함께 사업을 하고 싶다는 내용의 편지였다. 200곳 중에서 답장이 온 것은 단 2곳. 그중에서 한 곳은 도면을 보내주며 견적을 내보라는 답신이 왔다. 대성하이텍의 일본 진출이 본격화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해외수출은 쉽지 않았다. 고군분투 끝에 일본 업체로부터 주문을 받았지만 꼼꼼하기로 유명한 일본업체들을 만족시키는 일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기업의 요구에 맞취 제품을 수정에 수정을 거듭해 거래사를 만족시켰다.

대성하이텍은 2016년 매출이 684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성장했다. 매출의 75%가 해외에서 나온다. 삼성전자, 삼성전기를 비롯한 국내 대기업뿐만 아니라 야마자키 마작, 토시바 등 글로벌 고객사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납품하던 일본기업을 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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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턴CNC 자동선반 기기

현재 대성하이텍은 공작기계 부품사업과 스위스턴 CNC(Computer Numerical Control) 자동선반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공작기계부품사업에는 공작기계와 공작기계의 성능·수명을 결정짓는 핵심 부품 등의 개발 및 생산이 주를 이룬다.

스위스턴 CNC 자동선반은 컴퓨터로 수치를 제어하는 자동선반으로 도면만을 입력해 초정밀 부품을 만들 수 있는 기기다. 자동차, 시계, 항공기 등에 들어가는 대부분의 부품들이 CNC 자동선반으로 만들어진다.

대성하이텍은 70년 전통의 CNC 자동선반 전문업체인 ‘노무라VTC’를 인수하면서 더욱 다양한 제품들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제품을 납품하던 회사가 역으로 인수를 한 건 공업기계산업 분야에서 최초의 일이었다.

현재 대성하이텍에는 노무라VTC 출신의 일본인 기술고문이 상주하며 ‘스크레핑’기술 등을 전수하고 있다. 스크레핑은 부품에 손으로 작은 흠을 내는 기술로 CNC자동선반 기기의 수명을 늘릴 수 있게 하는 핵심기술이다. 이처럼 일본이 가지고 있는 노하우·기술력과 대성하이텍이 가진 스피드·가격·품질 경쟁력이 합쳐져 시너지 효과가 나고 있는 것이다.

대성하이텍은 기기와 부품를 생산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품질보증을 위해 부품 1개씩 각각 진공 포장한다. 고객사에 전달될 때까지 흠집과 녹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부품 결함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도 수작업과 3차원 측정 등을 통해 전수검사로 실시하고 있다.

◆제2의 성장을 위한 경영혁신

제조업은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직원들이 바쁘게 하는 일이 대부분이라 체계적인 교육이 이뤄지기 힘들다. 자체적으로 매출규모에 걸맞은 인재관리와 경영관리가 필요한 법. 한 단계 도약을 위해 대성하이텍은 한국산업단지공단 대경권 기업성장지원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산단공 대경권 기업성장센터는 중견기업으로 발전가능성이 높은 우량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종합적인 성장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해당 컨설팅은 3년간 이뤄지며 연도별 추진전략과 과제 프로젝트를 지원한다.

대성하이텍은 산단공과 함께 ‘2020년 매출 2천억원’을 목표로 설정했다. 2014년 도입기를 시작으로 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2015·2016년은 확산기로 수익 구조개선과 원가절감을 이뤄냈다. 또 직원들이 직접 프로젝트를 진행해 직원들 개개인의 문제해결 역량을 향상시켰다.

최우각 대표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직원들의 역량과 경영시스템도 성장해야 한다”며 “앞으로 대성하이텍의 자체 브랜드 ‘제로인’의 인지도를 높여가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미지기자 ms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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