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영화의 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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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12 08:03  |  수정 2017-04-12 08:03  |  발행일 2017-04-12 제23면
[문화산책] 영화의 윤리
권현준 <오오극장 기획홍보팀장>

얼마 전 한 영화의 제작 소식은 세간에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그 영화의 제목은 다름 아닌 ‘세월호’다. 이 영화는 ‘크라우드 펀딩’(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불특정 다수로부터 모금을 하는 방식)을 통해 시민들로부터 제작 후원을 받고 있었다.

논란은 여기서 시작됐다.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를 통해 공개된 영화 포스터에는 ‘예정된 참사’ ‘기억하고 싶지 않은 최악의 해양 재난’ 등 선정적인 문구들이 쓰여 있었고, 영화의 예고편은 뉴스 화면 등 이미 공개된 영상들의 짜깁기로 그 만듦새가 조악하기 그지없었다.

감독은 “이 재난 영화를 보며 같이 슬프고 아픈 심정의 공감대를 형성했으면 좋겠다”는 연출 의도를 밝혔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만 3년이 다 돼가지만 아직 미수습자가 존재하고, 참사의 진상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상황이다. 그만큼 이 사건이 영화로 제작된다는 것이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제작진이나 감독은 영화의 제작에 앞서 이 참사의 직접적인 당사자인 유가족과 생존자들을 만나 영화 제작에 대한 최소한의 심정적 동의는 구했어야 했다. 그것이 영화를 만드는 사람의 최소한 예의이자 윤리다. 그럼에도 이 영화의 제작진이나 감독 그 누구도 그런 만남을 가지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영화가 취하는 이러한 태도는 그 진정성과 저의를 의심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요소가 돼버렸다.

영화를 만들 때 어떤 가치와 목적을 가지느냐만큼 중요한 것은 그 영화가 가지는 윤리의 기준이다. 그것은 진정성 있는 태도일 수도, 정치적 입장일 수도, 재미나 상업적 가치일 수도 있다. 앞서 언급한 영화 ‘세월호’의 경우에는 이 영화가 지니는 특수성이 있는 만큼 이 윤리의 문제에 대해 더 사려깊게 고민했어야 했다. 하지만 만드는 과정에서 반드시 요구되는 진정성 있는 태도라는 윤리를 간과했기 때문에 결국 논란을 불러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제작진이나 감독이 기어이 영화를 완성할 수는 있다.

만약에 이 영화가 완성된다고 가정한다면 그 윤리의 문제는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몫으로 넘어오게 된다. 영화평론가 정성일씨는 이를 ‘시선의 윤리’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또 “진정한 의지는 그것을 보지 않는 것이다. 때론 영화를 볼 것인가 말 것인가라는 문제는 윤리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는 윤리의 문제를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보는 사람으로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다. 우리는 왜 영화를 만들고 왜 영화를 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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