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별이 빛나는 밤’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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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12 08:14  |  수정 2017-04-12 08:14  |  발행일 2017-04-12 제29면
[문화산책] ‘별이 빛나는 밤’을 꿈꾸며
김윤희 (미술심리치료사)

“내가 미치지 않았다면 그림을 시작할 때부터 약속해 온 그림을 너에게 보낼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그렇다 해도 너 하나만이라도 내가 원하는 전체 그림을 보게 된다면, 그래서 그 그림 속에서 마음을 달래주는 느낌을 받게 된다면 나를 먹여 살리느라 너는 늘 가난하게 지내겠지. 돈은 꼭 갚겠다. 안되면 내 영혼을 주겠다.”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언제나 힘이 되어주던 동생 테오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하며 평생을 살았던 빈센트 반 고흐가 1889년 1월 동생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이다. 고흐는 동생 테오로부터 매달 생활비를 지원받으면서 화가의 길을 걸었으며, 가난과 고독 속에 살면서도 그림에 대한 열정 하나만큼은 버리지 않았다. 고흐는 자신이 가난하고 힘들지라도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며 다른 사람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고자 노력했던 화가였다.

이러한 빈센트 반 고흐를 생각하며 앞으로 있을 대통령선거를 떠올려 본다. 지난해 국민을 큰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은 촛불과 태극기로 대립되는 국민의 분열을 낳았고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으로 12월에 예정돼 있던 대통령선거를 5월로 앞당겨 치러야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 속에서 우리는 믿었던 리더에게 큰 실망과 더불어 분노와 좌절을 겪었다.

정치권에 대한 실망은 항상 있어 왔지만 전 국민이 그에 대한 분노를 표출한 적은 드물었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더 이상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도 반성도 없이 지금의 민주주의를 그저 과거 독재에 항거했던 역사의 수혜로만 여기면서 하루하루를 살아왔다. 하지만 이번 대통령 선거를 계기로 국민은 희망찬 새 시대를 열고 싶어 한다. 바로 고흐의 편지에서 보듯 국민 한 사람의 마음만이라도 소중히 여기는 리더, 약속(정치적 공약)을 꼭 지키는 리더, 영혼이라도 바치겠다는 각오로 나라를 이끄는 리더를 가지는 것이다.

우리가 이러한 리더와 함께하기 위해서는 후보자의 자질보다 학연, 지연, 지역적 정서 등에 편중돼 후보자를 선택하는 경향이 짙었던 그동안의 습관을 버리고 후보자의 도덕성을 중심으로 정책 실현 능력, 미래에 대한 올바른 비전을 비교 평가해보고 꼼꼼히 따져보는 과정을 거친 후에 투표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화랑에서 좋은 그림만 골라 보여주고 파는 일을 맡아했던 고흐는 부자들에게 잘 보여 그림을 팔고 있는 자신을 매우 한심스럽게 여겼기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 그림 파는 일을 거부하였다. 또한 고흐는 해질녘 집으로 돌아가는 지친 광부, 들에서 땀 흘리는 농부 등을 자주 그렸는데 사람들에게서 느낀 감동을 그림으로 옮기고 싶어 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이 빈센트 반 고흐처럼 대기업, 자신의 측근 같은 일부만을 위하는 대통령보다는 국민 전체를 먼저 생각하며 국민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는 대통령, 부드럽고 인간적인 리더십으로 진정 국민을 위하고 같이 대화하며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대통령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국민의 올바른 투표를 위한 노력은 고흐의 그림에서 보듯 별이 빛나는 밤, 해바라기가 놓여 있는 어느 카페 테라스 한편에서 부드러운 카푸치노 한 잔과 함께 이 나라의 희망찬 비전을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을 가져오리라.

고흐에게 언제나 힘이 되었던 테오처럼 국민 또한 믿을 수 있는 리더에게는 언제나 관심과 응원을 아끼지 않고 항상 힘이 돼 줄 것이다. 김윤희 (미술심리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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