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지반침하 공포…축구장 8.5개 면적 ‘쩍’

  • 정용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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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13 07:13  |  수정 2017-04-13 07:22  |  발행일 2017-04-13 제1면
까끼등마을 도로 기울고 건물 금
방송 중계탑 철거·주민 대피령도
“큰비 오면 대형 산사태 배제 못해”
20170413
울릉도 울릉읍 도동2리 까끼등마을의 한 주택에서 지반침하 현상이 일어나면서 마당 가운데가 갈라졌다. 마을 도로의 이음새가 벌어진 모습(작은사진). <울릉군 제공>

울릉도에서 땅꺼짐과 지반균열 현상이 계속 발생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현재까지 지반 침하가 나타난 면적은 6만1천㎡ 정도로, 국제규격 축구장(7천140㎡) 8.5개를 합친 규모다.

12일 울릉군에 따르면 지난 9일 지반침하로 울릉읍 도동2리 까끼등마을 지모씨(90)의 집 내부에서 바깥 창고까지 약 10m의 균열이 생겼다. 이곳은 며칠 전 벽에 균열 현상이 심하게 나타난 임모씨(73)의 주택 바로 뒤편이다. 지씨는 짐을 정리해 울릉콘도로 거처를 아예 옮겼다.

까끼등마을 일대는 지난달 중순부터 지반이 내려앉아 도로가 기울거나 건물에 금이 가는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이달 들어서는 집이 뒤틀려 문을 제대로 여닫을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갈라진 벽 틈은 안과 밖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여서 자칫 집이 무너질 수 있는 불안한 상태다. 피해를 입은 주택은 지씨 집까지 합쳐 모두 8채. 지반이 0.5∼1.0m 침하됐고 비탈면은 무너지기 직전이다.

KBS 울릉중계소는 식당건물 등 3채가 앞쪽으로 기우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 KBS 측은 우선 장비를 KT 울릉지점으로 옮기고, 기울어진 중계소 철탑을 철거했다. 울릉군은 주민 8명과 KBS 직원 8명에게 대피 명령을 내렸다. 현재 주민 4명과 KBS 직원 4명은 인근 콘도미니엄에서 지내고, 나머지 8명은 인근 친척 집이나 다른 숙소에서 살고 있다.

지반 침하가 일어난 이유는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한국지반공학회 관계자는 “용역연구가 진행 중이라 지반침하의 정확한 원인을 단정하기 어렵다”면서도 “현재까지 상황으로 볼 때 까끼등마을 일대 지하 45m 정도에 암반이 있어 큰비가 내리면 암반 위에 쌓인 토사가 흘러내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형 산사태를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침하지역 1㎞ 거리에 울릉도의 중심지 ‘긴장’

시설公 등 5개 기관 현장 조사


울릉군은 잇단 지반침하 현상과 관련, 비·눈 등 강수량이 증가한 것이 주요 원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표수가 지하에 스며들면서 지반 일부가 유실돼 침하됐다는 것. 실제 울릉도에는 지난해 8월28∼30일 사흘간 398.1㎜의 기록적 폭우가 쏟아졌고 올들어서도 1월 닷새간(20~24일)   74.5㎝,   2월  나흘간(9~12일) 115㎝의 폭설이 내렸다.


현재 울릉군은 한국시설안전공단, 경북도, 한국지반공학회, 산림공학연구소 등 4개 기관과 함께 지반침하 원인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이고 있다. 아울러 지반조사를 위한 시추 작업과 안전진단 용역도 함께 진행 중이다. 울릉군은 안전진단 과정에서 지반변이계를 설치해 이상 징후가 나타나면 산 아랫마을에도 대피령을 내리기로 했다. 또 지반침하 현장에 빗물 침투방지를 위해 비닐천막을 덮고 지하수 배수로를 설치한데 이어 간이 사방댐도 만들 계획이다. 특히 대형 산사태와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장마가 오기 전 응급조치를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지반침하가 일어난 까끼등마을은 산 중턱에 있다. 산 아래 1㎞ 남짓 떨어진 곳에 도동리가 있다. 도동리는 군청, 경찰서, 교육청, 학교 등이 있는 울릉도 중심지다. 자칫 산사태가 발생할 경우 대형 피해가 날 수도 있는 셈이다. 울릉군 관계자는 “땅꺼짐과 지반균열 현상이 계속될 경우 대형 산사태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장마철이 시작되기 전 대책을 마련해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울릉=정용태기자 jyt@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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