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로마 금의환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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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13 07:53  |  수정 2017-04-13 07:53  |  발행일 2017-04-13 제23면
[문화산책] 로마 금의환향
김동녘 <성악가>

2014년 귀국 후 운 좋게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의 커버 가수로 대구에서 데뷔(?)를 하였다. 대부분의 오페라극장에서는 비상사태를 대비해 처음부터 대타 투입과 신인 발굴을 위해 후보 가수(understudy 또는 cover)가 함께 연습한다. 공연 내내 한 번도 무대에 서지 않을 수도 있지만, 주역 가수에게 문제가 생길 경우 무대에 서는 절호의 기회를 잡기도 한다.

사실 이탈리아에서 공부한 적이 없는 작품이어서 걱정도 되고 나하고 맞지 않는 작품이라 싫은 생각도 있었지만, 나를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여겼다. 그런 기회가 아니면 이 오페라는 공부할 일이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욕심을 내어서 더욱 열심히 준비를 하고 재밌게 연습을 하며 지냈다. 하지만 정식 무대에 바로 설 수 없는 운명의 커버 가수라서 본 공연 때는 무대 뒤에서 공연을 감상하며 대기해야 했다. 정식무대에서 다른 성악가들과 같이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열심히 재미있게 연습하는 것 자체가 보람된 순간이었다.

그리고 나를 좋게 본 연출가 선생님께서 가을에 있는 콘서트 오페라 ‘사랑의 묘약’과 ‘코지 판 투테’에 주인공으로 발탁하는 선물을 주셨다. 1년 뒤인 2015년 또다시 ‘세빌리아의 이발사’를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기획하였고, 이번엔 정식으로 백작 역할로 데뷔를 하였다. 그리고 그해 5월 이탈리아 살레르노 극장에 초청돼 공연을 하게 되었고, 나에게는 최고의 순간이었다. 귀국 후 1년 만에 여행이 아닌, 당당히 공연을 위해 이탈리아에 간 것이다. 그리고 그리운 나의 선생님을 만날 수 있는 기회도 생겼다.

덕분에 1년 만에 선생님께 인사할 수 있고, 다시 한 번 선생님과 공부할 수 있었다. 그리웠던 로마의 풍경과 공기, 인터넷으로만 안부를 물었던 친구들을 직접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며 비행기에 올랐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이탈리아 사람들 앞에서 대구를 대표해 공연을 해야 되기에 부담감이 앞서기도 했다. 이탈리아에 도착해 먼저 선생님을 찾아가 악보를 처음 보는 것처럼 발음교정 및 코칭을 새로 받았다. 관객들에게 웃음거리가 되지 않기 위해 더욱 집중하며 준비했다.

다행히 이탈리아 공연을 무사히 마쳤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주었다. 이탈리아 매체에서도 동양인들이 오페라의 본고장 이탈리아에서 한국 창작 오페라가 아닌 이탈리아 오페라로 무대에 선다는 것에 많은 찬사를 보내주었다. 그렇게 제2의 고향 이탈리아 로마로 금의환향할 수 있었다. 김동녘 <성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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