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메기 효과

  • 원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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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13   |  발행일 2017-04-13 제31면   |  수정 2017-04-13

미꾸라지로 가득찬 수조에 메기 한 마리를 집어넣어 보자.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좁은 수조에 있는 미꾸라지들은 평소에는 활력을 잃고 잘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 수조에 천적인 메기를 투입하면 달라진다. 미꾸라지들이 메기에게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피해 다니면서 수조에 활기가 돈다. 메기가 미꾸라지의 동력을 높이고 생존력을 강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른바 메기 효과(Catfish Effect)다. 메기 효과는 침체된 조직이나 경제에 추동력을 주기 위한 처방이 필요할 때 자주 거론되는 용어이다.

메기 효과는 삼성그룹의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이 재직때 사원들에게 역설한 이론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 회장이 젊은 시절 고향인 경남 의령에서 농사지을 때 경험했다는 메기 효과는 대충 이렇다. 논 한 마지기(660㎡ ·200평)에는 미꾸라지 1천마리만 넣어 길렀고, 다른 논 한 마지기에는 미꾸라지 1천마리와 메기 20마리를 같이 넣어 길렀다. 그런데 얼마 뒤 수확을 해보니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미꾸라지만 넣은 논의 미꾸라지는 2배인 2천마리로 늘어나는데 그쳤다. 그런데 메기를 같이 키운 논에서는 미꾸라지가 무려 4천마리나 됐고, 메기 또한 200마리로 불어나 있더라는 것이다. 메기가 먹이인 미꾸라지를 잡아먹으려고 논 구석구석을 헤집고 다니면서 논 전체 미꾸라지들을 자극한 덕분에 미꾸라지는 활력과 번식력이 엄청나게 높아진 것이다. 메기도 덩달아 10배로 불어났으니 일석이조다.

천적이나 경쟁 상대가 없는 조직은 나태해지고 생산성도 떨어지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러므로 항상 자극을 주고 경쟁시키면서 동기를 유발해야 한다는 게 CEO들의 경영마인드다. 지금 대한민국이라는 수조는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저출산으로 생산인구는 줄어드는데 전체 인구는 고령화되면서 내수 부진에 따른 장기 저성장 기조에 빠져있는 상황이다. 정부 경제팀이 다각도로 처방전을 내놓지만 별 효과가 없어 보인다. 여전히 각종 경제지표들이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을 뿐 획기적인 대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5월9일 대선을 통해 새로 탄생하는 정부에 우리는 경기 회복이라는 과제를 넘겨야 할 판이다. 새 정부의 전문가들은 이 침체된 수조에 과연 어떤 메기를 투입할지 궁금하다. 원도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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