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낚시시대] 지금 동해는 ‘산란 감성돔 시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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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14   |  발행일 2017-04-14 제38면   |  수정 2017-04-14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면…감성돔 ‘바다의 봄’을 낚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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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울진군 평해읍 거일리 해변에 있는 건등여에서 마지막 입질을 받고 있는 금성철 프로.

꾼들 사이에서 정설로 통하는 말이 있다. ‘터졌다는 소문이 났을 때는 이미 늦었다’는 것. 특히 매년 봄 시즌 여기저기서 들리는 호황소식이 딱 그렇다. ‘어디 어디서 입질이 쏟아지고 있다’는 말을 듣고 찾아가면 이미 파장 분위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 얇은 꾼들은 소문을 쫓아간다. 지금 동해는 이른바 ‘사쿠라 다이’시즌이다. 사쿠라 다이는 원래 ‘벚꽃이 한창일 때 산란을 위해 얕은 곳으로 몰려 올라오는 참돔’을 뜻하는 일본 꾼들의 표현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 말이 좀 더 확장되어 ‘봄에 낚이는 산란 감성돔’을 통칭한다. 즉, 벚꽃이 필 무렵 낚이는 감성돔으로, 그 씨알과 마릿수 모두 호황을 보이는 ‘시즌특수’가 바로 사쿠라 다이다.

강원 삼척 도미굴∼울진 후포방파제
씨알 굵은 감성돔 4월 중순 입질 폭발

3월 말 울진 거일리로 시즌 체크 출조
해질녘 연안 가까이 붙는 감성돔 손맛
시즌 포인트 따라 1주일여 반짝 호황


◆벚꽃과 함께 찾아오는 4짜급 감성돔

동해안 산란 감성돔 시즌은 매년 3월말 강원도 삼척의 도미굴부터 아래쪽으로 내려오면서 울진의 나곡리~석호 방파제~죽변항~망양정~거일리를 거쳐 후포방파제까지 이어진다. 보통은 4월 중순에 절정을 맞는다. 그런데 문제는 ‘폭발적인 입질’ 타이밍을 맞추기가 로또 1등 당첨만큼이나 힘들다는 점이다. 현지 꾼들이야 매일 집 앞 바닷가로 나가 상황을 체크하며 입질 타이밍을 잡을 수 있겠지만 외지 꾼들에게는 그야말로 언감생심. 이 때문에 ‘터졌다’는 소문이 나기 전에 시즌 타이밍을 잡는 게 동해안 봄 감성돔낚시의 키 포인트다.

올 시즌 내가 처음으로 울진 나곡리 일대에서 감성돔 입질이 시작됐다는 이야기를 들은 건 지난 3월20일 즈음이었다. ‘낱마리 수준이긴 하지만 비친다’는 것.

아직은 이르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다가 조바심이 났다. ‘선수를 치자’ 싶었다. 열흘 쯤 묵힌 후 지난 3월30일, 나는 금성철씨(쯔리켄 인스트럭터)를 비롯한 예닐곱 명의 갯바위 찌낚시꾼들과 함께 후포항을 찾았다.

오후 2시. 후포방파제 아래 있는 등대낚시점에서 간짜장으로 늦은 요기를 한 후 1t 포터에 고무보트를 실었다. 2㎞ 남짓 떨어진 거일리 해안으로 출발. 그렇게 해서 오후 2시30분쯤 고무보트를 타고 우리가 오른 갯바위는 최근 가장 입질이 활발하다는 건등여. 금성철 프로와 이재현씨는 서둘러 채비를 했다.

봄 감성돔 입질을 기대할 만한 북동풍이 불고 있긴 했으나 파도는 거의 없다. 잔잔한 바다, 맑은 물. ‘날을 잘 못 잡았다’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파도가 없는 날 동해안 감성돔낚시는 십중팔구 ‘꽝’이기 때문이다. 너울성 파도가 적어도 1m 이상은 일어야 물이 흐려진다. 그래야 경계심을 푼 감성돔들이 포인트 가까이 몰려와 먹이활동은 한다는 건 동해안 낚시의 정석 중 정석이다.

◆ 4월 중순의 반짝 호황을 누려라

예상대로 한동안 이렇다 할 입질이 없다. 발판에서 왼쪽 전방 30m 지점을 노리고 있는 이재현씨에게 간간이 황어와 망상어가 낚일 뿐.

“황어나 망상어가 낚인다는 건 수온이 괜찮다는 건데….”

금 프로는 다소 여유가 있어 보인다.

“이렇게 파도가 없는 날에는 해질녘까지 기다려 봐야 합니다.”

주위가 어두워지면 감성돔이 연안 가까이 붙는다. 금 프로는 이때를 기다리고 있다. 그동안 포인트 주변에는 계속 밑밥이 들어간다.

오후 4시. 이씨의 1호대가 하늘로 향한다. 바로 낚싯대 허리가 휘면서 초릿대가 쿡쿡 수면 쪽으로 처박힌다. 이날 첫 감성돔이 얼굴을 내민다. 씨알은 25㎝ 정도. ‘잔챙이’ 급이긴 하지만 일단은 반갑다.

이후 1시간 정도 소강 상태가 이어지다가 금 프로도 입질을 받았다. 오른쪽 전방의 수중여와 수중여 사이 물골에서 어신이 들어온 것. 0.6호대로 한껏 손맛을 본 후 끌어낸 놈은 좀 전 이씨 것보다 약간 큰 씨알의 감성돔이다.

“입질이 아주 약합니다. 너무 미세해요.”

산란 직전의 감성돔이라면 씨알과 상관없이 원줄을 확 가져갈 정도로 강한 입질을 한다. 금 프로의 말대로라면 아직은 시즌이 무르익지 않은 셈이다.

이윽고 사위가 어두워진다. 등 뒤 야산으로 해가 넘어가면서 한기가 찾아올 무렵, 금 프로가 다시 한 번 입질을 받았다. 수중여 사이 몰(해초) 속으로 파고드는 놈을 느긋하게 제압한 후 발 앞에 끌어낸 놈은 30㎝에 가까운, 이날 낚인 것 중에서는 가장 굵은 씨알의 은빛 감성돔이다. 이때가 오후 7시.

밤낚시에 좀 더 굵은 씨알의 마릿수 입질을 기대해 볼 만한 상황이지만 이쯤에서 우리는 미련 없이 대를 접었다. 어차피 시즌 체크를 위한 출조였던 만큼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동해안 산란 감성돔 시즌은 매년 3월말부터 4월 중순까지. 포인트에 따라 이 시즌 중 짧으면 사흘, 길면 1주일 이상 반짝 호황이 매년 되풀이 된다. 이른바 사쿠라 다이 시즌이다. 이 타이밍을 놓치면 5월 말이나 6월에 시작되는 벵에돔 시즌을 기다려야 한다. 4짜급 마릿수 손맛은 소문보다 먼저 움직이는 꾼들의 몫이다.

월간낚시21 기자·penandpower@naver.com


■ 금성철 프로의 감성돔낚시 Tip

출조 전날 1m 이상 파도 유무 꼭 확인
물 맑으면 포인트까지 감성돔 접근 안해
수심 얕아도 고부력 찌로 밑채비 안정


‘고부력 찌로 밑 채비를 안정시켜라.’

동해안 봄 감성돔낚시는 남해나 서해와는 다른 특징이 있다. 파도가 제법 높은 날, 즉 1m 이상 파고가 있는 날 잘 낚인다. 남해안과 달리 동해안 포인트는 그 수심이 1∼4m 정도로 얕기 때문이다. 즉, 물이 맑아서 파도가 없는 날은 포인트까지 감성돔이 접근을 잘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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쯔리켄 지누 화전차 5B 찌를 들어보이는 금성철 프로.

파도가 1m 이상 높은 날에는 바닥의 모래가 뒤집히면서 물이 흐려진다. 이때 봄 산란을 위한 감성돔은 해변 가까이 다가와서 먹이활동을 한다. 낚시꾼 입장에서는 이렇게 파도가 다소 있어야 조류소통이 좋아 감성돔의 활발한 입질을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동해안 봄 감성돔낚시는 출조 전날 일기예보(파도 유무)를 확인하는 게 필수다. 그런데 현장에 도착했을 때 예보와 달리 바다가 잔잔하다면? 이럴 때는 5m 이상으로 수심이 깊고 약간이라도 조류소통이 좋은 곳을 찾아야 한다. 지난 3월30일 내가 찾아간 울진군 평해읍 거일리가 바로 그런 곳. 거일리 방파제와 그 일대 갯바위 포인트는 매년 봄 시즌이면 새벽부터 자리 경쟁이 펼쳐질 정도로 유명한 봄 감성돔 포인트다. 거일리 일대 해변은 바닥이 모래로 이루어져 있고, 듬성듬성 수중여가 박혀 있다. 이날 내가 올라간 곳은 거일리 감성돔 포인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건등여. 비교적 발판이 편한 건등여는 포인트 앞 수심이 3~5m 정도며, 전방 10~30m 지점에 수중여가 잘 발달해 있다. 공략지점은 수중여와 수중여 사이의 물골이다. 초봄 감성돔들이 이 물골을 따라 이동하며 먹이활동을 하기 때문이다.

수심 얕은 곳에서도 고부력 찌로 밑채비를 안정시킨다. 파도 높이가 1m 이하라면 5B 이하 부력의 찌에 5B 수중찌를 쓴다. 목줄에 B봉돌 하나를 물려 낚시를 한다. 물론 좀 더 예민하게 채비를 꾸려도 무방하다. 파도 높이가 1m 이상이라면 1호 이상의 고부력찌에 0.8호 수중찌를 쓴다. 그리고 목줄에 봉돌을 무겁게 물린다. 이렇게 해야 채비가 파도를 이겨내면서 바닥까지 안정적으로 내려간다. 경우에 따라서는 2호찌에 1.5호 수중찌를 달고 봉돌을 목줄 중간에 물려 채비를 더 무겁게 만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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