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협치와 연정

  •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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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15   |  발행일 2017-04-15 제23면   |  수정 2017-04-15

영국 공영방송 BBC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특히 강하다. BBC의 자연생태 다큐는 우리가 범접할 수 없는 밀림이나 사막·초원을 해부하고, 포식자의 위협 속에서 생존해가는 야생동물의 리얼리티를 영상 속에 오롯이 담아낸다. 오묘한 자연의 섭리와 야생의 먹이사슬, 동물의 생존본능이 가감 없이 묘사된다. 날것 그대로의 각본 없는 드라마 같다는 평가가 나오는 건 BBC 자연생태 다큐멘터리가 재미있다는 방증일 게다. 지구상에서 BBC 다큐팀의 앵글이 닿지 않는 곳은 없다. 남극과 북극은 물론 적도의 수풀, 심해와 땅 밑의 생물까지 포착하고 탐사한다.

2015년 11월 첫 방송 후 영국에서만 580만명이 시청한 ‘헌터(Hunter)’도 BBC가 제작한 명품 야생 다큐멘터리다. 전 세계 포식동물들의 사냥과 먹히는 동물의 사투를 생생하고 적나라하게 비춰준다. 필자도 ‘헌터’를 보면서 저런 장면을 어떻게 촬영했을까 감탄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중에서도 북극여우의 북극토끼 사냥 장면이 요즘 다시 기억에 떠오른다. 북극여우와 북극토끼는 달리는 속도가 같다. 그런데 북극토끼는 쉽게 방향을 바꿀 수 있어 북극여우 한 마리가 북극토끼를 따라붙으면 절대 잡지 못한다. 하지만 북극여우 서너 마리가 협력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한 마리가 쫓고 양쪽에서 협공하면 북극토끼가 방향을 바꿔도 소용이 없다.

굳이 북극여우의 사냥 방법을 끄집어낸 건 협치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5·9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여소야대 상황이 된다. 협치와 연정 없이는 국정 운영이 불가능하다. 더욱이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국회 의석 과반=국정 주도권 확보’라는 등식도 성립하지 않는다. 여야 합의가 안 된 안건을 본회의에 부의하는 ‘패스트 트랙’제도 또한 재적 의원 5분의 3이 동의해야 하며,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도 전시나 비상사태 등으로 엄격히 제한돼 있다. 여야가 합의하지 않으면 어떤 법안이나 안건도 국회 통과가 어렵다. 협치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얘기다. 협치와 연정이 대선 화두로 떠오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협치를 잘 해낼 후보를 뽑는 것도 정국 안정의 한 방편일 듯싶다. 박규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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