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투키디데스 함정’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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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18   |  발행일 2017-04-18 제31면   |  수정 2017-04-24
20170418
이 승 률 동북아공동체연구재단 이사장

최근 한반도를 사이에 두고 대립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격돌을 보고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투키디데스 함정(Tuchididdes Trap)이란 기존 패권국과 빠르게 부상하는 신흥 강대국이 세력전 과정에서 패권 다툼으로 결국 전쟁을 피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을 말한다.

아테네 출신의 역사가이자 장군이었던 투키디데스가 편찬한 역사서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주장한 것으로, 기원전 5세기 기존 강대국인 스파르타가 급격히 성장한 아테네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게 되면서 그리스와 지중해의 주도권을 놓고 전쟁을 벌이게 됐는데 미·중 간에도 이러한 역사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이다.

현재 국제질서의 패권을 놓고 갈등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은 한반도와 남중국해에서 극명하게 대립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누구의 패권도 용납하지 않으려는 미국은 한국에 사드(THAAD) 배치 등 미군 전력 증강을 막으려는 중국과 충돌하고 있다. 여기에 북한의 잇단 핵·미사일 도발로 두 강대국의 충돌에 불을 지피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이런 시국에 정작 당사자인 한국은 두 강대국의 대치상황을 먼발치로 바라보고만 있는 제3자의 입장으로 밀려나 있다. 주지하다시피 지난 11일 한반도 안보위기가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기대했지만, 북핵 문제에 대해 어떤 합의도 이끌어내지 못하고 한반도 비핵화원칙 재확인이라는 면피용 성과만을 내는 데 그쳤다.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패권경쟁 속에서 한반도 정세 불안이 지속되는 이때 당사국인 한국이 북핵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 주도적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급선무이다. 물론 한국은 전통적으로 미국과 안보동맹을 확고히 유지하면서 중국과는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외교 노선을 견지해왔지만 어느 한쪽으로 치우칠 수 없는 위태롭고 불확실한 상황인 만큼 다층적이고 실용주의적인 외교전략을 구사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한반도 문제의 제3지대 출구전략으로 러시아와의 관계를 통해 그 극복방안을 찾을 것을 제안한다.

현재 러시아는 중국, 일본, 미국 등 강대국과 전례 없는 우호관계를 구축하고 있고, 김정은 정권과도 비교적 원만한 관계를 맺고 있다. 특히 러시아의 성장 동력과 미래를 극동개발에 두고 이를 위한 공세적인 동방정책을 펼치며, 투자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런 과정에 북한 핵문제를 자국의 진로에 큰 걸림돌로 여기고 있는 러시아의 입장을 최대한 역이용하여 공조관계를 확고히 하는 일은 미·중 간 격돌을 파고드는 틈새전략이라고 할 만하다. 이 절호의 기회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려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미 있는 사업방안을 제안코자 한다. 지난 16일부터 4일간의 일정으로 필자는 동북아공동체연구재단과 재외동포재단이 주도하는 정부 관계 기관 및 민간 기관들로 구성된 민·관합동시찰단에 동행하여 연해주 한국전용산업공단 개발을 위한 현지 조사차 연해주 지역을 방문하고 있다.

조사단은 러시아 연방정부의 투자 관련 부서 및 연해주지역 현지 유관기관 등을 방문하게 되는데, 블라디보스토크 인근에 있는 아르촘시와 나데진스키 선도개발구역, 그리고 핫산군과 우수리스크 농업지역 등 러시아 측에서 개발가능지역으로 제시한 부지를 시찰하여 한국 중소기업의 투자진출 환경을 조사하고 돌아오게 된다. 필자는 한국의 이러한 자구적 노력을 신북방정책의 일환이라고 가늠해보면서, 미·중이 격돌하는 투키디데스의 함정 속에 빠져 미래를 내다볼 수 없는 한반도 현실에 새로운 물꼬를 트는 제3지평의 출구가 되리라 기대한다.

다시 말해 러시아의 동방정책을 활용하여 러시아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몽골 등 환동해지역의 경제수역을 근간으로 주변국과 다자안보협력을 이끌어 내는 대안을 모색함으로써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의 반목과 갈등을 최소화시키는 길을 찾는 것이 매우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그리고 또한 이것이 한반도 통일경제 배후지 및 경제영토 확장을 위한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이승률 동북아공동체연구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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