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 창조환경을 만들자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7-04-20   |  발행일 2017-04-20 제30면   |  수정 2017-04-20
20170420
남인숙 대구예술발전소 소장

문화와 예술 분야에 직업을 지닌 사람들은 대부분 새로운 가치를 알아보는 안목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또 기성의 가치를 과감하게 벗어나는 용기 혹은 시대정신의 변화에도 기성의 가치를 지키려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여긴다. 때론 이러저러한 안목을 갖추고 용기를 내야 한다고 강요받기도 하고, 충분치 못하다고 느낄 때 비난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판단의 당사자 스스로가 결과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린다. 그러니 말이 좋아 안목이니 용기니 하는 것이지, 용기의 발심에는 항상 면박과 비난, 찬사와 경탄이 뒤섞여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타인의 시선과 자신의 판단 사이에서 긴장감에 싸여 있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긴장을 다루는 오랜 훈련 과정은 좋은 감식안과 설득력 있는 판단력을 선사해주기 때문에 통과해 볼만은 하다.

어쨌든 문화를 팔고 예술을 사는 오늘의 환경에서는 가치판단에서 비롯되는 긴장감이 한층 더해 가는데, 산업의 중요 동력으로서의 문화예술이 돈의 양으로 환산되어야 하는 점이 주요 요인이 아닐까 한다. 산업의 동력으로 문화예술의 가치를 적극 장려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동향이다. 이는 인간과 그를 둘러싼 환경 사이에서 무엇인가를 오염시키고 훼손시키는 배타적인 관계를 깊이 반성한 결과이며 서로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더 이상 환경을 파괴하지 않으면서도 성장할 수 있고, 경제성장을 추구하면서도 행복감을 증진시키는 일종의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대안이라 생각되는데, 여기에서는 창조와 혁신을 중요 가치로 여기고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관건이다.

창조성을 근간으로 경제를 활성화하고 고유한 가치를 통해 도시의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것인 바, 우리가 함께 살아갈 길을 문화예술이라는 인간의 고유한 가치 속에서 찾는다는 점은 바람직하지 않나 싶다. 여기에는 성장이 반드시 좋은 것인가 하는 숙고와 성장의 방법을 재고해 보아야 한다는 메시지의 발신, 지금 이때에 창조성의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 같다.

도시의 경쟁력 강화에는
기업 유치도 중요하지만
문화예술 담당 인력 양성
창조적 환경 조성에 주력
미래 가치를 만들어내야


이러한 현실에서 각 도시는 기업의 유치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문화예술을 담당하는 인력을 유치하고 배양하며, 창조적인 인력 즉 ‘창조계급’이 놀 수 있는 창조환경을 마련해주는 데 주력해야 한다. 이전의 산업시대 산물을 재활용하여 향유공간으로 만들거나 구도심을 주목하게 만들어서 새로운 문화가치나 미래가치를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하다.

아마도 창조계급이라는 말이 낯선 사람들이 있을 터인데, ‘창조계급’은 예술가·발명가라 불리던 사람들처럼 창조의 고민을 전문적으로 감당하고 그로부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려 하는 인력 일반을 지칭하는 최근 개념이다. 창조계급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당연히 예술가들이겠으나, 그 외연을 확장하여 일반 시민도 가치를 창출하는 삶에 동참할 수 있고 창조적인 삶에 동참함으로써 예술가들처럼 창조계급이 될 수 있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이에 대한 적절한 사례는 칠곡의 마을인문학 프로젝트에서 시인으로 변신한 할머니들이 아닐까 한다. 할머니들이 자신의 삶을 시(詩)로 전환시켜 예술적 가치를 산출해낸 것이다. 이 중 반드시 주목해야 하는 점은 동네 할머니에서 시인으로 변신하는 과정이다. 할머니들의 시집을 발간하기까지의 과정 전반을 창조환경이라 부를 수 있을 터인데, 창조계급에 이르려는 것이 할머니들의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무엇보다 이 사례에서 중요한 점은 창조계급이 활동할 수 있는 주요 생태환경이 바로 창조환경의 조성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환경이 조성된다면 누구라도 창조계급이 될 수 있으므로 창조성의 가치는 곧 창조환경을 만들어나가는 데서 발견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남인숙 대구예술발전소 소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