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 FTA 개정에 만반의 대비 갖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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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20   |  발행일 2017-04-20 제31면   |  수정 2017-04-20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여파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수술대에 오를 운명에 처했다. 한국을 방문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그제(18일) 서울에서 열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환영 행사에서 한미 FTA를 개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미 FTA 발효 이후 5년간 미국의 무역 적자가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는 게 그 이유다. 펜스 부통령의 이날 발언은 어쩌면 예견된 것이었다. 이미 지난달 1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도 한미 FTA 재검토를 주장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한미 FTA에 대한 미국 입장은 아직 결정된 게 없다”며 애써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한미 FTA에 대한 펜스 부통령의 언급도 ‘개선’에 방점이 찍혀 있어 전면적인 재협상은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하지만 어떤 형태의 재협상이라도 미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 분명하기에 우리 경제에 미치는 충격파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내놓을 재협상 카드를 봐야 알겠지만, 법률 및 지적재산권 등 서비스 시장 추가개방을 가장 강하게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소고기를 비롯한 농산물 수입확대 내지 무관세화를 요구할 가능성도 높으며, 특히 한국이 대미 수출에서 가장 많은 흑자를 내고 있는 자동차 분야도 핵심 리스트에 올릴 전망이다.

미국의 한미 FTA 개정 요구는 사드배치 등 안보와 연계해 한국에 추가 비용을 요구하는 명세서 성격이 짙다. 그렇더라도 이를 외면하거나 거부할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만약 한미 FTA 개정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이뤄진다면 우리 경제가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다. 현재로선 그럴 가능성은 낮지만, 한미 FTA의 양허 관세가 중단되면 올해부터 5년간 대미 수출 손실이 269억달러에 이르고, 일자리 24만개가 감소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특히 대구의 주력 산업인 자동차부품 수출에 제동이 걸릴 경우 지역경제도 심대한 타격을 받게 된다.

한미 FTA 개정 과정에서 우리가 미국 의도대로 끌려가서는 안된다. 이를 위해서는 통상 분야별 손익계산서에 근거한 선제적인 협상전략 마련이 시급하다. 또한 외교역량을 총동원해서라도 미국의 오해와 편견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조차 한미 FTA 이후 미국이 한국기업 투자유치 확대와 무역수지 개선 등의 이득을 누렸다고 인정했다. 미국이 한미 FTA의 피해자가 아니라 공동 수혜자인 만큼 우리가 일방적으로 피해를 보지 않도록 만반의 대비를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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