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 “표 주기 망설여져”…지나친 흠집내기·흑색선전에 반감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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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21   |  발행일 2017-04-21 제4면   |  수정 2017-04-21 10:28
대구경북은 ‘문재인-안철수 네거티브’ 격전지
부동층 표심경쟁 문재인·안철수
대구 잇따라 방문 상대 비판공세
서문시장 유세 관련 루머도 확산
정책·공약 실종 비방전 비판여론

TK(대구·경북)가 이번 대선의 ‘캐스팅보터’로 떠오르면서 유력 대선후보들이 ‘네거티브’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TK 선거판이 보다 역동적으로 변했다는 긍정적인 해석도 있지만, 후보 간 지나친 흠집내기와 흑색선전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지역민도 적지 않다.

이번 대선에선 각종 여론조사 등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안철수 두 대선후보가 TK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례적인 건 두 후보 모두 TK가 오랫동안 선거에서 몰표를 준 특정 보수정당 소속이 아니란 점이다.

대선 승리를 위해 어떻게든 TK 표를 자기 쪽으로 가져와야 하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후보는 대구를 찾아 서로를 비판하며 공세를 폈다.

지난 17일 대구를 방문한 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는 최근 TK에서 지지율이 높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를 향해 “국회의원 수가 마흔 명도 안되는 미니정당, 급조된 정당은 이 위기상황 속에서 국정을 이끌 수 없다”며 견제 발언을 했다. 그다음 날인 18일 대구에 온 안 후보는 “계파 패권주의 세력에게 또다시 나라를 맡길 수 없다.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을 적폐라고 공격했던 문재인 후보가 이제 와서 통합을 말한다”라며 맞불을 놓았다.

더 나아가 TK발(發) 네거티브도 확대 재생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서문시장’ 논란이다.

최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에는 ‘안철수가 서문시장에 왔다 10분 만에 쫓겨났다’는 내용의 글이 퍼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안철수는 쫓겨났는데 문재인은 서문시장에서 오라고 요청했다’는 글도 SNS상에 올라오고 있다. 이 글들은 사실 여부를 떠나 당사자의 반론이나 해명없이 확산됐다.

이에 대해 국민의당 관계자는 “서문시장 방문 때 안 후보 바로 옆에 있었는데 쫓겨난 적 없다”면서 “당시 시장 입구에 상인과 손님, 지지자가 한데 뒤섞이며 통행이 힘든 상황이었고, 자칫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어 예정됐던 연설을 하지 않고 바로 동성로 유세현장을 간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설상가상 문 후보 선대위 측의 ‘네거티브 지시 문건 논란’에도 TK가 등장한다. 문 후보의 선대위에서 안 후보에 대해 SNS상에 비공식적 메시지를 확산하라고 지침을 내렸다는 의혹의 내부 문건에는 ‘재보선 결과 TK 중심의 숨어있는 보수층 상당 존재 가능성 확인’이라고 명시돼 있다.

민주당 대구·경북선대위는 해당 문건과 전혀 연관성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민주당 대구선대위 관계자는 “그런 문건이 우리에겐 전혀 전달된 바 없고, 풍문으로 들은 것도 없다. 1위 후보가 네거티브를 할 필요도 없다”며 “(문건 논란은) 오히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의 공작이 아닐지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네거티브가 난무하는 과열된 선거 분위기에 일부 TK 부동층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대구 관문시장에서 만난 주부 안모씨(32)는 “정책이나 공약, 참신함 등을 보고 투표를 하려고 했는데, 보수·진보를 떠나 경쟁자 비방만 남은 것 같다”며 “네거티브도 문제지만 일부 후보 지지자들의 맹목적이고 과격한 태도도 무섭다. 여전히 흑백논리나 진영논리에 갇혀 있는 것 같아 표를 던지기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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