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서 퍼지는‘○싫모’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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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21 08:16  |  수정 2017-04-21 08:16  |  발행일 2017-04-21 제21면
‘오이를 싫어하는…’등 인기
개인 취향·기호 쉽게 표현해
혐오정서 정당화 비판 시각도
SNS서 퍼지는‘○싫모’를 아시나요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 페이스북 페이지.

인터넷 커뮤니티가 활성화된 후 지지하거나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사모(○○○을 사랑하는 모임)’는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최근에는 이와는 반대로 자신들이 싫어하는 음식, 문화를 중심으로 모이는 ○○○을(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이하 ○싫모)이 인기를 얻고 있어 눈길을 끈다.

‘○싫모’는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특히 지난달 27일 페이스북에 등장한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대표적이다.

이 모임은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선언’이라는 게시물을 통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뒤, 9만여명의 팔로어를 기록하면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운영자 A씨는 “평소 오이를 잘 먹지 못하는 것을 비정상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즉흥적으로 페이지를 만들게 됐다”고 개설 이유를 설명했다.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에 대한 네티즌의 뜨거운 반응은 유사한 모임의 개설로 이어졌다. 오이 외에도 당근, 버섯, 가지 등 일상생활에서 호불호가 나뉘는 음식이나 술, 담배 등 사회생활과 연관된 기호식품 등 다양한 소재에 대한 페이지가 등장했다.

‘술을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경우, 단순히 음주에 대한 반감을 표현한 글뿐만 아니라 술을 강요하는 우리나라의 음주 문화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한 대학생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정수영씨(23·계명대 경영정보학과 3학년)는 “젊은 층에서 시작된 변화는 언제나 흥미롭다고 생각한다. 술을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은 젊은 층이 사회에서 겪는 불편함을 잘 지적하고 있다”며 “온라인에서 시작된 변화의 물결이 오프라인까지 이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일룡씨(23·대구대 건강증진학과 3학년)는 “학창 시절 누구나 편식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런 트렌드는 기존 사회에 퍼져있던 편식에 대한 유쾌한 저항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싫모’가 혐오 정서를 정당화한다는 비판적인 시선도 있다. 이에 대해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운영자 A씨는 “오이를 싫어한다는 의미는 오이 자체가 싫다는 것보다 오이를 먹는 것이 싫다는 것”이라며 “이번 계기를 통해 음식 문화에 대한 소수의 의견을 이해하고 서로의 취향이나 기호를 존중해 함께 살아가는 사회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허창덕 영남대 교수(사회학과)는 “개인의 취향, 기호 등을 중심으로 온라인에서 관계가 형성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다양한 온라인 매체가 등장하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온라인을 통해 더욱 확장됐다. 젊은 세대가 오프라인에서 표현하지 못한 자신들의 의견을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더욱 쉽게 표현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민혁 대학생기자 ttoxx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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