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로 행복하자] 꽃 따러 갔다가, 꽃 따라 가버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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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22 08:36  |  수정 2017-04-22 09:46  |  발행일 2017-04-22 제16면
<대구시인協·영남일보 선정 ‘이주의 詩人’>

동생은 세상에서 겨우
백 일을 살다가 갔지요
세상 더 먹은 나는 살아남아
철딱서니 없이 이 골목 저 골목 쏘다녔지요



어미는 꽃 피는 봄날,
꽃 따러 갔다가
꽃 따라 가버렸지요



우리 어머니
손놀림, 그렇게도 빨랐다더니
좋은 솜씨 칭찬도 자자했다더니
흰 명주 옷 입고
하느적 하느적 나비되어 날아가 버렸지요



병원 침대에 누워서
눈에 밟히는 어린 새끼들 남기고
그 새벽 어둠에 말려 가버렸지요.



20170422

김청수 시인= 고령 출생. 2005년 시집 ‘개실마을에 눈이 오면’으로 작품활동 시작. 2014년 ‘시와 사람’ 신인상 수상. 시집 ‘차 한 잔 하실래요’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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