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세계대전은 파워 엘리트 탐욕의 산물”

  •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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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22   |  발행일 2017-04-22 제16면   |  수정 2017-04-22
좋은 전쟁이라는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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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포드사의 창업주인 헨리 포드가 그의 75세 생일인 1938년 7월30일 나치 독일이 외국인에게 수여할 수 있는 최고의 훈장을 받고 있다. <오월의봄 제공>

미국의 전쟁은 늘 명분이 있었다. 2003년 이라크 전쟁도 마찬가지였다. 9·11 테러를 기점으로 미국은 이라크, 이란,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목한다. 이후 테러 조직에 지원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대량살상무기를 제거하겠다며 이라크를 공격한다. 당시 미국은 ‘자국의 안전’과 ‘세계 평화’라는 입장을 내세웠다. 하지만 전쟁 동안 민간인 사망자가 11만명을 넘어섰고, 대량살상무기가 실제 발견되지 않으면서 전쟁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이라크의 원유 때문에 전쟁을 감행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이런 비난에도 미국은 자유와 평화를 수호하는 것이 자신들의 역할이라 생각해왔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전쟁을 ‘좋은 전쟁’이라고 말한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아사드 정부의 화학무기 사용 의혹을 근거로 시리아 공군기지를 폭격한 것도 그 연장선일 것이다.

자유·평화 수호 구호는 가장일뿐

‘전쟁’은 이익챙기기 수단에 불과

日 진주만 공격·드레스덴 공습도

패권 추구 미국이 빌미 제공 주장


역사학자이자 정치학자인 저자는 미국의 ‘좋은 전쟁’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으로 되돌아간다. 책의 부제도 ‘미국의 제2차 세계대전, 전쟁의 추악한 진실’이다. 저자는 정치, 경제, 사회, 군사 등 여러 분야의 파워 엘리트들이 당시 전쟁을 주도했다고 믿는다. 그들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있었기 때문에 전쟁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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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파월 지음/ 윤태준 옮김/ 오월의봄 432쪽/ 2만3천원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 과정에서 나타나는 미국 파워 엘리트들의 태도 변화에 주목한다. 이들은 처음에는 파시즘에 호의적이었다. 1930년대 대공황을 겪고 있던 미국의 사업가들에게 노동조합을 해체하고, 고속도로 건설을 포함한 다양한 공공사업을 진행해 대공황의 늪에서 빠져나온 독일의 모습은 참 매력적이었다. 이 시기 독일에 대한 미국 기업들의 투자는 크게 늘었고 진주만 공습 전까지 미국이 독일에 투자한 금액은 4억7천500만달러에 이르렀다.

1940년대 들어 미국의 독일에 대한 관심은 서서히 식어갔다. 랜드리스(무기대여 할부) 계약을 체결한 영국이 더 큰 고객이 된 것이다. 히틀러가 프랑스를 점령하고 북유럽, 동유럽 경제권을 장악해 나가면서 독일은 미국의 수출을 방해하는 나라일 뿐이었다. 저자는 “급속히 발전하는 영국과의 거래로 상당한 돈을 벌어들이고 있던 사업가들 사이에서 나치 독일의 명분은 점점 이해를 잃어갔다”고 말한다.

미국 권력층의 전쟁에 대한 입장은 이처럼 철저히 이윤에 의해 움직였다. 1941년 6월22일 히틀러가 소련을 침공하고, 같은 해 12월5일 소련이 반격하면서 전쟁의 승자가 누구인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후 히틀러는 미국에 전쟁을 선포했고, 소련은 자연스럽게 미국의 친구가 됐다. 이때부터 미국은 독일의 승리를 바라지 않았다. 당시 소련과 맺었던 랜드리스 사업에 득이 되지 않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외에 일본의 진주만 공격, 독일 드레스덴 공습 등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어난 일들 또한 미국의 파워 엘리트가 만들어낸 것으로 바라본다. 미국이 국제 사회에서의 패권을 쥐기 위해 이 같은 빌미를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미국 파워 엘리트들의 입김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그는 “이란, 북한, 중국도 언젠가는 새로운 ‘좋은 전쟁’의 상대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저자는 전쟁을 막는 일이 가능하다고 보고, 미국의 자본주의에 질문을 던진다. 미국의 자본주의는 포위되지 않고도, 적이 없어도, 위협받지 않아도, 그것이 좋은 전쟁이건 아니건 전쟁을 하지 못해도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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