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主食의 변화

  • 남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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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22   |  발행일 2017-04-22 제23면   |  수정 2017-04-22

우리의 주식(主食)이 변했다고 한다. 쌀로 만든 밥에서 다른 것으로 바뀌었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아느냐고 지인이 물었다. 밀가루로 만든 국수나 라면 등을 떠올리고 있는데 정답은 삼겹살이란다. 저녁에 술을 마시면서 삼겹살을 먹으면 밥을 먹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다. 우스갯소리 같지만 쌀 소비감소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다. 한동안 삼겹살과 탄수화물 가운데 살을 찌게 만드는 원흉(?)을 놓고 실랑이가 벌어졌지만 탄수화물이 주범이라는 쪽으로 의견이 기울어지면서 삼겹살 소비가 늘기도 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경기도의 일부 고교생들의 주식이 컵 라면과 콜라 등 즉석식품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경기도교육청이 학생들의 자율성을 높이고 식중독 예방을 위해 저녁 급식을 하는 학교를 특별 관리하겠다는 지침을 내리자 상당수 고교가 올해부터 저녁급식을 중단해 일어난 사태다. 학교 주변에 편의점밖에 없어서 도시락 등으로 저녁을 해결하지 못하는 학생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즉석식품이었다. 일주일 동안 컵라면만 먹었더니 속이 좋지 않았다는 부작용도 소개됐다.

어느 쌀 전업농은 먹방 프로그램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유인즉 먹방의 주 재료가 쌀이 아닌 밀가루여서다. 가뜩이나 쌀이 남아돌아 농민들의 걱정이 커지는데 방송마저 쌀을 외면하는 것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먹방이 밥을 소재로 삼는 경우도 있지만 농민들 눈에는 밀가루 소비만 부추기는 것으로 보였나 보다.

우리 쌀이 사상 처음으로 식량원조에 나가게 돼 수급문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소식이다. 아세안 등을 통해 미얀마와 캄보디아에 750t을 보내기로 한 것이다. 현재 정부의 쌀 재고량은 233만t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쌀값 안정을 위해서는 올해 쌀 생산조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금 들판에는 못자리를 만드는 상토작업이 한창이다. 쌀이 남아돌아도 농부들은 봄이 되면 어김없이 쌀농사에 나설 수밖에 없다. 가장 기본적인 먹거리를 생산하는 일이고 근본적인 농사가 쌀 농사이기 때문이다. 쌀 정책은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을 필요로 하고 있다. 남정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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