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기 힘든 학원차량 동승자 “걸리면 벌금 내는 게 속편해”

  • 조규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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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24 07:22  |  수정 2017-04-24 07:22  |  발행일 2017-04-24 제8면
■ 취지 못살리는 ‘세림이법’
영세 학원 “현실반영 안돼”
일부 예체능 차량 적용제외
형평성 어긋난다는 지적도

지난 18일 오후 2시쯤 구미 형곡동 학원가. 수업을 듣기 위해 어린이들이 학원 차량에서 하나둘씩 내리고 있었지만 차량 안엔 운전자를 제외한 동승자는 눈에 보이지 않았다. 1시간 동안 10여 대의 학원 차량이 오갔지만 동승자가 탑승한 차량은 끝내 없었다. 최근 이곳에선 11인승 버스에 20여명의 아이들을 태웠다가 학부모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은 학원도 있었다. 특히 2015년 6월 학원가와 멀지 않은 형곡중앙로에서 초등 3년생이 학원 차량에서 혼자 내린 뒤 길을 건너다 차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남모씨(58·형곡동)는 “학생들이 혼자 학원 차량에서 내리는 모습을 볼 때마다 불안하기 짝이 없다”면서 “관련 법이 생겼는데도 학원측의 안전불감증이 여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월 대구에선 한 학교법인 사립유치원의 3세 여자 원아가 통학버스에서 1시간 넘게 방치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함께 탄 교사가 하차 때 원생 확인 의무를 소홀히 한 것으로 대구시교육청 조사 결과 밝혀졌다.

어린이 통학차량의 보호자 의무 탑승을 규정한 이른바 ‘세림이법’이 헛구호에 그치고 있다. 상당수 어린이집·학원 등이 경영난을 이유로 법 준수를 외면하고 있는 것.

하지만 ‘세림이법’이 학원가 불황·영세 학원 등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구미 형곡동에서 영어학원을 운영하는 K씨는 “나라에서 인건비를 지원해주지 않는 한 영세 학원이 동승자까지 고용하는 것은 꿈도 못꾼다”면서 “차라리 단속에 걸렸을 때 벌금 한 번 내는 게 더 속 편하다”고 말했다.

‘세림이법’의 사각지대도 풀어야 할 숙제다. 일반 학원과 달리 합기도·수영 등의 일부 예체능 관련 학원 차량은 세림이법 적용을 받지 않고 있다. 학원가에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한국학원총연합회 경북도지회 관계자는 “‘어린이 안전 강화’라는 법 취지를 살리면서도 업계 타격을 최소화하는 균형 잡힌 후속 조치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구미=조규덕기자 kd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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