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는 빚 쪼들린 40대 농민…권총·실탄 11발 압수

  • 최영현
  • |
  • 입력 2017-04-24 00:00  |  수정 2017-04-24
■ 경산 자인농협 총기강도 55시간만에 검거
자전거 실은 화물차 CCTV 찍혀
끈질긴 추적 끝에 단양서 붙잡아
압수한 권총 국과수에 감식 의뢰
20170424
충북 단양에서 붙잡힌 농협 권총강도 용의자 김모씨가 지난 22일 밤 경산경찰서로 압송되면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왼쪽). 김씨는 경산의 한 하천 인근 관정(오른쪽 위)에 권총 1자루와 실탄 11발을 숨겨두었다. 범행에 사용된 자전거를 실은 화물차는 현재 경산경찰서 주차장에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일 발생한 경산 자인농협 하남지점 권총강도 사건은 현장에서 약 6㎞ 떨어진 곳에 거주하는 40대 농민이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용의자 김모씨(43·경산시)를 사건 발생 55시간 만인 지난 22일 오후 6시47분쯤 충북 단양군 단양읍 한 리조트 청소년수련관 앞 주차장에서 붙잡아 이날 밤 9시30분쯤 경산경찰서로 압송했다. 김씨는 빚에 쪼들려 범행을 저질렀고 공범은 없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23일 김씨에 대해 특수강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자전거가 결정적 단서

김씨는 20일 자인농협 하남지점에 권총을 소지하고 침입해 직원들을 위협한 후 현금 1천563만원을 강취한 후 달아났다. 김씨 검거에는 CCTV에 찍힌 자전거가 결정적 단서가 됐다.

이날 경찰은 농협 주변 자동차 블랙박스를 통해 김씨가 자전거를 타고 도주한 사실을 확인한 후 주변 CCTV 영상 확보와 분석에 주력했다. 또 경력 200명과 드론을 동원해 추적에 나섰다. 하지만 김씨가 넥워머와 모자로 얼굴을 가린데다 사건 초기 범인을 외국인으로 추정한 탓에 수사에 혼선을 빚어 추적에 애를 먹었다. 신고보상금을 최고 300만원에서 1천만원으로 올렸지만 김씨 행방은 묘연했다.

그러던 중 범행 장소 부근에서 자전거를 싣고 이동하는 화물차를 CCTV 영상에서 발견한 경찰은 화물차 운전자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추적을 벌여왔다. 경찰은 끈질긴 화물차 추적 끝에 22일 오후 6시47분 단양에서 김씨를 붙잡는데 성공했다. 김씨는 이날 매년 한 차례 있는 집안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가족과 함께 단양에 가던 길이었다. 김씨는 범행사실을 시인했다.

◆완전범죄 노린‘외국인 연기’

김씨는 영화배우 뺨치는 연기력으로 농협직원은 물론 경찰까지 속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사건 접수 직후 범인이 외국인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에 나섰다. 농협직원들이 ‘우리말이 어눌했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직원들에 따르면 범행 당시 김씨는 ‘(돈을)담아’ ‘핸드폰’ ‘(금고) 안에’ 등 간단한 단어만 사용했다. 말투가 어눌했을 뿐 아니라 말보다 몸짓을 많이 사용했다는 점 때문에 외국인으로 오인했던 것.

더욱이 사건이 발생한 농협이 외국인 근로자가 많이 일하는 공단 근처라는 점도 범인이 외국인일 것이라는 추정을 불러일으켰다. 차량이 아닌 자전거를 타고 도주한 것 역시 트릭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지역에는 동남아 출신 근로자들이 자전거를 많이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경찰이 범인을 외국인으로 추정하도록 유도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씨는 아이러니하게도 범행에 사용한 자전거가 CCTV에 찍히는 바람에 꼬리를 잡혔다.

◆평범한 농부가 총기 소지

농사를 짓는 김씨가 권총과 탄환을 어떻게 손에 넣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찰은 23일 오전 범행에 사용된 45구경 권총 1자루를 비롯해 실탄 11발, 자전거, 현금 1천190만원을 압수했다. 권총 등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감식을 의뢰하고 자세한 취득 경위에 대해서는 현재 수사 중이다.

범행에 사용된 권총, 실탄 등은 주거지에서 약 700m 떨어진 지하수 관정 안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김씨가 실탄 18발을 감췄다는 진술에 따라 계속 수색하고 있다. 범행 당시 입었던 옷가지들은 모두 불태운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이 발생한 농협 지점은 직원 4명이 근무하는 소규모 지점이다. 전국 대부분 읍·면 단위 농협지점은 직원 수가 적고 청원경찰이 없어 범행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경산=최영현기자 kscyhj@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