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인성교육-가족 이야기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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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24 07:49  |  수정 2017-04-24 07:49  |  발행일 2017-04-24 제18면
“가족들에게 일상 속 재미있는 이야기 발표해 보세요”
봄꽃·종이 접기·동영상 만들기…
아빠·엄마·자녀 한명씩 설명 시간
마지막 순서는 음식 나누어 먹기
관심분야 이야기하며 집중력 향상
[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인성교육-가족 이야기 마당
일러스트=최은지기자 jji1224@yeongnam.com

토요일 오후입니다. 가까운 곳으로 나들이 갔다 온 도현이네 네 식구가 간편한 옷으로 갈아 입고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도현이는 초등 3학년이고, 동생 성민이는 1학년입니다.

‘제7회 우리 가족 이야기 마당’. 오늘 사회자 도현이가 벽에 걸린 커다란 화이트보드에 새파란 글씨로 이렇게 썼습니다. 아빠는 작은 상 위에 노트북을 열어놓고 앉았고,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개구쟁이 성민이도 의자를 끌어다놓고 제법 점잖게 앉았습니다. 엄마는 성민이가 앉은 의자 옆에 앉았습니다. 사회를 맡은 도현이는 칠판 옆에 서 있습니다. 모두가 자기 편한 모습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지금부터 제7회 우리 가족 이야기 마당을 시작하겠습니다. 가위바위보로 정한 대로 엄마부터 발표를 하겠습니다.” 엄마가 종이 상자를 하나 들고 앞으로 나왔습니다. “짜잔! 이게 뭘까요?” 엄마가 종이상자에서 노란색 꽃이 조롱조롱 달린 꽃나무 가지를 하나 쑥 꺼냈습니다. “개나리요.” 성민이가 냅다 소리를 지르듯이 말을 했습니다. “땡! 아닙니다.” “산수유 꽃입니다.”

컴퓨터로 이 장면을 기록하던 아빠가 자신 있다는 듯이 대답을 했습니다. “땡! 비슷하지만 아닙니다. 자, 어떤 냄새가 나는지 맡아보세요.” 엄마는 꽃가지를 뚝 꺾어서 아빠, 도현이, 성민이 코앞에 갖다 댔습니다. “어어, 생강냄새가 나네.” 아이들은 무슨 냄새인지 모른다고 했지만 아빠는 신기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하면서 생강냄새가 난다고 했습니다. “맞습니다. 생강나무 꽃입니다. 봄에 가장 일찍 피는 꽃이지요. 모양은 산수유 꽃과 비슷하고요. 그렇다고 이 나무에서 생강이 달린다고 생각하지는 마세요.” 엄마의 종이상자에서는 산수유 꽃도 나오고, 개나리꽃도 나오고, 진달래꽃도 나왔습니다. 그리고 칠판에 봄에 피는 꽃들을 색깔별로 나누어 썼습니다. 식구들은 꽃이 먼저 피고 잎이 피는 꽃도 알았고, 잎이 핀 다음에 꽃이 피는 꽃도 알았습니다.

“다음에는 제가 발표를 하겠습니다.” 도현이는 색종이를 가지고 나와서 종이비행기와 종이배, 종이자동차 접는 방법을 그림을 그려가면서 설명하였습니다. 직접 색종이를 나눠주고 실습도 진행 했습니다. 엄마도 아빠도 도현이가 시키는 대로 따라 접었습니다. “야호! 나도 만들었다!” 성민이가 종이비행기를 날리면서 신나합니다. 엄마도 날려보고 아빠도 날려보고 발표장은 종이비행기 천지가 되었습니다. 성민이는 텔레비전에서 봤다는 귀신 이야기를 했습니다. 불을 끄고 컴컴하게 해놓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야기를 하는 성민이가 더 무서워합니다.

아빠는 가족나들이 때 찍은 사진으로 동영상 만드는 방법에 대해 발표를 했습니다. 동영상 만드는 법에 가장 관심을 보인 사람은 도현입니다. “아빠, 이거 할아버지한테 가르쳐 줄 거야. 그 전에 할아버지가 아빠한테 동영상 만드는 법에 대해 물었잖아.” 도현이는 신이 났습니다. 궁금한 것은 묻고 또 물었습니다.

“다음에는 음식 나누어 먹기입니다.” 마지막 순서가 음식 나누어 먹기입니다. 가족 이야기 마당이 끝나면 언제나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특별음식이 마련됩니다. 오늘은 홍게 잔치입니다. 엄마가 아직도 뜨끈뜨끈한 홍게를 내놓았습니다. “엄마는 성민이 귀신 이야기가 무섭지 않았어?” “도현아, 대구 할아버지께 언제 가르쳐 드릴래?” 이야기 마당은 음식 나눠먹을 때도 이어집니다.

이 이야기는 그냥 꾸며 본 게 아닙니다. 포항에 살고 있는 도현이네 식구들이 발표한 기록을 보고 간추려 적은 겁니다. 모두가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세상입니다. 가족대화의 필요성을 알지만 일부러 시간을 내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마주 앉게 되는 밥상머리 대화 시간도 가지기가 쉽지 않습니다. 큰 맘 먹고 시간을 내어 식구들이 둘러앉았다 하더라도 정작 이야기가 물 흐르듯이 흐르지 못합니다. 서툴고 서먹합니다. 그만 아빠와 엄마의 잔소리 같은 몇 마디로 이야기는 끝나고 맙니다. 재미가 없습니다. 아이들은 무엇이든지 재미가 있어야 관심을 가집니다.

도현이네는 한 달에 한 번씩 하던 것을 요즘에는 아이들의 성화에 못 이겨 한 달에 두 번씩 가족 이야기 마당을 연답니다.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을 남에게 알리고 자랑하는 이야기 마당, 아이들이 당연히 재미있어하겠지요. 힘들거나 어렵지도 않습니다. 집집마다 가족 이야기 마당이 열려서 아이들이 반듯하게 쑥쑥 커 가면 좋겠습니다. 윤태규<전 동평초등 교장·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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