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과 책상 사이] 시험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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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24 07:52  |  수정 2017-04-24 07:52  |  발행일 2017-04-24 제18면
[밥상과 책상 사이] 시험불안
윤일현<지성교육문화센터이사장·시인>

불안의 사전적 정의는 ‘마음이 편하지 않고 조마조마한 상태’다. 심리학에서는 ‘특정한 대상 없이 막연히 나타나는 불쾌한 정서적 상태, 안도감이나 확신이 상실된 심리 상태’를 말한다. 아는 것을 실수로 틀리거나, 운 나쁘게도 공부하지 않은 곳에서 출제되거나, 경쟁자보다 점수가 안 나오면 어떡하나 등의 심리에서 비롯되는 우울, 의욕상실, 불면, 식욕부진 같은 것이 시험불안 증상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순위나 당락이 결정되는 시험 앞에서 불안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다만 그 불안감에 휘둘려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거나,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공황 상태에 빠질 때 문제가 생긴다.

종류에 관계없이 불안은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속성을 가진다. 그러나 불안감이나 두려움이 전혀 없는 것도 문제다. 적당한 불안감은 사람을 조심하게 하고 긴장하게 하여 보다 적극적으로 위기에 대처하게 한다. 적절한 불안감은 긍정적인 측면이 더 많다. 에드바르트 뭉크의 작품 ‘절규’가 보여주듯이 불안감과 결핍감은 위대한 예술을 낳는 창조적 에너지가 되기도 한다. 인류 역사는 숨 막히는 선택과 결단의 순간에 발생하는 불확실성과 불안에 대한 투쟁이 거둔 인간승리의 흔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불안을 극복하지 못하고 그것에 잠식당하면 모든 잠재능력은 힘을 잃고, 궁극에는 파멸에 이르게 된다.

“불안은 욕망의 하녀다. 돈과 지위에 대한 갈망이 지나치면 사람을 잡는다.” 알랭 드 보통의 저서 ‘불안’에 나오는 말이다. 불안은 욕망 때문에 생기는 증세다. 더 많은 수입, 명예, 지위, 더 높은 점수 등을 갈망할 때 불안은 야기된다. 학생들의 불안은 상대적인 것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상위권에 못 들거나, 현재의 위치를 유지하지 못 할까봐 또는 경쟁하는 친구보다 점수가 안 나올까봐 걱정할 때 불안감은 생겨난다. 경쟁에 대한 극심한 압박, 부모님의 지나친 기대 때문에 시험불안 증세는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불안이란 결국 기대치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견디지 못하는 데서 발생한다.

불안은 그 감정에서 도망치려하면 점점 더 강하게 사람을 옥죈다. 최선의 해결책은 정면 대결하는 것이다. 공부할 때 생기는 불안은 공부에 몰입할 때 사라진다. 독일의 심리학자 프리츠 리만은 “피할 수 없다면 불안과 함께 걸어가라"고 충고한다. 시험을 목전에 두고 충분하게 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학생은 드물다. 결과에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주어진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 공부한 후 결과를 담담히 받아들이겠다는 생각을 하면 다소 마음이 편안해진다.

시험공부를 할 때 먼저 이해한 후 암기하려고 노력하자. 어떤 내용이든 이해가 되면 암기는 훨씬 쉽다. 한꺼번에 한 과목을 다 끝내겠다는 학습법보다는 하루 두세 과목을 공부하며 자주 반복하여 읽는 것이 바람직하다. 과정에 충실하면 결과도 좋을 것이란 확신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면 불안감은 사라지고 기대 이상의 성적을 얻게 될 것이다.

윤일현<지성교육문화센터이사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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