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안경업체 ‘자체 브랜드 론칭’ 열풍

  • 김미지,이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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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24 07:33  |  수정 2017-04-24 09:01  |  발행일 2017-04-24 제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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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엑스코에서 열린 ‘2017 대구국제안경전(DIOPS)’에 선보인 안경브랜드 랭골라(Rangolla).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대구지역 안경산업이 변하고 있다. 생산량의 80% 이상을 OEM 방식으로 수출하던 지역업체들이 기술력과 디자인을 앞세우며 앞다퉈 자체 브랜드를 내놓고 있는 것.

금형 전문 업체인 ‘JCS인터네셔널’은 6년 전 안경 사업에 뛰어들었다. 기존 OEM 방식으로 일본에 안경을 수출할 만큼 품질을 인정받았지만, 고부가가치를 위해 2015년에 자체 브랜드인 ‘끌로테’를 론칭했다. 150억원이던 매출은 자체 브랜드 론칭 이후 2배 이상 늘었다.

이상범 JCS인터네셔널 이사는 “OEM을 하면서 키워온 기술력과 해외업체와 기술 및 아이템 콜라보를 했던 경험을 살린 것이 자체 브랜드 운영에 많은 도움이 됐다”며 “이제는 영업을 따로 하지 않아도 입소문만 듣고 바이어들이 찾아올 정도”라고 말했다.

안경제조업체 ‘RVD’의 자체브랜드 ‘GLAY:N’의 송홍근 팀장은 “안경시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가 큰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어, 해외시장 개척 시 한국 업체가 론칭한 브랜드라고 소개하면 바이어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준다”고 말했다.

옵토모드 자체브랜드인 ‘ERIPOTI’의 민원기 대표는 “단순한 OEM 방식을 넘어 소속 디자이너들을 두고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 “브랜드를 산다는 것은 결국 그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 철학 등을 구매하는 것인데 그런 고민 없이 유행에 휩쓸려 브랜드를 론칭하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2015년 기준 대구의 안경제조업체는 전국의 84.7%, 종사자 수는 전국의 76.2%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대구는 우리나라 안경산업의 중심지이자 집적지다.

단순 OEM 방식서 생산 변화
‘JCS인터네셔널’ 톡톡히 효과
“론칭 후 매출 2배 이상 늘어나
입소문만 듣고도 바이어 발길”
일각 “자체브랜드 성공하려면
마케팅고민·투자 함께 따라야”

1990년대 중반까지 연평균 20~30%의 수출 증가를 보이던 안경산업은 외환위기와 중국의 저가공세로 성장세가 꺾였다. 2000년대 들어서며 플라스틱 소재를 틀에 부어 그대로 찍어내는 사출방식을 도입해 안경산업이 다시 활기를 찾는 듯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명품은 이탈리아, 일본 등의 제품에 밀리고, 기술력까지 높아진 중국에도 치이는 신세가 됐다. 지역업체들이 OEM 방식에서 벗어나 자체 브랜드를 선택하며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는 이유다. 현재 자체브랜드 열풍을 타고 등장한 국내 안경 브랜드는 200여개에 이른다.

브랜드 열풍에 우려스러움을 표시하는 목소리도 있다. 송홍근 팀장은 “많은 업체가 기술력만 믿고 자체 브랜드에 뛰어들고 있다”면서 “자체브랜드가 성공하려면 마케팅 능력도 반드시 필요하다. 지역업체들이 마케팅과 관련 엄청난 고민과 투자를 이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역 안경업계에서는 지역 안경제조업체의 브랜드 인지도가 상승하고 있는만큼 일부 성장 유망업체의 브랜드를 스타기업으로 지정·육성해나가는 등의 전략적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미지기자 miji469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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