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미친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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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24   |  발행일 2017-04-24 제30면   |  수정 2017-04-24
[기고] 대미친쇼
이계영 대구미술관 큐레이터

날씨가 따뜻해지니 여기저기 음악 관련 소식이 들린다. 얼마전 내한한 콜드플레이 공연 소식이 그렇고, 재즈페스티벌이나 록페스티벌 등도 한층 강력해진 라인업을 내세우며 사람들을 부르고 있다. 생각해보면 음악만큼 개인적이면서도 동시에 집단적인 예술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지하철, 버스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있으며 도로 위에는 음악을 듣는 많은 운전자들이 있다. 회식에서 빠지지 않는 것도 노래방이다. 콘서트뿐만 아니라 운동경기장과 광장에서 떼창이 흘러나오기도 한다. 이렇게 음악은 나의 것이며 너의 것인 동시에 너와 나 사이를 공명한다.

음악을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것처럼 음악의 역할은 전시장에서도 유효하다. 대구미술관의 ‘스코어: 나, 너, 그, 그녀{의}’전은 음악과 미술의 컬래버레이션 전시이다. 음악과 미술이 예술로서 공통적으로 지향하는 점이 무엇인지와 음악이 우리의 삶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보여주며, 청각과 시각을 함께 자극한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음악과 보이는 미술의 접점을 만드는 것은 쉬운 것은 아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보다 편안하게 다가가기 위해 또다른 음악을 활용하였다. 인터넷 음악방송 프로그램을 개설하였고 프로그램의 제목은 ‘대구미술관 친구들의 쇼’, 약칭 ‘대미친쇼’이다.

대구미술관이 주최하지만 이 프로그램의 주인공은 대구미술관의 자원봉사자들이다. 프로그램의 구성과 내용을 자원봉사자들이 기획하고 직접 진행하며, 사연과 신청곡을 받는 SNS도 운영한다. 지금까지 방송을 일곱 번 했는데, 주요 코너는 다음과 같다.

전시연계프로그램이라 ‘스코어’ 전시에 대해 먼저 이야기한다. 강서경의 ‘그랜드마더타워’, 오민의 ‘ABA 스코어’를 소개하며 작가의 인터뷰 동영상을 함께 본다. 기획자 혹은 미술전문가의 해석을 그대로 전하지 않고 “이러한 설명이 있음에도 작품을 이해하기 쉽지가 않더라. 하지만 이러한 방식으로 접근하면 어떨까 또는 작품을 본 관람자는 어떻게 느꼈다”며 관람자의 입장에서 전시를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점이 돋보였다.

또한 방송은 아티스트 토크의 새로운 버전이 되기도 한다. 작가가 직접 출연하여 작품에 얽힌 일화를 소개하고 자신이 즐겨듣는 음악을 추천하는데 VJ가 관람자의 시각을 대변하여 대화를 이끌어가는 점이 눈에 띄었다. ‘부산에 가면’을 작업이 잘 안될 때 많이 듣는다는 참여작가 정용국의 멋쩍은 웃음, 사진가 변순철이 U2의 ‘One’을 추천했는데 20대 초반의 진행자들이 U2를 몰라서 빚어진 미묘한 순간도 다른 아티스트 토크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음악방송이라는 프로그램의 성격에 맞게 전시와 관련 있는 주제로 시청자들의 사연과 신청곡도 소개한다. 변순철은 장수 TV프로그램 ‘전국노래자랑’ 출연자들의 판타지가 실현되는 순간을 포착한 동명의 사진으로 전시에 참여했는데, 그의 사진에 등장했던 ‘뽁뽁이 아저씨’ 박장대씨가 출연해 일곱, 여덟 번의 예선 도전 끝에 결선에 진출한 사실을 말하고 방송부스 안에서 트로트를 열창한 것은 음악방송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스코어’ 전시장 입구에 방송부스가 설치되어 방송의 진행 과정을 관람자가 현장에서 직접 볼 수 있으며, 인터넷을 통한 대화 참여와 다시 보기도 가능하다. 이렇게 내가 듣는 음악을 다른 누군가와 함께 듣고, 또 사람과 어우러진 음악은 우리의 기억이 된다. 그래서 ‘스코어’는 ‘우리를 위한 음악’이라 할 수 있다. ‘대미친쇼’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5월13일까지 네차례 더 진행된다. 이계영 대구미술관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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