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롯데와 대구은행, 그리고 지역상생

  • 김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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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24   |  발행일 2017-04-24 제31면   |  수정 2017-04-24
[월요칼럼] 롯데와 대구은행, 그리고 지역상생
김진욱 고객지원국장

많은 사람이 그러하듯 필자 역시 어떤 현상을 볼 때 내 기억과 연관시켜 바라본다. 겉으로 보이는 현상 위에 자신의 기억을 덧씌우면 나만의 해석도 가능하다. 최근 나의 기억을 덧씌워 바라본 현상은 중국의 롯데를 상대로 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과 대구시 서구의 상업건축물 ‘광장코아’의 재건축이다.

롯데가 중국에서 롯데마트 영업정지와 같은 곤혹을 치르는 이유는 성주군 초전면의 롯데스카이힐 성주CC를 사드 부지로 제공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골프장은 2009년 2월 롯데가 인수하기 전까지는 <주>연우라는 대구 본사 시행사가 운영하던 헤븐랜드CC였다. 헤븐랜드CC 공사를 롯데기공이 했다. <주>연우가 대구에서 아파트 시행을 할 때 롯데건설이 공사를 맡은 것이 계기가 돼 같은 그룹 계열사인 롯데기공이 골프장 공사를 맡았다. 하지만 골프장 회원권 분양이 제대로 안돼 공사대금을 받지못하자 롯데기공이 공매로 나온 골프장을 인수하게 된 것이다.

이 같은 과정을 경제부 기자로 지켜봤다. 그래서 롯데와 <주>연우의 인연이 중국에서 롯데가 제재를 당하게 된 시작이라는 엉뚱한 해석도 해본다. 중국내 롯데마트가 롯데 골프장때문에 제재를 당한 걸 보면서 내가 기억하는 롯데를 떠올린다.

내 기억속의 롯데는 ‘유통공룡 롯데’다. 롯데의 대구 진출과 관련된 기억때문이다. 2010년 대구시 동구 율하동에 롯데쇼핑프라자가 들어설 때, 올해 중으로 개점할 대구시 북구 칠성동의 롯데마트가 인·허가를 받을 때 지역상권의 저항이 컸다. 롯데의 대구 진출에 따른 긍정적인 면보다 골목상권의 고사(枯死), 지역자금의 역외 유출 같은 부정적인 면이 더 부각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롯데는 지역상생 방안을 마련했다. 2020년 수성구에 영남권 최대 규모의 복합쇼핑몰로 들어설 ‘롯데대구몰’ 개점때도 지역상생 방안이 마련될 것이다.

롯데가 마련한 지역상생 방안은 지역기업의 제품을 우선 구매하고, 지역민을 우선 채용하고, 지역자금의 역외유출을 막기 위해 대구은행에 자금을 예치하는 방안이 주로 담겼다. 롯데뿐 아니라 현대백화점·신세계백화점이 대구에 진출했을 때도 지역상생 방안이 마련됐다. 그래서 지역상생이란 용어는 경제부 기자를 하면서 아주 많이 쓴 단어다.

그런 지역상생이란 단어가 요즘 광장코아 재건축현장에서 들린다. 광장코아 지주들이 대구은행에 재건축을 성사시키기 위해 지역상생을 요구하고 있다. 대구은행은 지역민의 애정 속에서 성장해 온 지역상생의 대표적인 수혜자다. 동시에 지역사회에 많은 기부 활동을 하면서 지역상생을 실천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 대구은행에 지역상생을 요구하는 상황이 눈길을 끈다.

광장코아에는 대구은행 점포도 있어 대구은행 역시 광장코아 지주 중 하나다. 그런데 재건축을 위한 대구은행의 초기 요구조건이 다른 지주들의 눈에 지나친 것으로 비쳐졌다. 지주들 상당수가 대구은행의 과도한 요구때문에 재건축이 무산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지주들이 지역상생을 이야기하며 대구은행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최근 대구은행과 재건축 시행사측이 본격적인 협의에 들어갔다. 대구은행이 자신의 재산권이 달린 광장코아 재건축 문제에서는 지역상생과 관련해 어떤 행보를 보일 지 주목된다. 대구은행이 다른 지주들보다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지엽적인 문제에 몽니를 부린다면 여지껏 쌓아온 대구은행의 지역상생 이미지에 상처만 줄 뿐이다.

필자처럼 대구에서 오래 살아온 중·장년층에게 광장코아는 한때 서구의 대표적인 건축물이었다. 지금은 아파트가 들어선 남구의 효성코아와 함께 광장코아는 수영장을 갖춘 대구의 대표적인 고급 상업시설이었다. 중·장년층에겐 추억이 있는 건물이다. 재건축이 추진되다 무산되면 노후화가 더욱 심해져 자산가치가 다시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슬럼화된 건물에서 추억을 찾지 않고 재건축으로 또 한번 서구의 랜드마크가 될 건물에서 옛 추억을 기억하는 게 더 나을 듯하다. 물론 지주들의 전원 합의에 의한 재건축을 전제로 한 것이다. 김진욱 고객지원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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