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올 채용전망 먹구름…고용시장 봄바람 언제 부나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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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24   |  발행일 2017-04-24 제31면   |  수정 2017-04-24

최근 수출이 호조세를 이어가고 한국은행·국제통화기금 등이 잇따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조정하고 있지만 고용시장은 아직도 한겨울이다. 경기회복의 온기가 반도체·석유화학 등 일부 대기업에만 국한돼 대다수 경기 주체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는 아직도 차갑기만 하다. 무엇보다 제조업 일자리가 계속 줄면서 고용없는 성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한국은행은 지난 13일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 성장률 전망을 기존 2.5%에서 2.6%로 0.1%포인트 상향조정했다. 하지만 올해 취업자 수는 28만명 내외가 늘어 작년 30만명보다 2만명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실업률도 지난해 3.7%에서 0.1%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기업구조조정에 따른 감원과 대외 불확실성 증대, 중국의 사드보복 등으로 여전히 우리경제의 앞날이 어둡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근 직원 100명 이상 기업 258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신규 인력 채용규모는 작년보다 6.6%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신규채용 계획이 있다는 기업은 53.7%에 그쳐 2011년 이후 6년 만에 가장 적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조사에서도 올 상반기 대기업 5곳 중 1곳이 불황과 내부사정을 이유로 신규 채용을 하지 않거나 줄이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대졸 이상 실업자와 비경제활동인구가 분기 기준으로 사상 처음 50만명과 350만명을 넘어서 고학력 실업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발표한 3월 고용동향을 보더라도 1월부터 이어진 실업자 100만명대가 석달째 지속되고 있다. 지난 19일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최근 경제상황에 대해 봄기운이 느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말했지만 고용시장만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수출증가와 경기회복의 결과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 않는 것은 대기업들이 막대한 이익을 내고도 사내보유금으로 쌓아두고 투자와 고용에 인색한 것도 한 원인이다. 지난해 10대 그룹의 사내유보금은 550조원, 30대그룹은 870조원에 달한다. 기업들이 사내보유금을 풀어 일자리 창출에 나서도록 정부가 먼저 투자환경을 조성하고 독려해야 하는 이유다. 정치권도 뒷짐만 지고 있지 말고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경제활성화 법안과 노동개혁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 힘을 보태야 한다. 나아가 대선주자들도 나랏돈으로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거나 청년수당·중소기업 고용보조금 등 임시방편식 대책만 내놓을 게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비전과 구체적인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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