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영의 포토 바이킹] 미세먼지

  • 허석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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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24   |  발행일 2017-04-24 제31면   |  수정 2017-04-24

먼지에 대한 오해가 있다. 단지 더럽거나 해롭다는 것이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는 속담에서도 먼지는 감춰진 허물 정도로 비유된다. 하지만 먼지는 모든 생명의 근원이다. 먼지는 공기 속 수증기가 뭉치게 하는 응결핵 작용을 하는데, 이게 없다면 하늘에 구름도 없고 비도 내리지 않는다. 먼지가 생명의 본질임은 과학이 규명하기 훨씬 오래전부터 종교에서 갈파했다. 성경 창세기에서도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가리라”라고 가르치고 있다.

이처럼 먼지는 생명의 신비를 담은 비밀스러운 존재지만, 그 앞에 ‘미세’란 단어가 덧붙여지면 영 딴판이 된다. 너무도 작고 위협적인 존재로 돌변한다. 요즘 미세먼지가 뭔지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미세먼지는 지름이 10㎛(마이크로미터) 이하인 먼지를 일컬으며, 이 중 지름이 2.5㎛보다 작은 것은 초미세먼지로 분류한다. 사람 머리카락 지름이 50~70㎛ 정도니 미세먼지가 얼마나 작은지 알 수 있다.

미세먼지의 유해성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도 이미 2013년에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질산염, 암모니아 등 이온 성분과 금속화합물, 탄소화합물 등 유해물질로 이뤄진 미세먼지를 들이마시면 폐와 호흡기만 망가지는 게 아니다. 초미세먼지의 경우 혈관을 타고 돌아다니면서 심장과 뇌까지 공격해 심장병과 치매까지 유발한다고 한다. 의학 전문가들도 미세먼지는 건강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고 강조한다. ‘침묵의 살인자’란 말이 과언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세먼지 공포가 확산되자 정부와 대선주자들도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하지만 발전소와 공장, 자동차 배기가스 등에서 매일같이 뿜어져 나오는 미세먼지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국내 미세먼지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중국산’은 사실상 해결방안이 없다. 미세먼지가 인체에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피할 마땅한 방법이 없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허석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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