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인생을 여행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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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25 08:03  |  수정 2017-04-25 13:31  |  발행일 2017-04-25 제25면
20170425
오키나와 이에섬
20170425
박지혜 <영상서랍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지난주, 친언니와 오키나와 여행을 다녀왔다. 바쁜 일정 속에 가는 여행이라, 내 머릿속은 제대로 여행을 즐겨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가장 먼저 준비한 것은 오키나와에 대해 적혀 있는 책이었다. 어디서든 그 책을 놓지 않았고, 어디가 가장 좋을지, 어디가 가장 재밌을지를 골몰했다.

여행을 다녀온 직후, 나는 그것이 좋은 선택이 아니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여행 기간에 계속 비가 오는 날씨였던 오키나와는 책과는 전혀 다른 곳이었다. 바다에 들어갈 수 없음은 물론, 바다와 관련된 모든 일정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예상치 못한 오키나와의 교통체증 또한 우리의 계획을 철저히 무산시켰다.

2박3일의 짧은 일정 동안 우리는 완전히 녹초가 되었고, 실망과 탄식의 나날을 보냈다. 힘들었던 여행의 독으로 언니와 큰 다툼을 하고 난 직후 나는 이번 여행에 대해 다시 되짚어 보았다. 언니와의 좋은 추억을 만들고자 떠났던 여행에서 무엇이 잘못됐던 것일까.

가장 먼저 짧은 일정 속에서 더 많은 것을 경험해야 한다는 욕심이 떠올랐고, 조금의 여유도 없이 목적만을 위해 달려갔던 조바심과, 모든 것을 책처럼 완벽하게 하려고만 했던 완벽주의도 떠올랐다. 그리고 나는 이것이 평소 인생을 살아가는 나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언니와 화해하기 위해 출발한 고속도로 위에서 나는 문득 오키나와 국도에서 만난 멋진 해변이 떠올랐다. 투명에 가까운 바다 물빛에 우리는 차를 멈추었지만 바쁜 일정에 쫓겨 사진 몇 장을 찍고 그 자리를 떠나야 했다. 만약 그곳에서 언니와 바다를 보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면, 아름다운 해변을 그저 바라보는 약간의 여유가 있었다면 우리의 여행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인생이라는 여행도 이와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무언가에 대한 욕심에 또는 조바심에, 지나쳐 버리는 아름다운 해변이 누구에게나 있지 않은가. 힘들었던 오키나와 여행을 떠올리며 인생이라는 여행을 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가슴 아프게 되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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