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지묘동 취나물단지 도로건설 편입으로 사라질 위기…“소규모 농업인 대책 절실”

  • 채건기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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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26   |  발행일 2017-04-26 제14면   |  수정 2017-04-26

팔공산 자락 대구시 동구 지묘동은 반경 500m안 사방이 분지로 둘러싸여 있고 동화천과 지묘천이 합수되어 흐르는 배산임수 지형의 마을이다. 1990년 이전에는 주민들이 벼농사를 짓고 취나물을 주로 재배하는 농촌마을로 주민도 200명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도시의 팽창과 개발제한구역 완화, 6공화국 정부의 200만호 주택건설시책 등으로 1990년대 초반부터 논밭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지금은 1만2천명 이상이 사는 도시농촌복합형 마을로 완전히 바뀌었다. 마지막 남았던 ‘한들’이라는 들판은 16만5천여㎡(약 5만평) 정도 되는 농지인데, 이곳에 주택이 건설되고 도심 외곽순환도로와 봉무동 이시아폴리스 금호강변 순환도로가 연결될 예정으로 농지가 90% 이상 수용됐다.

이 곳에서 나고 자란 필자는 1년 전까지 팔공산 취나물연구회 사무국장을 8년 정도 지냈고, 지금도 소규모로 1천㎡에 취나물농사를 하고 있다. 팔공산취나물연구회는 초창기 35개 농가가 참여했으나 농민의 고령화와 탈농, 농지 수용 등의 여파로 참가 농가 수가 감소하는 추세다. 회원 전체 영농규모도 처음에는 3만3천㎡ 정도 되었으나 현재는 50% 정도 감소되고 내년이 되면 더 줄어들 전망이다. 취나물은 초봄부터 가을까지 1년에 6~7회 정도 수확이 가능한데 3월에 두번째로 뜯을 때가 가장 부드럽고 향기가 강해 맛이 좋다.

지묘동에 30년 전 이사와서 처음으로 취나물 재배를 시작했고 지금까지도 취나물 농사를 짓고 있는 개척농민인 박인조 고문을 최근 만났다. 그는 “남은 취나물재배단지도 도로 건설 편입으로 조만간 없어질 예정”이라면서 “지묘마을의 전통 주작물인 취나물 재배를 소규모라도 이어 갔으면 좋겠다”고 진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대구시 동구 공산동 지역 뿐만 아니라 도시 근교 소규모 농업인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고 착잡하다. 무언가 특단의 대책마련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채건기 시민기자 ken497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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