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여성작가 러어 ‘非독일적’ 감각의 세계를 보여주다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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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26   |  발행일 2017-04-26 제22면   |  수정 2017-04-26
대구 우손갤러리서 국내 첫 전시
민들레 솜털 쿠션 등 설치 작품
오일파스텔로 그린 드로잉 선봬
獨 여성작가 러어 ‘非독일적’ 감각의 세계를 보여주다
크리스티안 러어 작
獨 여성작가 러어 ‘非독일적’ 감각의 세계를 보여주다
크리스티안 러어

50대 여성 독일 작가가 대구에서 독특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크리스티안 러어가 주인공이다. 식물의 씨앗이나 줄기, 말총 등을 공간에 재구성한다. 흥미로운 것은 그렇게 설치된 작품이 고전 건축물을 연상시킨다는 점이다. 동양적인 느낌이 나는 오일 파스텔을 이용한 드로잉 작품도 있다.

‘크리스티안 러어 초대전’이 대구 봉산문화거리에 위치한 우손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대구는 물론 한국도 처음인 작가다. 우손갤러리가 좋은 작가를 발굴하는 과정에서 인연을 맺게 됐다. 1965년 독일에서 태어난 크리스티안 러어는 독일 뒤셀도르프미술대학 석사를 졸업하고 현재 독일 쾰른과 이탈리아 프라토를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유럽과 미국, 일본에서 전시를 가졌다. 2001년 제49회 베니스비엔날레에도 참가했다.

자연을 소재로 삼지만 작가의 관심은 인간이다. 자연과 인간 감성을 모티브로 삼아 예술의 본질을 탐구한다. 다만 의식적으로 뭔가를 만들어내려고 하지 않는다. 무의식의 흐름에 따라 자연 소재를 공간에 재구성한다. 드로잉 작업도 마찬가지다. 종이에서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 ‘직관’이 시키는 대로 작업한다.

작가는 “말로 작품을 설명하는 게 완벽하지 않다”고 말했다. 말로 할 수 없는 감각적인 뭔가가 작품 속에 들어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작가의 작품은 독일 현대 작가의 스타일과 다르다. 작가는 “독일 현대 작가들은 사상이나 지적인 것을 표현하지만 저는 감각에 관한 것에 초점을 맞춘다”고 밝혔다. 이탈리아에서의 활동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작가 스스로도 “독일은 지적이고, 이탈리아는 감각적”이라고 했다.

작가는 오일 파스텔로 그린 드로잉이 동양적인 느낌을 준다는 물음에 대해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해석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미소를 짓기도 했다.

민들레 솜털을 이어 만든 쿠션, 담쟁이덩굴 씨앗으로 쌓아 만든 사탑, 잔디 줄기를 맞대어 세운 작은 돔, 말총으로 짜인 거미집 형태의 벽면 설치 작품, 오일 파스텔과 잉크 드로잉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6월17일까지. (053)427-7736

글·사진=조진범기자 jj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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