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포수 권정웅의 재발견

  • 명민준
  • |
  • 입력 2017-04-26   |  발행일 2017-04-26 제26면   |  수정 2017-04-26
삼성 포수 권정웅의 재발견
지난 23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NC전에서 프로무대 데뷔이후 첫 홈런포를 날린 권정웅이 베이스를 돌며 포효하고 있다. <삼성라이온즈 제공>

삼성 라이온즈는 지난 한주 동안 경기마다 마치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듯한 플레이를 보여줬다.

경기 초반 상대팀에 선취점을 내줬다가도 후반부 들어 동점에 성공한 경우도 있었고, 막판에 다잡은 경기를 놓치는 상황도 있었다.

종착지는 결국 지옥이었다. 18~23일 6경기 동안 1승도 챙기지 못했고, 최종결과 2무4패를 거둔 삼성이다.

결과만 놓고 보는 것이 프로스포츠 무대지만 야구는 조금 다르다.

이지영 부상으로 출장기회 늘어
투수와 호흡 좋고 수비도 준수
NC전서 데뷔 첫 홈런포 기록
이번 기회로 타격감 상승 기대

세밀한 부분에서 승부가 갈리는 종목이기 때문에 경기 도중 발견한 작은 희망에도 충분히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게다가 삼성엔 앞으로 123경기나 남아있다.

삼성이 지난주 발견한 작은 희망은 포수 권정웅이다.

권정웅이 존재감을 드러낸 것은 지난 23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벌어진 NC전에서다.

경기는 삼성의 에이스 페트릭과 NC 에이스 해커의 맞대결로 인해 예상처럼 투수전이 전개됐다.

2-2 스코어로 팽팽한 승부가 이어지던 가운데 7회말 권정웅이 균형을 깼다.

권정웅은 7회말 1사에 해커의 초구를 당겨 비거리 105m짜리 솔로 아치를 그렸다. 프로무대 데뷔 이후 쏘아올린 첫 홈런포였다.

해커는 이날 던진 공 93개 중 5개만 직구를 뿌렸다. 변화구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았던 만큼 삼성 타선이 곤욕을 치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한 상황에 권정웅의 홈런은 우연이 아니라서 더욱 값졌다. 권정웅은 해커가 주무기 중 하나인 126㎞짜리 슬라이더를 던졌을때 절묘하게 타이밍을 맞춰 당겨친 것이다.

실제로 맞자마자 홈런이라 알아챌 만큼 시원한 타구였다.

권정웅은 지난해 신인 2차지명을 통해 삼성에 입단한 대졸 신인이다.

지난해 시즌 후반부 확대엔트리가 적용됐을 때 1군에 합류해 3경기에 나서 첫 안타를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도 2군에 머무르면서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기회가 생겼다. 기존의 백업포수 최경철이 약물복용으로 엔트리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콜업된 권정웅은 최근 들어 출장기회도 많아졌다. 주전 포수인 이지영마저 부상으로 제 역할을 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포수로서 수비나 투수와의 호흡 부분에서는 나름대로 괜찮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방망이가 신통치 않았다.

23일 홈런을 칠 때까지 11타수 무안타에 그치며 타선에서 쓸모없는 존재로 전락한 상황이었다.

삼성은 권정웅이 이번에 친 홈런으로 자신감을 찾고 타격감도 살아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홈런을 치기 전까진 계속 물방망이만 휘둘렀지만 사실 권정웅은 나름대로 쓸 만한 방망이도 갖췄다.

2014년에는 제48회 대통령기 전국대학야구대회에서 모교인 한양대의 17년 만의 우승을 이끌었고, 본인은 MVP를 차지하기도 했다.

권정웅은 야구 외적으로도 노력파형 선수라서 삼성의 기대는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외국인 선수들과 소통하기 위해 외국어 학원을 다녔고, 현재는 영어와 일본어가 매우 능통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수가 통역없이 외국인 투수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눈다면 자연히 두 선수 간의 호흡은 더욱 좋아질 수밖에 없다.

삼성 관계자는 “굉장히 스마트한 선수다. 묻는 것마다 대답을 잘해줘서 일명 ‘네이버’(인터넷 정보검색엔진)라고 불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명민준기자 minjun@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스포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