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 改憲 압박 골든타임…“TK가 여론형성 용광로 돼야”

  •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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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27   |  발행일 2017-04-27 제8면   |  수정 2017-04-27
20170427
19대 대선을 전후해 지방분권 개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전국에서 봇물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대구는 지난해 11월 전국 최초로 지방분권협력회의를 출범, 분권형 개헌을 요구하는 여론을 담는 용광로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달 3일 엑스코에서 대규모로 열린 지방분권개헌 결의대회. (영남일보 DB)

1995년 지방자치제 재도입 이후 22년째 ‘무늬만 지방자치’라는 꼬리표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지방분권의 필요성은 늘 비수도권지역 지자체와 지역민들만의 화두에만 그쳤다. 뚜렷한 추진동력이 없어 ‘말의 성찬’에만 머물러 온 것.

위기가 기회였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국내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가 촉발됐다. 중앙집권의 폐해가 극단적으로 표출된 것. 그 연계선상에서 제19대 대선 레이스가 펼쳐졌다. 각 당 대선 주자들은 지방분권이란 말을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대선 전(前) 개헌이었지만, 결국 대선주자들은 내년 6월13일 지방선거 때 개헌투표를 하는 것으로 매듭을 지었다. 1987년 이후 손도 못댄 개헌에 메스를 대기로 한 것은 다행이지만 기대감보다 걱정이 여전히 앞선다. 개헌 논의가 지방분권보다 대통령제나 이원집정부제 등 권력구조 개선에만 쏠려 있어서다. 지방분권 국가로의 역사적 대전환을 갈망해온 국민은 대선주자들에게 지방분권 이행을 확답받아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마음이 바뀔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 감시망의 중심에 ‘지방분권 도시’인 대구가 있다.

"대선주자 진정성 안 보여"

주요 후보들 지방분권 외치지만
대부분 개헌 없는 정책 접근 그쳐
국회논의도 권력구조 개편에 치중
선거 후 ‘무늬만 자치’ 지속 우려

'캐스팅보터' TK에 달렸다

지방분권 개헌의 토대 위에서만
고령·양극화·실업 등 해결 가능
꼼꼼한 분권 공약·자질검증 통해
누가 진정 지방 살릴지 판단해야

◆지방분권 개헌 논의 어디까지 왔나

국회는 지난 1월5일 국민의 개헌 열망에 따라 개헌 특별위원회를 발족했다. 하지만 아직 지방분권 개헌 구현을 위한 실질적 결과를 도출하진 못했다.

특히 헌법개정안 논의 과정에선 실망을 금할 수가 없다. 지방분권을 최소화하려는 수도권 의원들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개헌특위 자문위원회 지방분권 분과에 참여하는 위원들은 “헌법 전문과 총강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 국가’라는 문구 삽입과 상·하 의원 도입처럼 지역 권한을 강화하거나 국회 권한을 축소하는 부분에 대해 수도권 의원들이 자꾸 빼려하고 있다”며 하소연한다. 국회의원들의 지방분권 개헌 의지가 약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만한 대목이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국회가 지방분권을 외면한 채 대통령 권한을 국회와 나누는 중앙권력 분산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신의 밥그릇만 챙기려는 이기심이 기저에 깔려 있는 셈이다. 진정한 지방분권은 대통령 권한을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하고, 국회 권한을 지방의회로 나누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국회의원들이 먼저 기득권을 내려놓으며 살신성인(殺身成仁)의 자세가 필요하다.

◆대선 주자, 지방분권형 개헌 의지 있나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것은 국회 개헌특위에서 5개 주요 정당 대선주자들이 저마다 지방분권 개헌을 약속했다는 점이다. 지자체가 지역 현안과 관련,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자치입법권)과 지역사업을 시행할 수 있는 자주재원(자치재정권)이 없고, 사무는 정부에 종속돼 있는 답답한 상황을 헤쳐나갈 전기가 마련됐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국민이 지방분권 개헌 의지를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요소는 눈에 띄지 않는다. 실제 각 대선주자들의 10대 공약을 보면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지방분권에 따라 광역단위 자치경찰제 추진’을,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지방정부로 헌법 명시, 입법권·재정권 확대 등 지방분권 강화’를 각각 명시했다. 후보 중 유일하게 광역단체장(도지사)을 역임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지방정부의 자치사무 40% 확대 등 국가사무의 지자체 이양을 내걸었다. 하지만 이들 유력 후보자 3명의 공약에 ‘지방분권’이란 말은 있어도 ‘지방분권 개헌’이라는 말은 쏙 빠져 있다. 그나마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만이 지방분권형 개헌을 공약에 명토박았을 뿐이다. 국민적 관심도가 높은 대선주자 TV토론회가 네 차례 열렸지만 눈을 씻고봐도 아무리 귀를 쫑긋 세워도 ‘지방분권 개헌’이라는 말은 단 한마디도 나오지 않는다.

지역사회에선 “지금같은 분위기라면 대통령에 당선된 후 지방분권은 뒷전으로 밀려나는 게 아닌지 심히 걱정된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분권 선도도시 대구·경북의 역할

대구·경북이 이번 대선에서 대권 당락을 결정할 ‘캐스팅보터’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라는 의견엔 국내 정치가와 관가에서 이견이 없다.

그래서다. 지난 3월3일 분권 선도도시를 자부하는 대구에서 대규모 지방분권개헌 결의대회가 열렸다. 이후 전국 광역·기초단체, 광역·기초의회,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지방분권개헌 촉구 결의문 발표가 도미노처럼 이어진다. 대구시 지방분권협의회측은 “대선을 앞두고 누가 진정 지방을 살리고, 나라를 살릴 대통령 후보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선 지방분권 공약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개헌은 단순한 중앙권력 분점 차원에서 접근할 문제가 아니라 국민주권 회복과 지방자치 실현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의 중앙집권제도를 지방분권으로 바꾸지 못하면 그 누가 대통령이 돼도 부패할 수밖에 없는 정치구조라는 것이다. 오직 지방분권 개헌의 틀 위에서 역대 정부가 실패한 수도권-비수도권 격차 해소·저출산 고령화·경제 양극화·사회 갈등·복지 확충·청년 실업이 온전히 해결될 수 있다. 대선 투표 전까지 국민들이 후보자 자질 검증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이유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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