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상담 연평균 700건…대구 여성 인권운동 산실

  • 유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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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27   |  발행일 2017-04-27 제21면   |  수정 2017-04-27
■ 30주년 맞은 대구여성의전화
매 맞는 여성을 돕는 애린회로 출발
94년 현재 이름으로…회원 400명
성폭력·가정폭력특별법 제정 앞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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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영화제‘성폭력 피해자 치유프로그램에서 피해자가 그린 그림’ ‘애린회 창립 멤버’ ‘ ‘1인시위 모습’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대구여성의전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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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십년간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어머니 곁을 맴돌던 아들 A씨는 결국 어머니를 보호하기 위해 아버지를 살해했고, A씨는 실형을 선고받았다. #2. 지인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여성 B씨는 사건 이후 한참이 지난 후에 성폭행으로 고소를 하였으나, 저항할 수 있었다는 이유로 무고죄로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3. 직장인 여성 C씨는 회식자리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동료 남자직원에게 강간을 당했다. 직장에서 여성 B씨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이 돌았지만, 가족과 대구여성의전화의 노력으로 결국 피의자는 대법원에서 실형을 받았다.

#4. 직장인 여성 C씨는 회사에서 직장 상사로부터 성희롱, 성추행을 지속적으로 당했다. D씨는 대구여성의전화와 함께 대응해 피의자는 결국 직장에서 쫓겨나고, 처벌을 받았다. 위의 사건은 10년 동안 지역에서 실제로 있었던 가정폭력과 성폭력 사례다. 첫째와 둘째 사례는 피해를 받은 여성이 참았다는 것이고, 셋째와 넷째 사례는 여성이 대구여성의전화와 함께 적극적으로 대처를 했다는 점이다. 대구여성의전화는 가정폭력과 성폭력에 대한 개념을 정의하고, 피해 예방을 위해 노력해왔다. 지역의 여성 인권 운동과 역사를 같이해 온 여성의전화가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이했다. 대구여성의전화가 걸어온 길을 살펴봤다.

◆대구여성의전화는

대구여성의전화는 1987년 매 맞는 여성들을 돕기 위해 설립된 ‘애린회’가 출발이었다. 1994년 대구여성의전화로 이름을 바꿨고, 현재 회원은 400명에 이른다. 한국여성의전화와 연대해 1994년 성폭력특별법, 1997년 가정폭력특별법 제정에 앞장섰다. 또 제1기 전화상담 자원봉사자 교육, 성교육 강사 운영, 쉼터 운동, 여성인권영화제 등 가정폭력 및 성폭력 예방과 여성 인권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벌여왔다.

대구여성의전화는 여성인권 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가정폭력,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전화상담과 면접상담을 진행하고, 이에 필요한 행정절차를 안내한다. 또 피해자의 법률, 의료지원과 함께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홍보활동도 하고 있다. 쉼터 ‘이다음’도 운영한다. 쉼터 ‘이다음’은 1994년 지역에선 최초로 운영된 가정폭력 피난처다. ‘이다음에는 나아질 거야, 이다음에는 좋아질 거야’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다음’은 가정폭력으로 피해를 입은 여성들을 폭력으로부터 격리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격리 후 대응방안 모색, 치유, 재활 등을 진행한다.

◆통계로 본 대구지역 가정폭력과 성폭력

대구여성의전화 부설 가정폭력상담소에 접수된 유형을 보면 가정폭력 상담은 연평균 700건에 달한다. 눈여겨볼 점은 정서적 폭력이다. 정서적 폭력이란 배우자에게 퍼붓는 폭언과 욕설, 멸시, 의처증, 외도 등을 말한다. 이 같은 정서적 폭력이 통계로 분류된 것도 불과 15년이 되지 않는다. 그만큼 우리사회가 가정폭력을 바라보는 시선이 좁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서적 폭력 상담은 2007년 전체 상담 652건 중 143건으로 22%를 차지했는데 2012년엔 642건의 전체 상담 중 507건으로 78%에 이르렀다. 지난 10년간 평균 30%가 넘는 수치를 나타냈다. 정서적 폭력의 증가는 과거에는 당연히 참고 견뎠던 일들이 이제는 폭력으로 인식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구여성의전화 부설 성폭력상담소에서는 성폭력 이외에 성매매, 이혼, 외도, 부부갈등, 가족문제 등을 상담한다. 성폭력상담소가 진행하는 전체 상담에서 성폭력이 차지하는 비율이 2007년 22%에서 2008년 63%로 급속도록 증가했다. 이는 성폭력 상담이 1회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상담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성매매, 이혼, 부부갈등, 가족문제, 성상담과 관련해선 여러 기관이 생겨났지만, 성폭력 피해자가 상담을 할 수 있는 곳은 과거에 비교해 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스토킹처벌법, 가정폭력특별법 개정 추진

대구여성의전화가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바로 법과 제도의 개선이다. 대표적인 게 스토킹 범죄에 대한 처벌강화다. 지난해 4월 서울 가락동에서 헤어진 여자친구의 집에 찾아가 도망치는 피해자를 야외 주차장에서 칼로 수 차례 찔러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피의자는 살해 전 지속적으로 피해자의 집 앞에 찾아가 감시하고 전화와 문자를 보내 다시 만날 것을 요구하고 협박하는 등 스토킹을 일삼았다. 하지만 피해 여성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현행법상 스토킹은 경범죄이며 벌금 10만원을 내는 것이 전부다. 대구여성의전화는 전국의 여성단체와 함께 스토킹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을 제정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구여성의전화가 제안하는 스토킹처벌법의 내용은 △신고를 받은 경찰이 현장에서 즉시 스토킹 중단 등의 응급조치를 시행하고 △스토킹 행위에 예외를 두지 않고 형사처벌을 하고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일반 형사범죄로 취급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가정폭력특별법 개정도 목표다. 현재의 가정폭력특별법은 여성의 인권보다는 가족의 해체를 막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대표적인 조항이 ‘상담조건부 기소유예제도’다. 이 제도는 가정폭력 피의자가 상담을 받겠다고 하면 상담기간 기소를 유예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피해자인 여성의 인권보다 가족 해체를 막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대구여성의전화는 가정폭력 발생시 체포를 우선해 피의자와 피해자를 분리시키는 ‘체포우선제도’로의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유승진기자 ysj194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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