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님도 사장님도 “군대 못 간 恨 풀었다”

  • 석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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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28 07:31  |  수정 2017-04-28 07:31  |  발행일 2017-04-28 제8면
■ ‘일일 병영체험’화제의 2인
63세 김지수 성주한의원 원장
57세 강철주 일품향 사장
현역병 일과 수행 후 명예전역
원장님도 사장님도 “군대 못 간 恨 풀었다”
27일 육군 제50사단 낙동강연대 성주고령대대에서 일일 병영체험 및 전역식이 열렸다. <육군제50사단 제공>


[성주] “군복 입은 당당한 장병을 바라볼 때마다 부러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에요.” 북핵 등 한반도 안보위기 속에서 우리땅, 우리조국을 지키기 위해 자진해 병영체험에 나선 50~60대가 있어 화제다. 성주한의원 김지수 원장(63)과 강철주 일품향 사장(57)이 그 주인공. 이번 병영체험은 그동안 장병을 대상으로 무료 진료와 짜장면 봉사활동 등을 펼쳐 온 이들이 지역을 지키는 명예로운 활동을 함께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피력하면서 이뤄졌다.

이들의 깊은 뜻을 접한 육군 제50보병사단 낙동강연대 성주고령대대는 27일 일일 현역복무 체험과 명예전역증을 수여하는 행사를 마련했다. 병영체험은 입소식을 시작으로 총기 수여식, 서바이벌 훈련, 중식 배식, 각종 병기본 훈련, 위병소 경계근무 등 현역병의 다양한 일과를 모두 체험할 수 있도록 진행됐다.

군복을 입고 총기를 받은 김 원장과 강 사장은 비록 초로였지만 늠름한 군인의 모습을 보였다. 훈련교장에서 방탄조끼를 착용하고 훈련용 수류탄을 지급 받은 후 안전핀을 제거하니 긴장감이 더해졌다. 교관의 ‘투척’ 소리에 맞춰 힘차게 수류탄을 던졌다. 잠시 후 폭발음과 함께 연기가 피어올랐다. 김 원장은 “비록 훈련용 수류탄이지만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이제 나도 당당한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군인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오전 훈련이 끝난 뒤 점심시간엔 병사들의 배식 업무도 맡았다. 잠시도 쉴 틈 없는 병영체험이지만 이날 두 사람의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모든 체험이 끝나고 진행된 명예전역식에는 가족, 친지, 지인이 함께하며 축하를 아끼지 않았다. 사단장은 그동안 부대에 베푼 봉사활동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감사장을 전달했다.

김 원장은 “선천적 소아마비로 인해 군 복무를 할 수 없었던 것이 한이 되었다. 이제야 비로소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국민이 된 것 같다”며 “우리에게 주어진 자유는 결코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또 화교 출신으로 성주에서 나고 자란 성주 토박이 강 사장은 “평소 지역 사회의 일원이 되고 싶었다. 지금 내가 발 딛고 있는 우리땅, 우리조국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낙동강연대 박범식 성주고령대대장은 “최근 국가안보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는 시기에 이들의 병영체험은 의미가 크다. 군 입대를 앞둔 청년과 국민이 안보의식을 되새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낙동강연대는 6·25전쟁 당시 낙동강 전선을 지켜내기 위해 장렬히 전사한 선배 전우의 투혼과 정신을 계승한 부대다. 경북 서북부의 철통같은 방어를 위해 불철주야 임무 완수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석현철기자 shc@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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