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 토크] 영화 ‘특별시민’ 심혁수 役 곽도원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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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28   |  발행일 2017-04-28 제43면   |  수정 2017-04-28
“배우의 사명감과 영화로 말하고자 선택한 작품”
20170428

등장만으로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영화 ‘특별시민’(박인제 감독)의 곽도원은 동물적인 연기력과 존재감으로 영화에 리듬감을 불어넣었다. 그가 연기한 심혁수는 변종구(최민식)를 보좌하면서도 나름의 셈법으로 권력을 저울질하는 타고난 정치인이다. 실시간 검색어 1위 만들기, 공약 정책 준비, 상대 후보 약점 공략까지 변종구의 당선을 향한 빈틈없는 계획을 세운다. 동시에 자신의 야망을 위한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하며 대세의 편에 서기 위한 고민을 멈추지 않는다. 능구렁이 같다가도 일순간 독사 같은 눈빛을 뿜어내는 심혁수는 곽도원이라는 냉기와 열기를 동시에 품은 배우가 있었기에 가능한 캐릭터였다. 천만 영화 ‘변호인’으로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그는 정치판의 환멸과 유권자의 힘을 역설한 ‘특별시민’을 택한 것에 대해 “배우로서 사명감 때문”이라고 밝혔다. 블랙리스트라는 총탄에 온몸으로 맞서진 못해도 영화라는 매체가 지닌 파급력으로 세상의 변화를 하루라도 앞당기길 바라는 마음이란다. 곽도원과 만나 정치, 영화, 자연인 곽도원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를 나눴다.


전작 ‘변호인’으로 블랙리스트 오른 그
영화 파급력으로 세상 변화 앞당기고파
유권자의 힘 역설한 ‘특별시민’에 출연

‘범죄와의…’‘아수라’이어 또 검사출신
권력을 저울질하는 타고난 정치인 연기
“최민식 형이 읽어보라고 건넨 시나리오
국정농단 후 정치 관심 갖게 된 것도 영향”

‘무도’출연후 ‘곽블리’애칭·관심 부담
“시민들 막 들이대 개인생활 없을 정도
스스로 삶 어떻게 살아야 하나 늘 고민”



▶영화는 어떻게 봤나. 언론시사회 반응이 좋다.

“나는 재밌게 봤다. 나는 ‘아수라’도 재밌게 봤다. 사실 스코어를 한 번도 맞힌 적이 없다(웃음). ‘곡성’도 오컬트 영화를 누가 볼까 싶었는데 어라, 보네. (나)홍진이한테도 ‘야, 이거 시나리오를 몇 번 읽어도 범인이 누군지 모르겠어. 이걸 누가 보겠니?’했는데 아니 글쎄 700만명이나 봤잖아.”

▶최민식이 출연 결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카메라 앞에서도 뒤에서도 배울 게 많은 형님이다. 형님께서 한 번 읽어 보라며 시나리오를 건네주셨는데, 솔직히 정치에 관심 없었다. 법륜 스님이 최순실 덕분에 국민이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맞는 말 같다. 아, 세상에 필요하지 않은 존재는 없구나(웃음). 여하튼 국정농단 이후 나 또한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러한 작품을 선택한 것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범죄와의 전쟁’ ‘아수라’에 이어 이번에도 검사 출신이다. “검사 출신 국회의원”이라는 대사는 애드리브였나.

“으하하. 아니다. 나도 그 대사 할 때 웃기더라. 심혁수가 검사 출신이기 때문에 선거대책본부의 브레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거다. 대책, 계략이 다 그의 머리에서 나오잖아.”

▶박혁권과의 장면에서 검사 출신이라는 대사가 나왔다. 두 사람이 워낙 코믹 케미스트리가 좋아서 어쩌다 나온 애드리브인 줄 알았다.

“내가 박혁권 선배한테 물 뿌리는 장면이 있잖아. 엄청 놀라셨을 거다. 내가 좀 느닷없이 하는 경우가 있거든. 소품 팀이 물에 얼음을 꽉 채워서 담아온 거야. 얼음 때문에 아팠을 거다. 와, 혁권 선배 진짜 웃기게 잘해줬다. 태극기 앞에서 귀에 물 들어간 걸 빼는데 어찌나 웃기던지.”

▶심혁수는 구두 닦는 걸 낙으로 사는 인물이다.

“심혁수에게는 구두가 취미이기도 하지만 종교, 일종의 미신인 셈이지. 징크스일 수도 있고. 신발이 자신의 삶을 좋은 곳으로 데려다줄 것이라고 믿고 굉장히 귀하게 여긴다. 정치인들이 사람을 쉽게 못 믿잖아. 어찌 보면 정말 하찮은 신발일 수 있지만, 심혁수는 그걸 맹목적으로 믿는 거다.”

▶결국 그 신발이 부메랑이 된다. 다소 극적인 설정인데.

“감독님과 얘길 많이 나누긴 했다. 악착 같이 살아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인생 아닌가. 그런 허무함을 보여주고 싶었다.”

▶본인에게도 심혁수의 구두 같은 징크스가 있나.

“숫자 4. 전화기를 볼 때 숫자 4가 나오면 다른 숫자로 바뀔 때까지 기다린다. 그 기다리는 시간 동안 오늘 스케줄은 어떻게 되지, 컨디션 조절 좀 해야겠다 등 여러 생각을 한다. 나한테 1분간의 생각할 시간을 주는 셈이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꿈에 나오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얘길 했다.

“맞다. 세 번 나오셨다. 한창 오디션 떨어졌을 때인데, ‘황해’ 오디션을 보는 날 라면 하나 끓여먹고 낮잠 자고 있었다. 꿈에서 엄마가 ‘병규야(곽도원 본명), 일어나’라고 하셔서 벌떡 일어났지. 정신 차리고 오디션 보러 갔고 결국 붙었다. ‘범죄와의 전쟁’ 때도 꿈에 나오셨다. 엄마가 도와주신 거다.”

▶혹시 ‘특별시민’에서도 좋은 징조가 있었나.

“영화에 등장하는 국회의사당이 CG가 아니다. 밤 11시가 되면 불이 꺼진다고 해서 시간 맞추려고 부랴부랴 준비했지. 불 꺼지는 국회의사당을 바라보며 ‘아이고야, 오늘 하루 다 갔네. 퇴근합시다’라는 대사를 밤 11시 불 꺼지는 타이밍에 맞춰 했지. 아니, 그런데 밤 10시57분에 불을 끄는 거야. 다행히 불이 한 번에 꺼진 게 아니라 타다닥 꺼졌다. 컷 소리 나자마자 우리끼리 ‘이 영화 되겠다. 되겠어’라고 했다. 그래도 걱정되는 부분은 있다. 아까도 말했지만 난 ‘아수라’도 굉장히 잘될 줄 알았다고.”

▶영화 ‘아수라’의 흥행저조가 큰 사건이었나 보다.

“그렇지. 관객들이 영화를 되게 무서워하더라고. 나는 세서 좋았는데. 해외 버전은 국내 버전보다 더 셌다. (주)지훈의 손가락이 투두둑 떨어져 나가는 식이다. 해외영화제에서는 그 장면에서 환호를 지르며 좋아하던데(웃음).”

▶MBC ‘무한도전’ 덕분에 ‘곽블리’라는 수식어가 생겼다.

“곽블리 그거 하지 마요. 내가 사랑스럽게 다녀야 하는데 어우, 그거 아니잖아. 예전에는 시민들이 날 알아보고도 모른 척 넘어갔거든. 지금은 ‘이야~ 형님 팬입니다’라면서 툭 치는 거야. 와, 예능 진짜 너무 힘들어. 살 수가 없다 살 수가. 개인생활이 없다니까. 막 들이대니까. 으하하. 하루는 반바지에 삼선 슬리퍼 신고 집 앞에 돌아다니는데 한 팬이 다가와서 ‘슬리퍼에 삼선은 없었으면 좋겠다’라는 거야. 이거 메이커 슬리퍼인데(웃음).”

▶자연인 곽도원과 배우 곽도원의 삶을 나누고 싶은가.

“영화라는 게 전날부터 무슨 영화를 볼지 고민하고 극장까지 귀찮게 찾아와서 보는 매체잖아. 극장에 앉아 꼼짝 없이 2~3시간 집중해서 보는 게 영화란 말이다. 영화가 재미없으면 그날 하루는 완전 꽝이잖아. 영화가 재미없으면 그날 마시는 술도 맛 없다. 때문에 배우라는 직업에 사명감을 갖고 있다. 어떤 사명감이냐 하면 중립적인 자세를 말하는 거다. 배우의 삶의 태도에 색깔과 방향성이 입혀지면 안 된다는 거다. 대신 작품으로 말하고 싶다. 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분도 있지만, 나는 영화가 지닌 파급력을 확신한다. 곽블리도 좋고, ‘무한도전’도 좋지만 나는 영화로 말하고 싶다. 그게 바로 내가 ‘변호인’ ‘특별시민’을 선택한 이유다.”

▶‘변호인’으로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변명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나는 나보다 더 괜찮은 배우가 역할을 하길 바라는 마음에 세 번이나 출연을 고사했다. 그럼에도 일종의 사명감으로 출연했다. 변화가 당연한 세상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특별시민’도 마찬가지다. 10년 후에는 ‘요즘 누가 정치 비리를 저질러. 옛날에나 있던 얘기지’라는 세상이 오길 바라는 거다. 화가, 음악가, 소설가, 시인들처럼 온몸으로 블랙리스트라는 총탄을 맞은 분들께 감사하다. 존경한다. 나는 내가 일하는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세상의 변화에 보탬이 되려 한다.”

▶대선 후보 TV토론회는 봤나.

“아이고야. 막연해지더라. 거 참. ‘특별시민’ 촬영할 때만 해도 내용이 너무 센 것 아닌가 싶었는데 현실이 더하다 더해.”

▶‘특별시민’에서 특별히 공감가는 대사가 있었나.

“‘과정이 어떻게 되더라도 결과를 만들어내는 게 프로다.’ 배우하고도 맞는 것 같다. 고(故) 김영애 선생님도 그러한 모습을 적극 보여주셨다. 죽을 것 같이 열심히 해야 하는 게 연기라는 걸 후배들에게 남기셨잖아. 하, 죽음과 바꿔야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더라. 선생님께서 ‘변호인’ 촬영 때 ‘다 나았다’고 했거든(잠시 말을 잇지 못하며). 그래, 프로는 과정이 어떻든 결과를 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어야 하는구나.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나. 많은 생각을 하게 한 대사다.”

▶이전보다 고민이 많아 보인다.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연극을 시작해서 이 극단 저 극단 돌아다녔다. 오랫동안 연극하다 극단에서 쫓겨나서 뒤늦게 영화 쪽으로 넘어왔다. 맨땅에 헤딩하듯 영화를 시작했다. 어쩌다 보니 배우가 됐고, 어쩌다 보니 얼굴이 알려진 사람이 됐다. 배우로서의 삶이라는 게 매일이 새롭고 매일이 처음 살아보는 삶이잖아. 극복하고 있는 과정이다. 물론 나를 도와주는 홍보팀이 있긴 하지만, 사생활이 진짜 힘들다. 연애를 마음대로 해, 술을 마음대로 마시기를 해, 고민을 누구한테 얘기를 해. 고민을 얘기하면 ‘넌 그래도 먹고 살잖아’라고 하더라. 그러면 난 혼자서 SBS ‘정글의 법칙’을 틀어놓고 밥 먹고 술 마시며 한숨을 쉰다. 스스로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나, 어떤 판단을 해야 하나. 성숙하지 않은, 발전되지 않은 스스로를 발견할 때마다 아이고야. 힘들다. 뭐, 징징거리는 거지.”

글=TV리포트 김수정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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