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비용 1兆 내라…FTA는 재협상” 韓 뒤통수 친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에 대해 잇따라 강경발언을 내놓으며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다. ☞2·4면에 관련기사

한·미 무역협정을 놓고는 ‘끔찍하다(horrible)’는 표현까지 구사했다. 파문은 정부와 정치권을 넘어 대선 판도에까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10억달러(약 1조1천300억원)짜리 사드에 한국이 돈을 지불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에 국방부는 28일 입장자료를 내고 “한·미는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관련 규정에 따라 ‘우리 정부는 부지, 기반 시설 등을 제공하고 사드 체계의 전개 및 운영 유지 비용은 미국 측이 부담한다’는 기본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정부 고위관계자 또한 “사드 비용 부담에 관한 원칙은 작년 3월 사드 배치를 논의한 한·미 공동실무단이 체결한 약정에 담겨 있고, 국방부와 주한미군은 이런 내용이 담긴 약정에 정식 서명한 만큼 비용 등의 문제는 거론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더구나 주한미군이 새벽에 군사작전하듯 사드를 성주에 반입해 반발 여론이 고조되고 있는 와중에 불거진 트럼프 대통령의 사드 비용 청구가 반대 여론에 불을 댕길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이날 오후 긴급 고위정책간담회를 열어 트럼프 대통령 발언 배경과 파장을 긴밀히 논의했고, 외교부 역시 대미(對美) 외교라인을 총가동해 진의 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함께 “한·미 FTA는 받아들일 수 없고 끔찍한 협정이다. 재협상하거나 종료할 것(Renegotiate or Terminate)”이라고 말했다. 지난 18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우리는 앞으로 한·미 FTA 개선(Reform)이라는 목표를 향해 노력해나가겠다”는 발언이 나온 지 불과 열흘 만에 FTA가 재협상을 넘어 종료될 수도 있음을 공언한 것이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현재까지 우리 정부는 미국측으로부터 한·미 FTA 재협상과 관련된 공식 요청을 받은 바 없다”는 입장이지만, 미국 측의 정확한 진의 파악에 당황해 하며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습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발언으로 각 당 대선 후보들은 사드와 한·미 FTA 문제에 대한 입장과 해법을 제시해야 될 과제를 안게 됐다. 두 사안 모두 진보와 보수가 극명하게 대립하면서 입장차가 큰 만큼 대선 주자들이 향후 어떤 해법을 내놓느냐에 따라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구경모기자 chosim34@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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