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은 없다’ 지역본사 프랜차이즈] ‘한판하자’

  • 노인호 이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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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29   |  발행일 2017-04-29 제12면   |  수정 2017-04-29
‘바다’와 ‘육지’가 만나니 새 맛 나다…미더덕찜에 삼겹살·막창 쌈싸먹는 고깃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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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판하자’전경.

지난 27일 오후 7시쯤 대구 북구 서변동 아파트가 몰려 있는 주변 옆 상가 단지. 1층에 도발적인 상호의 음식점이 눈에 들어왔다. ‘한판하자’. 가게 이름에서 어떤 식으로 음식이 나올지 가늠할 수 있었다. ‘개별 메뉴로 주문하는 게 아니라 대형 불판 위에 삼겹살, 막창, 그리고 함께 구워 먹을 수 있는 오징어, 새우, 채소 등이 한판에 나오는 고깃집이겠구나’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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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북구 서변동 ‘한판하자’의 대표 메뉴 한판. 이현덕기자 ihd@yeongnam.com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예상은 절반만 맞았다. 이미 많이 알려진 화덕에 초벌구이된 상태로 나오는 고깃집과 같은 형태였지만, 그런 곳에서 볼 수 없는 기분 좋은 반전이 있었다. 가장 인상깊은 반전은 바로 ‘미더덕찜’이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 가게의 콘셉트는 채소가 아니라 미더덕찜에 삼겹살과 막창을 쌈싸먹는 고깃집이다.

이 집에서 밀고 있는 주메뉴인 ‘한판’은 ‘생삼겹 200g+막창 200g+새우 2마리+수제소시지 2개 또는 통오징어, 그리고 미더덕찜’으로 구성돼 있다. 가격은 3만3천원. 3인분 정도 된다고 했다. 여기에 5천원을 추가하면 수제소시지와 통오징어 모두를 맛볼 수 있다.

한판을 주문하자 이내 메뉴에 있는 생삼겹·막창 초벌구이에 들어갔다. 이후 커다란 불판 위에 초벌구이된 고기들이 올라왔고, 수제소시지와 통오징어, 각종 채소들도 함께 올라왔다. 콩나물과 매콤한 양념으로 맛있게 버무려진 미더덕찜은 따로 나왔다. 중국음식점에서 짜장면과 짬뽕을 두고 고민할 때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한우 갈비나 삼겹살·목살 등의 육고기를 먹을 때 간혹 생각나던 회나 해산물 찜 같은 요리를 한 테이블 위에서 만난 것이다.


고기류, 초벌구이 후 불판에 올려
오징어·수제소시지·새우도 등장
채소·쌈장·막창 소스류 따로 나와
직접 구입 재료로 주문동시 조리
미더덕찜양념 넣은 볶음밥도 인기
체인점 원할땐 보름 교육 받아야



‘한판하자’라는 상호처럼 테이블 위에 삼겹살, 막창, 새우 등이 올라온 탓에 삼겹살을 먹을 때 필요한 쌈장과 상추·깻잎 등 쌈채소, 그리고 막창을 먹을 때 필요한 묽은 된장소스 등도 함께 차려졌다. 거기다 이 집에서 강력 추천하는 미더덕찜도 불판 가장자리에 떡하니 자리잡았다.

한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탓에 함께 테이블에 둘러앉은 4명 모두 처음에는 망설였다. 오미경 대표(여·56)의 강력한 추천에 도전하는 기분으로 막창을 미더덕찜 안에 있던 콩나물에 싸서 먹는 순간 4명 모두 서로를 쳐다봤다. 그동안 막창은 묽은 된장소스나 상추·배추 등에 쌈을 싸먹는 정도였는데 모두 신세계를 경험했다는 표정이었다. 이후 오 대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막창으로 향했던 젓가락을 삼겹살로 옮겨 갔다. 삼겹살과 미더덕찜의 만남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막창이 더 매력적이었다.

쌈채소가 나와 있었지만 미더덕찜에 싸먹는 통에 좀처럼 줄지 않았다. 대신 미더덕찜을 담아낸 접시가 이내 바닥을 드러냈다. 한 접시를 추가하는데 드는 비용은 3천원. 미더덕찜만으로도 매력적인 이유 중 하나는 신선한 재료였다. 매일 아침 인근의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오 대표가 직접 미더덕과 콩나물 등의 재료를 구매해 요리를 하고 있다. 또 주문과 동시에 조리에 들어가기 때문에 조금 시간이 걸리는 단점이 있지만, 그만큼 신선하고 제대로 된 맛을 즐길 수 있다고 오 대표는 설명했다. 여기에 물김치부터 모든 밑반찬의 재료도 오 대표가 직접 고르고 조리해 손님상에 내놓고 있다.

불판 위의 고기가 바닥을 드러낼 때쯤 미더덕찜 양념을 베이스로 하는 볶음밥을 주문했다. 불판 위에서도 가능하고, 미더덕찜을 담았던 쟁반에다가 해주기도 한다. 불판에서 할 경우 깨끗하게 씻어낸 뒤 밥과 김치, 그리고 특제소스를 추가해 볶음밥을 만든다. 그럼에도 고기굽던 불판에서 밥을 볶아내는 것을 싫어하는 손님을 위해선 미더덕찜 쟁반을 주방으로 가져가 볶음밥을 만들어 내놓는다. 이때 함께 나오는 된장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오삼찜’(오징어+삼겹살), ‘오막찜’(오징어+막창)도 손님들이 추천하는 인기 메뉴 중 하나다. 오징어와 삼겹살, 오징어와 막창을 각각 구워낸 뒤 미더덕찜처럼 콩나물 등 각종 채소와 양념을 넣어 맛있게 버무려 술안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

메뉴가 많아 보이지만 재료로 나눠보면 그렇게 많지 않다. 사실상 삼겹살, 막창, 오징어, 미더덕 네가지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신있는 네 가지를 가지고 다양한 조합을 이뤄내 맛의 신세계를 만들어내겠다는 것이다. 자신없는 것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어디 내놔도 경쟁력 있는 것으로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기존에 하지 않던 프랜차이즈 사업도 구상 중이다. 체인점을 원할 경우 보름 정도 교육을 받아야 한다. 기본적인 양념과 레시피 등은 만들어져 있지만 찜조리, 볶음밥, 초벌구이 방식 등에 따라 맛에 차이가 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교육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오 대표는 “그동안 장어·갈빗집 등 각종 식당을 성공적으로 운영했고, 맛집 등을 많이 찾아다닌 지인들의 조언을 종합해 완성한 브랜드가 바로 ‘한판하자’다. 그 어떤 고깃집과도 한판 붙어서 이길 자신이 있다”며 “앞으로 계속해서 업그레이드해 나갈 계획인 만큼 미더덕찜에 싸먹는 새로운 고기맛을 경험해보고 싶다면 한번 찾아달라”고 말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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