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飛車( 비차)

  • 배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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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29   |  발행일 2017-04-29 제23면   |  수정 2017-04-29

원로만화가의 52년 전 만화가 최근 인터넷에서 새삼 화제가 됐다. 한국만화가협회 부회장을 지낸 이정문 화백(76)이 1965년에 35년 후의 미래를 상상하며 발표한 ‘서기 2000년대 생활의 이모저모’가 그것이다. 과학발전으로 달라질 미래의 모습을 상상으로 그린 이 만화는 지금의 생활상과 놀라울 정도로 닮았다. 오늘날의 인터넷 뉴스에 해당하는 전파신문이 등장하고, 공원에서 남자 아이가 들고 있는 ‘소형TV전화기’는 요즘의 스마트폰과 흡사하다. 전기자동차, 태양열주택, 화상강의, 원격진료 등도 벌써 현실화됐다.

그렇다면 앞으로 다가올 2050년의 미래는 어떤 세상일까. 이 화백이 2년 전 공개한 만화에는 우주발전소, 움직이는 건물, 해저주택, 하늘을 나는 자동차 등이 대표적인 미래 모습으로 그려졌다. 이 중에서도 특히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눈길을 끈다.

흔히 비행기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면 15세기 이탈리아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미국의 라이트 형제를 떠올린다. 하지만 조선시대만 해도 우리의 하늘을 나는 기술은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었다. 조선 실학자 신경준(1712~81)의 여암전서(旅庵全書) 책차제(策車制)와 실학자 이규경이 19세기 중엽에 쓴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 비거변증설(飛車辨證說)편에는 오늘날의 비행기에 해당하는 비차(飛車)에 관한 기록이 자세히 나온다. 종합하면 임진왜란 때 김제 사람 정평구가 1592년 진주성이 왜적들에게 포위되자 30리를 나는 비차를 만들어 사람들을 구해내고 군수물자를 날랐다는 내용이다. 이규경의 문헌에는 원주 출신의 윤달규(1778~1851)라는 사람도 4명 정도 탈 수 있는 비행물체를 만들어 공중으로 부양했다는 기록이 전한다.

인간이 상상하면 현실이 된다고 했던가. 공상과학 영화에만 등장하던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최근 잇따라 개발돼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가 후원하는 플라잉 카 스타트업 키티호크가 1인승 플라잉 카 원형(프로토타입)의 시험비행에 성공했고, 에어버스와 우버도 수직이착륙 플라잉 카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대로 가면 머지않은 장래에 교통체증이란 말도 사라지지 않을까 즐거운 상상을 해 본다. 물론 비싼 가격과 안전성 문제, 새로운 항공교통관제시스템 구축 등은 풀어야 할 숙제다. 배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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