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工神으로 가는 비밀노트] 전과목 내신 1등급 경북高 2 모재우

  • 이효설,손동욱
  • |
  • 입력 2017-05-01 07:41  |  수정 2017-05-01 09:20  |  발행일 2017-05-01 제15면
“사탐영역 교과서 6∼7번 반복읽기…수능영어는 주제 찾으면 다 풀려요”
20170501
대구 경북고 모재우군이 학교에서 자신의 교과서 공부법을 설명하고 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전 과목 내신 1등급, 11월 모의고사 400점 만점. 경북고 모재우군의 1학년 때 성적표다. 2학년 첫 중간고사를 앞두고 있는 모군은 선뜻 인터뷰에 응했다. “공부는 천천히 쌓이는 것”이라고 말하는 모군은 여느 학생들처럼 공신 인터뷰를 꺼리거나 주저하지 않았다. 그만큼 열심히 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자신감과 여유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지난달 19일 학교 상담교실에 들르자 한 교사는 모군을 소개하며 “우리 학교에서 성격도 가장 좋은 학생”이라고 칭찬했다.

자연계열인 모군은 요즘 흔치않은(?) ‘교과서 예찬론자’다. 아마 많은 학생들이 명문 대학 수석합격자의 인터뷰를 접하며 “교과서에 충실했다”는 대답에 콧방귀를 뀌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는 교과서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리라. 상당수 학생들이 교과서를 방치한 채 수많은 문제집과 인터넷 강의에 휩싸여 입시 준비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군은 정말 교과서를 끼고 산다.


▶교과서 예찬론자
내신은 결국 학교수업서 결판
선생님 설명 안 놓치면 고득점
문제집 풀면 공부 양만 늘어나

▶수학은 개념이해부터
잘게 나누면 얼마나 작아질까
미·적분 등 단원별로 쭉 정리
문제 복잡하더라도 여유 생겨


“교과서를 반복해 읽는 것만으로 해결되는 과목이 많아요.” 책가방에서 사회 교과서를 꺼내며 모군이 말했다.

▷교과서를 얼마나 읽나요? 주로 어떤 과목을 교과서 위주로 공부하나요?

“사회·한국사 등 사회탐구영역은 교과서를 읽으며 공부해요. 한두 번 읽는 것이 아니라 여섯 번 일곱 번씩 읽어요. 처음에 읽을 때는 눈으로만 읽으며 전체적인 구성을 머리에 담고, 그다음부터는 연필을 잡고 잘 안외워지는 부분, 이해가 안되는 부분을 꼼꼼히 정독합니다. 보통 줄을 그으며 읽는데, 이렇게 하면 기억에 오래 남아요. 교과서 귀퉁이에 있는 지엽적인 내용까지 모조리 다 읽어요. 대충 지나치듯 읽어 틀리는 문제가 생기는 것을 엄청 싫어하거든요. 신기한 것은 반복읽기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암기가 된다는 거예요. 그래도 헷갈리는 부분은 눈에 띄는 형광펜으로 표시해두고, 나중에 시험 준비할 때 이 부분을 집중해 공부합니다. 사회·한국사·기술가정·한문·예체능 과목 등 암기과목은 이렇게 공부하면 훨씬 수월하다는 것을 느낄 거예요.”

▷교과서 공부법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죠?

“내신은 결국 학교수업에서 결판나요. 선생님 설명 안놓치고, 선생님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것은 무조건 익혀두면 점수가 올라갈 수밖에 없어요. 내신 시험에 나오는 문제들은 결국 수업시간에 다 배운 것이고, 선생님들은 수업할 때 교과서를 위주로 가르치잖아요. 수업하는 대로 따라가며 복습하려면 교과서 만한 게 없다고 생각했어요. 문제집 풀면서 공부하는 학생들도 많은데, 이렇게 하면 공부 양이 더 많아져요. 시간도 오래걸리고요. 그리고 변별력을 위해 내는 까다로운 문제들도 알고보면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귀띔한 데서 다 나와요.”

▷수학 과목은 교과서 말고 문제집을 많이 풀죠?

“수학은 역시 개념잡기가 중요해요. 중학교 때 수학 문제를 풀면서 답안지를 안보고 공부하는 습관이 있었어요. 어떨 때는 한 문제를 갖고 일주일에서 한달까지 고민해봤어요. 희한하게도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해결되더라고요. 길을 가다가 ‘아! 이렇게 풀면 되겠다’하면서 풀어낸 문제도 있었어요. 수학은 이런 고민하는 과정이 중요한데, 솔직히 고교 때 와서 이렇게 하다간 고득점을 장담 못해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최대한 많은 문제를 접하는 게 급선무죠. 왜냐면 수능 수학을 잘 하려면 문제를 읽은 후 ‘이 문제는 이렇게 푼다’는 유형을 숙지하고 있어야 해요. 저는 개인적으로 주말엔 수학 학원 도움도 받습니다.”

▷개념을 잡는 요령이 있을까요?

“미분이나 적분을 예로 들면 이게 왜 필요한지 모르고 문제만 죽어라 풀잖아요. 미분은‘잘게 나누고 나누면 얼마나 작아질까’라는 의문에서 나온 개념이잖아요. 개념을 그렇게 국어처럼 풀어 이해하고 넘어가면 문제가 좀 복잡해도 여유가 생기죠. 저는 이런 개념들을 연습장에 단원별로 쭉 정리해 들고 다녀요. 다 정리해도 얼마 분량도 안돼요. 잘 모르는 문제가 나오면 어떤 개념이 부족한지 발견하고 곧장 이 개념집을 펼쳐들죠. 수학 단원의 전체적인 흐름을 꿰고 있는 것도 공부에 도움이 되어요. 어디어디가 부족한지 틀렸는지 대번에 알 수 있거든요.”

▷영어는 자신있는 과목이라던데요.

“특별히 학원을 다녀본 적도 없는데, 저는 영어에 자신이 있어요. 비결은 영어를 국어로 접근하는 건데요. 어지간한 수능문제를 풀 때 지문에서 주제를 잡으면 다 풀려요. 단어를 몇 개 몰라도 주제를 알고 문제와 문항을 보면 정답을 얼마든지 맞출 수 있죠. 단어를 완벽하게 외우고 지문을 완벽하게 독해하는 것보다 주제 찾기에 더 방점을 두고 공부해요. 그래서 연결사의 의미를 명확하게 공부해두고 그것의 앞뒤 문장을 꼼꼼하게 보죠.”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대학입시도 막상 준비해보니까 들리는 말처럼 그렇게 험난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어요. 죽어라 공부만 하는 줄 알았더니 중간중간 쉴 틈도 많은 것 같고 놀기도 놀아요. 시험도 결국 ‘수업시간에 배운 데서 다 나온다’는 것을 알면 대비하기가 한결 마음 편하고요. 그저 ‘하던 대로 열심히 하면 잘 된다’ 이렇게 생각하길 바라요. ‘(입시공부) 해보면 별거 아니다’라고 선배들이 한 말, 정말 맞는 것 같아요.”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이효설 기자

기사 전체보기
기자 이미지

손동욱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