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특별 대통령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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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5-03   |  발행일 2017-05-03 제22면   |  수정 2017-05-03
억지주장 담은 가짜뉴스도
유권자가 믿게만 하면 되나
물불 가리지 않는 구태정치
박범계 의원 주장이야말로
文 주창하는 적폐청산 대상
[동대구로에서] 특별 대통령
임성수 정치부장

“사람들이 믿게 만드는 것, 그게 바로 선거야!”

최근 개봉한 영화 ‘특별시민’에서 서울시장 3선에 도전하는 변종구(최민식 역)가 선거캠프 홍보담당자인 박경(심은경 역)에게 자신이 안고 있던 강아지를 ‘늑대 새끼’라고 가리키며 던진 말이다.

영화에서 차기 대권까지 꿈꾸는 변종구는 대망을 위해 자신의 음주운전 뺑소니 사망사건을 외동딸에게 덮어 씌우며 구속까지 이르게 한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구태(舊態) 정치인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6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선후보 지지율 등 각종 여론조사도 금지됐다. 2일까지 발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1강 체제를 구축하는 형국이다. 문재인 후보를 사실상 대통령으로 인정하는 분위기는 문 후보 캠프 곳곳에서 연출되고 있다.

이런 맥락일까. 문 후보 캠프 인사들의 거침없는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차기 대통령에 대한 ‘충성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지난달 27일 민주당 선대위 상황본부 제2실장인 박범계 의원(대전 서구을)은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포스코 사외이사 시절 특정업체에 일감을 몰아줬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박 의원은 영남일보 회장을 지목하며 안 후보와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이 2009년부터 2011년까지 각종 특혜를 주었다는 것. 그 근거는 2015년 11월 서울중앙지검 수사 결과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 당시부터 이명박정부를 겨냥한 박근혜정부의 ‘하명수사’라는 의혹이 불거졌고, 결국 정동화 전 포스코 부회장과 영남일보 회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줄줄이 기각되면서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까지 제기됐다. 이후 포스코 비리와 관련해 조사를 받았던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과 정 전 부회장, 영남일보 회장 모두 무죄를 선고 받았다.

박 의원은 여기에 한술 더 떠 안 후보와 영남일보 회장이 비선관계라는 억지 주장과 함께 국민의당 대구·경북 경선을 하루 앞둔 지난 3월29일 안 후보가 영남일보를 방문해 임성수 정치부장과 면담을 가진 바도 있다고 했다. 마치 영남일보가 안 후보와 모종의 계략을 한 것 같은 뉘앙스의 발언이었다. 굳이 밝히지 않아도 될 영남일보 회장과 정치부장의 실명까지 거론했다.

진실을 알면서도 뉴스거리로 만들기 위함이었을까. 당시 안 후보는 대구지역 신문사 한 곳과 방송사 한 곳만을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일정을 조정해 급하게 영남일보를 방문하게 됐고, 이 자리에는 사공정규 최고위원(대구시당 위원장)을 비롯한 국민의당 관계자 5명도 합석했다. 더욱이 이 자리는 특별한 면담이 아니라 덕담이 오간 인사를 나누는 자리에 불과했다. 이는 박범계 의원실에서도 인정한 부분이다.

진실을 알면서도 앞뒤를 다 자른 뒤 상대에게 약점이 될 부분만을 불특정 다수에게 전하는 것은 ‘찌라시’의 전형적인 행태다. 가짜뉴스다. 유력 대선후보 캠프에서 중책을 맡은 재선 국회의원의 행동으로 보기에는 믿기지 않는 대목이다. 그것도 판사 출신이.

영화 ‘특별시민’에서 변종구는 오로지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해 가족은 물론 선거공작을 진두지휘했던 최측근을 죽음으로까지 내몰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3선 서울시장에 당선된다. 변종구의 추잡한 사실을 모두 알게 된 박경은 허탈감 속에 변종구를 찾아가 자수하라는 말을 남기고 떠나며 영화는 마무리된다.

‘적폐(積弊) 청산’을 주창하는 문재인 후보의 측근들이 적폐청산의 대상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대한민국에는 ‘특별 시민’이 없듯이 ‘특별 대통령’ 또한 있을 수 없다. 임성수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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