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아들이 받은 혜택 지역 인재에게 장학금으로 돌려줍니다”

  • 마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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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5-06 09:10  |  수정 2017-05-06 09:10  |  발행일 2017-05-06 제21면
의성군 춘산면 석정옥 할머니
2008년부터 매년 100만원 기탁
“세 아들이 받은 혜택 지역 인재에게 장학금으로 돌려줍니다”
김주수 의성군수(오른쪽)가 장학금을 기탁한 석정옥 할머니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80대 할머니가 지역인재 육성을 위해 써달라며 2008년부터 이듬해를 제외하고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장학금을 기탁하고 있어 지역사회에 귀감이 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의성군 춘산면에 거주하는 석정옥 할머니(81). 석 할머니는 지난 1일 ‘춘산면 경로잔치 및 체육대회’ 행사장에서 의성군인재육성재단 이사장인 김주수 의성군수에게 장학금을 기탁했다.

할머니는 매년 100만원씩 지금까지 모두 900만원의 장학금을 기탁했다. 장학금으로 수억원을 쾌척하는 일이 드물지 않은 사회에서 100만원은 그리 큰 금액이 아니지만, 석 할머니의 넉넉지 않은 경제사정을 감안하면 이는 수억원 못지 않은 값어치를 지닌다.

할머니가 지역인재 육성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이는 사연은 3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학업 성적이 출중했던 할머니의 막내 아들은 서울대에 진학한 뒤 석·박사 과정 모두를 전면 장학생으로 졸업하고 미국 유학까지 서울대의 지원을 받아 무사히 마쳤다. 팍팍한 삶 속에서 막내 아들까지 장학금 혜택을 받으면서 삼형제 모두가 대학을 졸업했다.

이에 그는 삶에서 여유가 조금이라도 생기는 날이 오면 자식이 받은 혜택을 사회에 되돌려 주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러다 2008년 평생을 함께한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해부터 할아버지 밥값 몫의 생활비를 절약해 모은 돈으로 장학금 기탁을 시작했다. 막내 아들이 대학에 진학하면서 받은 장학 혜택이 오늘의 석 할머니를 있게 한 셈이다.

이 밖에도 할머니의 봉사활동은 이미 지역사회에 소문이 자자할 정도로 유명하다.

할머니는 의성에 정착하기 전 대구에서 30여년간 새마을지도자로 활동하면서 헌옷과 이불을 모아 세탁을 거친 뒤 장애인 및 사회복지시설에 기부하는 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8년 전에는 누군가로부터 보살핌을 받아야 할 60대 나이임에도 의성에 정착하자마자 지역 홀몸어르신을 돌보는 돌봄이역할도 자청했다고 한다.

석정옥 할머니는 “비록 풍족한 삶은 아니지만 지역의 미래를 이끌어갈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불어넣는 데 보탬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김주수 의성군수는 “지역인재 육성을 위한 다양한 장학사업은 석정옥 어르신처럼 든든한 분들의 지원이 있기에 가능하다”면서 “장학금은 기탁하신 분들의 뜻에 맞게 소중히 사용할 계획”이라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의성=마창훈기자 topg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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