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현왕후 ‘청암사 은거 생활’ 문화상품화

  •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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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5-08 07:32  |  수정 2017-05-08 07:32  |  발행일 2017-05-08 제12면
청암사서 ‘인현왕후의 날’ 행사
폐위 3년 후 복위의식 재연
건축·기도법·산책길 등 재조명
인현왕후 ‘청암사 은거 생활’ 문화상품화
김천 청암사 보광전 뜰에서 인현왕후가 자신의 복위를 알리는 숙종 임금의 교지를 받는 장면이 재연되고 있다.

[김천] “전(前) 왕후 여흥민씨에게 내리노라. 내가 덕이 없고 불민하여 지난날 그대를 서인(庶人)으로 삼아 사가(私家)로 내쳤으니 천지와 만백성의 슬픔과 탄식이 하늘에 이르렀다. 오늘 그대에게 옛 직첩을 돌려주고자 하니 과인의 뜻을 좇아 즉시 환궁토록 하라.”

조선 숙종20년(1694) 4월, 19대 임금 숙종의 계비(임금이 다시 장가를 가서 맞은 아내) 인현왕후는 지아비로부터 버림받은 뒤 3년여를 은거하던 김천 청암사(靑巖寺) 보광전 뜰에 엎드려 자신의 복위를 알리는 교지를 받고 궁으로 복귀한다. 정권이 남인에서 서인으로 교체된 결과다. 인현왕후는 조선 후기 극심했던 붕당정치의 희생양으로, 특히 역사드라마 시청자에게는 시앗(남편의 첩) 장희빈과는 상반된 이미지로 각인돼 있다.

인현왕후가 폐위된 뒤 청암사에 ‘은거’했던 역사적 사실이 ‘인현왕후, 꿈을 이룬 천년고찰 청암사’라는 문화상품으로 거듭났다. 7일 청암사와 김천문화원은 문화재청과 김천시 후원으로 ‘인현왕후의 날’ 행사를 갖고, 인현왕후 복위 의식을 재연하는 등 불심에 의지해 인고의 나날을 극복한 인현왕후의 청암사 생활을 재조명했다.

문화재청의 ‘전통산사(山寺) 문화재 활용사업’에 따른 이날 행사에서 청암사는 ‘보광전과 극락전 관람’ ‘꿈을 이룬 인현왕후 기도법 따라하기’ ‘인현왕후 산책길(인현왕후 길) 걷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문화상품으로서의 발전 가능성을 시험했다.

청암사의 보광전, 극락전, 남별당 등 전각들은 당시 인현왕후 신변 보호와 복위를 위해 건립된, 인현왕후의 숨결이 오롯이 깃든 건축물이다. 또 인현왕후가 청암사와 수도사 사이의 수도산을 오르내리며 시름을 달래던 길이 ‘인현왕후 길’이다. 청암사는 앞으로 사찰과 주변 곳곳에 남겨진 인현왕후의 발자취에다 사찰음식·차·태극권 등을 더함으로써 문화상품의 완성도를 높여나간다는 계획이다.

청암사 주지 상덕 스님은 “복위된 인현왕후는 편지에서 ‘내가 큰스님의 영험한 기도로 복권됐다’며 수도산을 사찰보호림으로 하고, 전답을 하사했다”며 “인현왕후로부터 비롯된 청암사와 궁중 여인과의 인연은 조선 말 영친왕의 보모였던 최송설당(김천고 설립자)까지 이어졌다”고 소개했다.

박현주기자 hjpar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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